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美 군사력 압도하는 中 외교력, ‘검은 황금’ 캐려거든 중국을 배워라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치학박사 kimsphoto@hanmail.net

    입력2007-07-06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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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의 ‘검은 황금’을 차지하려는 물밑 싸움이 뜨겁다. 석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중국은 그 대안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아프리카의 ‘석유 통제권’을 두고 총성 없는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지하는 한국의 선택은?
    석유수입 脫중동 시대, 불붙은 아프리카 쟁탈전

    2006년 3월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과 나이지리아 다우호두 석유담당 국무장관이 협정서명서를 교환하고 있다.

    2007년 들어 아프리카의 한국 관련 소식들이 몇 차례 우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기업(대우건설,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소속 근로자들이 무장대원들의 공격으로 총상을 입거나 납치됐다. 이 사건들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마냥 머나먼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재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연결고리는 단연 석유다.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원유저장설비 관련 공사를 맡아 하고 있다.

    영국계의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해마다 석유 관련 연감을 펴낸다. 이에 따르면 지구에는 1조1886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다. 새로운 거대 유전이 발견되지 않고 지금의 소비 흐름을 이어간다면 41년 뒤엔 석유가 한 방울도 남지 않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계산이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석유 채굴이 가능한 시점에 차이가 난다. 전세계적으로 확인된 매장량 가운데 62%인 7339억 배럴이 묻혀 있는 중동 지역은 앞으로 80년 동안 원유를 퍼올릴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석유 채굴은 10년쯤 뒤면 바닥에 이른다. 미국과 영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동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

    경제적 이유든, 군사적 이유든 석유의 효용성이 드러난 20세기 초부터 세계 각국은 값싸고 안정적인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석유안보(oil security)’라는 용어는 석유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지 않고 경제성이 높은 대체 에너지가 발견되지 않는 한 머지않아 석유 위기 시대를 맞게 된다. 세계 최대의 석유산지인 중동은 정치적으로 불안하다. 안정적인 석유공급처로 보기가 어렵다는 뜻. 석유 위기 시대에 아프리카 석유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매장량 7%, 생산량 10%



    정유업자들은 아프리카 석유가 ‘가볍고 달콤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석유는 중동산 석유보다 질이 좋기 때문. 원유를 정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중동산보다 낮게 먹힌다. 서방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시각에서 볼 때 아프리카 석유의 또 다른 장점은 대부분의 석유산지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아 물류비용이 싸게 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일부 지역이 정치적으로 불안하지만, 중동의 강한 휘발성에 견주어보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은 전세계 생산량의 10.2%를 차지한다. 석유 매장량으로 보면 7.3%가 아프리카에 묻혀 있다. 매장량에 비해 생산량이 중동 등 다른 지역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아프리카 산유국들을 생산량 순위로 매겨보면 1위 나이지리아(하루 250만 배럴), 2위 알제리, 3위 리비아, 4위 앙골라 순이다. 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는 각각 세계 석유 수출국 순위 8위, 10위, 12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3개국(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뿐이지만 아프리카산유국협회(APPA)의 회원국 수는 14개국에 이른다.

    지난 5년 동안 북아메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석유의 4분의 1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지역이 새롭게 떠올랐다. 기니만 안쪽 및 주변지역(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은 석유 생산량이 많거나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확인된 매장량은 600억 배럴에 이른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두 나라에서만 날마다 400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석유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양이다.

    석유산업계의 주요 컨설팅회사 가운데 하나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기 위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이 되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따라서 아프리카 석유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뤄지는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의 50% 이상이 석유 관련 투자다.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200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유전지대에 400억달러 이상을 이미 투자했고,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300억달러를 투자했거나 할 예정이다.

    ‘중독자’와 ‘블랙홀’

    40~50년 뒤면 바닥이 날 ‘21세기 검은 황금’ 석유.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은 전방위 로비전을 펼치는 중이다. 그 형태는 경제지원(차관 제공, 인프라 건설), 정치적 유착(순방외교, 독재와 인종청소 비난 자제), 뇌물 등 다양한 형태다. 지난날 유럽 나라들이 식민지를 놓고 다투던 시절에 견주어보면, 아프리카 석유 통제권을 둘러싼 21세기의 경쟁은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경제전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다.

    전세계 석유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석유에 중독됐다’는 비판을 받는 국가라면, 중국은 ‘세계 석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3위는 일본).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로 꼽힌다. 2006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자리수인 10.7%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그런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세는 단연 세계 1위다. 미국 에너지부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석유 소비 증가량의 40%를 중국이 차지했을 정도. 중국의 석유 수요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프리카 석유자원 확보전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석유자원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왔다. 중국은 지금 앙골라, 수단, 콩고 등 아프리카 각국에서 자국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 이상을 들여온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교역량은 2000년 106억달러에서 2006년 550억달러로 6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났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2010년까지 1000억달러로 교역량을 늘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초 중국 국영 석유회사 CNOOC는 나이지리아 연해 유전지대의 이권 45%를 22억7000만달러에 사들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중국은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인 수단, 나이지리아, 앙골라, 콩고, 알제리, 차드, 가봉, 적도 기니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아프리카 석유와 시장개척을 향한 중국의 열망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잇단 순방외교에서 잘 나타난다. 후 주석은 2007년 2월 8개국 순방을 비롯, 2003년 주석 자리에 오른 뒤 모두 3번에 걸쳐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아프리카에 다녀갈 때마다 후 주석은 무이자 차관 제공, 부채 탕감, 투자 증진 등의 선물을 내밀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샀다. 2006년 11월엔 아프리카 48개국이 참석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도 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아프리카로부터 안정적이고 값싼 석유자원을 들여오겠다는 전략 아래 아프리카 공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 선언적 지침은 부시 행정부가 2002년에 작성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서는 전세계 테러에 맞서 싸우고 미국의 에너지(석유) 안보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에 나오는, 아프리카에서의 ‘중국 위협론’을 들여다보자.

    “중국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맥락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은 (석유를 비롯한) 자연자원 자산에 대한 통제권(유전 탐사권과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고, 주요 건설공사 입찰에서 서구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있으며, 재정이 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장기저리의 차관을 건네고 있다.”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곳곳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주요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다. 미국의 석유 해외 수입량 가운데 10%를 나이지리아가, 4%를 앙골라가 차지한다. 특히 앙골라는 2010년에 이르면 지금보다 그 비중이 곱절로 커져 8%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은 23억달러를 들여 나이지리아 근해 아크포 일대의 석유 가스 이권의 45%를 사들였다. 중국이 앙골라, 나이지리아, 수단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들여오는 원유 비율은 30%에 달한다.

    앞서가는 중국

    수단 석유에 관한 한 중국이 선수를 쳤다. 수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가 중국이다. 그 규모는 40억달러에 이른다. 그 반대급부로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유정, 정유소, 송유관 등 수단의 석유 지분 상당량을 확보했다. 중국은 수단 석유를 더욱 많이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수단의 서부 다르푸르 지역은 지난 2003년 이래 인종청소로 20만명이 죽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곳.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한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병 결의안(2006년 8월)과 수단 정부를 겨냥한 제재안에 대해 매번 기권표(사실상의 거부권)를 던진 것도 그런 속사정에서다.

    올해 1월 석유수출국기구의 12번째 새 회원국으로 등록한 앙골라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의 석유생산국이다.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려오다 21세기 들어와서야 겨우 평화를 찾은 앙골라의 석유 생산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앙골라 석유를 수입해가는 국가는 중국, 미국, 유럽과 남미의 국가들이다. 여기서도 미국과 중국의 암투는 치열하다. 선두주자는 중국. 2004년 중국은 앙골라에 20억달러의 저리 차관을 건넸다.

    앙골라는 이 차관을 얻은 덕에 “경제구조를 신자유주의 노선에 맞게 재편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을 물리칠 수 있었다. 20억달러 차관을 건네준 대가로 중국은 앙골라 근해의 해저유전 개발권을 얻어냈다. 앙골라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중국에 대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중국 국영에너지회사인 시노펙(Sinopec)은 2006년 앙골라 연안 두 곳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22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앙골라의 정치지도자들을 어떻게 친(親)중국 쪽으로 돌려세웠는지는 하나의 의혹으로 남아 있다. 행정 투명성과 부패 정도를 재는 국제기구인 ‘Transparence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 지역의 부패지수는 매우 높다. 따라서 국제석유전문가들은 앙골라의 석유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의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의 국제문제 평론가 폴 맥리어리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2007년 3월호에 기고한 ‘다른 종류의 그레이트 게임 : 미국과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가’라는 글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석유나 안보 분야가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에서와 같은) 인권침해와 (앙골라에서와 같은) 행정 투명성의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미-중 두 나라의 아프리카에서의 긴장관계는 석유이권을 둘러싼 충돌을 빼고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인권이냐, 석유이권이냐

    미국이 “인권과 행정 투명성을 무시하고 아프리카 석유사냥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투로 중국을 비판하지만, 미국도 그런 비판에서 결코 떳떳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부패한 정권일지라도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에 협력적인 경우엔 독재나 부패에 눈을 감는다. 이라크의 전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경우엔 독재와 부패가 어디까지나 그 나라 국내 문제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3대 산유국(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권위적인 통치, 고질적인 부패와 가난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8~10%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가 그 좋은 본보기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매장량은 400억 배럴, 하루 평균 생산량은 210만 배럴. 대부분 니제르 삼각주 내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250여 곳의 유전에서 끌어올린다. 나이지리아 국가경제는 석유 수출에 매달려 왔다. 정부 세입의 80%, 외환 수입의 90%, 수출 소득의 96%, 그리고 국내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석유가 차지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 국고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적인 민간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이 2006년에 낸 한 보고서 ‘나이지리아 : 풍요 속의 결핍’에 따르면,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를 인구의 1%가 가져간다. 이러한 뿌리 깊은 부패로 말미암아 수입이 막대해도 나이지리아 국민의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석유를 팔아 생기는 수입이 소수 특권층 손에 놀아나는 나이지리아의 현실에서는 당연히 반발을 사게 마련이다. 가장 위협적인 반정부 무장조직은 니제르삼각주해방운동(MEND)이다. 2006년과 2007년 잇달아 한국인 기술자를 납치한 전력이 있는 이 무장조직은 “나이지리아의 석유 생산량을 30% 감소시키겠다”고 위협해왔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은 이들과의 전투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온 ‘석유에 얽힌 폭력사태’로 말미암아 해마다 1000명 이상이 죽는다.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를 캐가는 미국계 다국적 석유회사 셰브론 텍사코도 나이지리아 현지 무장조직들의 공격목표다. 2003년 3월에 석유회사 직원 7명이 현지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죽었다. 이렇게 나이지리아 석유 생산이 위협받는 상황은 곧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나이지리아 유전을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나이지리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군사 활동 강화하는 미국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이 있은 뒤 1주일 만인 지난 2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8년 9월부터 아프리카에 ‘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몇 해 전부터 AFRICOM 신설을 계획해왔기에 후 주석 방문 뒤 신설 발표는 유연의 일치이겠지만, AFRICOM의 신설은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 소말리아와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군 작전을 좀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목표와 아울러, 점점 커가는 중국의 대아프리카 영향력에 맞서 아프리카 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강한 욕구를 보여준다.

    미국의 석유이권을 지키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사령부가 ‘미 중부군사령부(CENTCOM·중동지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포함)’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앞장서서 펼쳐가는 첨병은 미군 유럽사령부(EUROCOM)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EUROCOM은 2003년부터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크게 늘렸다. 미군은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남쪽으로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에 비행기 이착륙장을 새로 짓거나 넓혀 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준비를 해왔다. 그러면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아프리카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을 분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군사행동에 나서곤 했다. 2007년 들어서는 소말리아의 이슬람 군벌들에 대한 군사작전을 폈다.

    아프리카 무시하는 한국

    미국은 무엇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것일까. 대답은 분명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유전지대가 테러 공격을 받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는 아프리카 북동부,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 지역 안에 있는 지부티에 설치된 기지다. 이 기지는 아프리카의 또 다른 주요 석유 생산국인 수단의 송유관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았다. 지부티 기지의 임무는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수송로인 이 해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형편은 어떠한가.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 원유 도입의 중동 의존도가 82%인 반면 아프리카 지역 의존도는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 자원외교의 빈곤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데 비하면 한국은 한참 뒤처진다. 중국이 53개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16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을 뿐이다. 2006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후진타오 주석의 잇단 중국 순방과는 비교가 안 된다.

    세계 제5위의 원유수입국(2005년 496억달러), 석유 소비량 세계 7위(하루 230만 배럴)인 한국도 늦었지만 아프리카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정치상황이 불안한 중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 출구의 하나가 아프리카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줘 중국의 대학이나 군사학교에서 무료로 교육을 시킨다. 이들이 아프리카로 돌아가면 친(親)중국 세력을 이룰 것이 뻔하다. 미 외교협회(CFR)의 선임연구원 에스타 팬은 ‘중국, 아프리카, 석유’란 제목을 붙인 한 보고서(2007년 1월)에서 “미국이 아프리카와 외교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석유자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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