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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맏언니 레즐리의 12년 한국견문록

“한국의 ‘유리천장’에 지쳤어요, 이제 나그네는 떠납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미녀들의 수다’ 맏언니 레즐리의 12년 한국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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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녀는 예뻤다. 그리고 그와 나눈 대화는 따뜻했다. 숨기는 것도 없고, 재는 것도 없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도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기자도 배운 바가 많았고, 그도 이 대화를 통해 한국 생활 12년을 정리하는 듯했다. 서로 유쾌했고, 유익했다. 다만 한국에서 그를 더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좀 슬펐다. 우리 사회를 빛낼 ‘보석’일 수 있었는데.
‘미녀들의 수다’ 맏언니 레즐리의 12년 한국견문록
요즘 한창 시청자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2TV의 이색적인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는 우리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숨기고 싶은 우리의 진면목을 거울처럼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토크쇼에 나오는 미녀들은 모두 재색(才色)을 겸비한 외국인.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미녀는 미녀들의 ‘맏언니’ 레즐리 밴필드씨다.

“O형이에요, 소심한 O형”

올해로 한국 생활 12년째.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서울시청에선 최초의 외국인 공무원으로 발탁돼 서울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획단을 거쳐 지금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영문 에디터로 활약 중이다. 화려한 경력, 빼어난 한국어 실력 덕분에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흑진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던 그가 최근 갑자기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소문은 많은데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랜 타향살이에 지친 것일까. 그가 지금까지 체험한 한국의 이면, 그리고 떠나는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무척 바쁠 그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더니 “그러자”는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한정식을 주문했다. 그는 육회, 삼겹살 보쌈, 갈비, 갖은 나물, 된장찌개 등이 놓인 상을 휙 둘러보더니 보쌈 하나를 먼저 집어 입에 넣었다.



▼ 보쌈을 좋아하나보죠.

“한국 음식 다 좋아해요.”

▼ 나이가 저랑 엇비슷할 것 같네요. 저는 71년 돼지띠.

“그럼 제가 두 살 더 많네요. 저는 69년 닭띠.”

▼ ‘레즐리 누님’이네요! 그나저나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니 남자친구 하나쯤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미인인데 누군가 ‘보쌈’ 해간다는 말도 했을 법한데요.

“몇 명 사귀었죠. 사귀다 헤어지고 사귀다 헤어지고. 제가 좀 짧게 사귀는 편이에요(웃음).”

▼ 어떤 분들일지 궁금하네요.

“날라리 같은 남자는 싫어요. 결혼 생각 없이 그냥 놀자고 하면 거절했죠. 그런데 사귄 사람들이 다 날라리야(웃음). 여자친구들이 저더러 ‘그놈은 아니야’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 A형이에요?

“O형이에요. 소심한 O형.”

▼ 자기가 소심하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소심한 사람 못 봤어요.

“잘 아는 사람에겐 소심하지 않은데.”

▼ 그럼 남자에게 먼저 다가서는 편은 아니군요.

“한참 지켜보고 난 뒤 사귀죠.”

▼ 그렇게 지켜보면 날라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될 텐데, 어째 매번 당한 겁니까.

“한국 남자들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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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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