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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맏언니 레즐리의 12년 한국견문록

“한국의 ‘유리천장’에 지쳤어요, 이제 나그네는 떠납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미녀들의 수다’ 맏언니 레즐리의 12년 한국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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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귈 만하기는 하고요?

“재미있어요.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 어떻게 달라요?

“처음 남자친구는 기독교인이었어요. 내가 다니던 교회의 교인이었는데, 룸메이트이던 여자친구하고 셋이서 주로 만났죠. 그런데 어느 날 룸메이트가 ‘레즐리, 그 남자가 널 좋아하는 것 같더라’ 하는 거예요. ‘에이, 설마’ 했어요. 왜냐하면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사랑한다, 예수님 안에서”



근데 룸메이트는 남자가 나에게 그런 힌트를 많이 줬다고 해요. 예전에 그 남자가 밥 먹을 때 ‘나랑 결혼하는 여자는 좋겠다’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게 그 뜻이래요. 나는 속으로 ‘어, 이상하다, 나에게 한 얘기도 아닌데’ 했죠. 또 이런 적도 있어요. 제가 사는 집에 남자친구가 놀러왔는데, 저에게 ‘집이 좋다’며 ‘부모님 모셔와 살아도 되겠다’고 했어요. 왜 내 집에 남의 부모님을 모셔와 살아야 하지?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친구는 그게 그 뜻이래요. 이해가 안 됐죠.”

▼ 그 친구 좀 비겁한 거 아니에요?

“한국 남자들은 말을 돌려서 하는 버릇이 있나봐요. 솔직하게 ‘너 좋아한다’ 하면 될 텐데. 한 번은 전화로 저에게 ‘사랑한다, 예수님 안에서’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이게 한국 남자들이 프러포즈하는 방식인가요? 하여튼 힌트를 많이 줬다는데 해석이 안 돼서 좋은 사람 다 놓쳤어요.”

▼ 결혼할 뻔한 경우는 없었나요?

“한국 사회에선 안 되잖아요.”

▼ 아니 왜요? 국제결혼 얼마나 많이 하는데.

“아는데, 흑인 여자와 한국 남자가 결혼하는 건 못 봤어요.”

▼ 그런가? 흠….

“정식으로 사귀자며 결혼할 것처럼 보였던 남자친구가 저를 부모님 앞에서 ‘그냥 친구’라고 소개하는 거예요. 그랬더니 그 어머님이 저에게 ‘영어 좀 잘 가르쳐줘요’ 하시더라고요. 살짝 기분이 나빴어요. 섭섭했고. 그 친구가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용기 없는 사람과 결혼하면 불행하지 않겠어요?”

▼ 용기 있는 한국 남자가 있다면?

“제 기준에 맞으면 결혼할 수 있어요. 저는 준비 다 돼 있다니까요(웃음).”

“그게 엄마 소원이었는데…”

▼ 많은 나라 중에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어요?

“대학에선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는데, 꿈은 선교사였어요. 미국에서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선교사로서 비전을 찾으려면 낯선 곳에서 선교활동을 해보라고 하셨죠. 불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프랑스로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1990년대 중반의 유럽은 유럽인이 아니면 취업비자를 내주지 않았거든요.

나에게 가장 낯선 곳이 어딘가 찾아봤더니 동양이었어요. 중국 일본 한국 중 택해서 가려는데, 마침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게 됐고요. 목사님이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교회가 성장한 곳이어서 그 성공 노하우를 알아보는 것도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게 벌써 12년 전 일이에요.”

▼ 한국 교회 성장의 비밀을 찾았습니까.

“교회의 성장이 경제 성장과 맞물렸던 것 같아요. 사회는 급하게 성장하는데, 여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다고 할까요. 한국 기독교에는 기복신앙이 있어요. 물론 그 바탕에는 ‘하늘님’을 섬겼던 문화적 토양이 있고요.”

▼ 한국의 종교적 토양이 다층적이죠. 지하층엔 미륵신앙이 있고, 1층엔 불교, 2층엔 유교, 3층엔 기독교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죠.

“그 때문에 한국이 기독교적 하나님을 잘 받아들인 것 같아요. 제가 놀란 건, 교회 다니는 분들이 불교, 유교 심지어 미신도 믿는 거예요. 여러 한국 교회를 찾아다녔는데, 기독교인이라면서도 성경 공부는 안 해요. 모여서 어제 꿈자리가 어땠는지, 요즘 사회생활이 어떤지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신비주의 쪽으로 빠져 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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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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