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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영훈 전 국무총리

“북한을 사회민주주의로 이끌 대통령 나와야”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강영훈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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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전 국무총리
▼ 차기 대통령 못지않게 다음 정부의 성격도 중요하겠죠.

“4년 전 노무현 정권이 탄생할 때 저는 그들을 사회민주주의 정치세력으로 봤습니다. 한국이 유럽처럼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양당제가 돼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집권하면 자유와 경제발전이 강조되고,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집권하면 평등이 강조되는,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는 선진 민주주의 체제가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포퓰리즘 깃발을 들고 나오는 겁니다. 포퓰리즘은 19세기 러시아에서 제정(帝政)을 무너뜨리고 유럽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가 유입되는 것을 막은 세력입니다. 나중에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일부는 레닌의 볼셰비키 공산혁명 세력에 합류했습니다. 미국에서도 1920년대에 나타났지만 실패했습니다.

비전 없는 오합지졸 정당

장관이나 관료 중에 포퓰리즘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대통령에게 ‘이건 아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랬다는 말을 한 번도 못 들었어요. 차관 한 명이 그랬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전부 보스(대통령)의 눈치만 본 겁니다.

그러니 ‘북한의 사주’를 생각하게 돼요. 1980년 10월 노동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이 고려연방제를 내세웠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게 남북한 합의에 의한 평화적 통일정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3일 후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남한을 공산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군 축출 등을 명문화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내려오는 북한의 대남정책 골자입니다. 현 정권은 북한의 노동당 규약대로 남한에서 미군을 내쫓아야 한다는 전략 지침을 실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전시작전통제권은 언젠가는 환수해야 할 것이 아닐까요. 지금이 적기(適期)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유럽에도 미국 군대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주둔 여부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상황을 돌아봐야 해요. 북한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병력도 우리보다 많고 화포도 월등합니다. 핵폭탄도 만들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미군이 언제까지나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 현재 여야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가 여럿 있는데,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을 기준으로 이들을 평가한다면?

“제가 개개인을 평가할 처지는 못 됩니다. 다만 과거 정당은 보스 중심의 정당이었잖아요.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볼 수는 없었죠. 반면 지금은 보스 정당은 아니지만 오합지졸이 돼버렸어요. 정당에 정강 정책이 없어요. 비전이나 정책도 없이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만 우후죽순으로 나와서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한심한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다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데만 몰두할 수밖에요.”

강 전 총리는 재향군인회가 결성한 안보포럼 ‘21C 율곡포럼’에 참가하는가 하면 서영훈 전 총리, 정진경 신촌성결교회 목사, 안성기 배우협회장, 정근모 명지대 총장, 한상진 서울대 교수, 유재현 전 경실련 사무총장, 김홍신 전 국회의원 등이 주축이 된 평화·생명·환경·공동선운동 등을 지향하는 한우리공동선실천연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백낙청 서울대 교수, 이삼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과 함께 희망포럼 ‘2007 희망제안’에도 참여했다.

軍으로 이끌어준 최남선 선생

▼ 여느 보수인사들과는 달리 진보진영과도 함께 일하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그쪽에 있던 사람도 중도(中道)로 오고 있잖아요. 이념을 떠나 좋은 일, 뜻이 맞는 일은 같이 할 수 있어야죠.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서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자는 것이죠. 하지만 포퓰리즘, 공산주의는 안 됩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상에 매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은 이미 나지 않았습니까. 소련은 자유화됐고 중국도 사회민주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산진영은 와해됐어요.”

강 전 총리를 만나는 날, 법원에서 친일 후손들의 일부 재산에 대한 환수 판결이 내려졌다. 노무현 정권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친일파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 친일파 범주를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친일파 논란의 주인공이 육당 최남선이다. 강 전 총리는 20년째 최남선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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