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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美 군사력 압도하는 中 외교력, ‘검은 황금’ 캐려거든 중국을 배워라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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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의 ‘검은 황금’을 차지하려는 물밑 싸움이 뜨겁다. 석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중국은 그 대안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아프리카의 ‘석유 통제권’을 두고 총성 없는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지하는 한국의 선택은?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2006년 3월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과 나이지리아 다우호두 석유담당 국무장관이 협정서명서를 교환하고 있다.

2007년 들어 아프리카의 한국 관련 소식들이 몇 차례 우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기업(대우건설,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소속 근로자들이 무장대원들의 공격으로 총상을 입거나 납치됐다. 이 사건들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마냥 머나먼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재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연결고리는 단연 석유다.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원유저장설비 관련 공사를 맡아 하고 있다.

영국계의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해마다 석유 관련 연감을 펴낸다. 이에 따르면 지구에는 1조1886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다. 새로운 거대 유전이 발견되지 않고 지금의 소비 흐름을 이어간다면 41년 뒤엔 석유가 한 방울도 남지 않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계산이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석유 채굴이 가능한 시점에 차이가 난다. 전세계적으로 확인된 매장량 가운데 62%인 7339억 배럴이 묻혀 있는 중동 지역은 앞으로 80년 동안 원유를 퍼올릴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석유 채굴은 10년쯤 뒤면 바닥에 이른다. 미국과 영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동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

경제적 이유든, 군사적 이유든 석유의 효용성이 드러난 20세기 초부터 세계 각국은 값싸고 안정적인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석유안보(oil security)’라는 용어는 석유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지 않고 경제성이 높은 대체 에너지가 발견되지 않는 한 머지않아 석유 위기 시대를 맞게 된다. 세계 최대의 석유산지인 중동은 정치적으로 불안하다. 안정적인 석유공급처로 보기가 어렵다는 뜻. 석유 위기 시대에 아프리카 석유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매장량 7%, 생산량 10%



정유업자들은 아프리카 석유가 ‘가볍고 달콤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석유는 중동산 석유보다 질이 좋기 때문. 원유를 정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중동산보다 낮게 먹힌다. 서방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시각에서 볼 때 아프리카 석유의 또 다른 장점은 대부분의 석유산지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아 물류비용이 싸게 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일부 지역이 정치적으로 불안하지만, 중동의 강한 휘발성에 견주어보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은 전세계 생산량의 10.2%를 차지한다. 석유 매장량으로 보면 7.3%가 아프리카에 묻혀 있다. 매장량에 비해 생산량이 중동 등 다른 지역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아프리카 산유국들을 생산량 순위로 매겨보면 1위 나이지리아(하루 250만 배럴), 2위 알제리, 3위 리비아, 4위 앙골라 순이다. 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는 각각 세계 석유 수출국 순위 8위, 10위, 12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3개국(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뿐이지만 아프리카산유국협회(APPA)의 회원국 수는 14개국에 이른다.

지난 5년 동안 북아메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석유의 4분의 1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지역이 새롭게 떠올랐다. 기니만 안쪽 및 주변지역(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은 석유 생산량이 많거나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확인된 매장량은 600억 배럴에 이른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두 나라에서만 날마다 400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석유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양이다.

석유산업계의 주요 컨설팅회사 가운데 하나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기 위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이 되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따라서 아프리카 석유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뤄지는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의 50% 이상이 석유 관련 투자다.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200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유전지대에 400억달러 이상을 이미 투자했고,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300억달러를 투자했거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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