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매출 순위를 보면 1위 버버리, 2위 빈폴, 3위 폴로랄프로렌, 4위 구찌, 5위 페라가모라고 한다. 역시 한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 순서임을 알 수 있다(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셀린느는 입점하지 않았다). 이들 매장엔 얼마나 사람이 많이 몰렸는지, ‘손에 잡히는 대로’ 사는 ‘묻지마 쇼핑객’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제품마다 다르긴 했지만 정상가의 35%에서 75% 가격에 팔고 있으므로 웬만한 국내 유명 브랜드와 비슷하거나 훨씬 더 싼 경우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매장에서 나오면 발에 맞지 않는 구두나, 헐렁한 재킷을 들고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식사하는 데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편의시설은 부족하고, ‘교환·환불 불가’라는 불리한 조건도 달려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 모든 단점을 ‘명품을 싸게 산다’는 단 한 가지로 감수했다.
명품, 정확하게 말하면 사치품 브랜드는 수천, 수억원짜리 가방을 만들고 왕족이나 할리우드 스타 같은 특별한 고객을 상대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대량생산된 수십만원 내지 100만, 200만원대의 아이템들이다. 이런 ‘대중’ 명품이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가업을 잇던 장인들을 불과 10~20년 만에(주로 1990년대) 다국적 사치품 기업의 소유주로 바꿔놓은 것이다. 여기에 아웃렛 판매도 큰 몫을 한다. 이들 사치품 브랜드는 아웃렛 물품이나 대중적 아이템은 ‘조용히’ 판매하되, ‘오트 쿠튀르’나 ‘주문 생산’하는 최고가 아이템을 홍보함으로써 브랜드 관리를 한다.
그러나 이곳 아웃렛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명품’이란 전통보다 얼마나 뛰어난 디자인을 갖고 있으며, 전지구적 마케팅에서 성공하는지로 정의된다. 단 한 번 컬렉션에 참여한 재기발랄한 20대 디자이너의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선 ‘명품’으로 판매되곤 한다. 아웃렛에서 인기를 모은 빈폴도 사실 제일모직의 브랜드다. 그러나 현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예술적이거나 창조적인 점에선 많이 부족하다)의 꾸준한 개발과 좋은 품질, 톱스타를 이용한 마케팅, 엄격한 브랜드 관리 등을 통해 명품 대열에 끼었다. 명품 아웃렛에 몰려든 쇼퍼홀릭들을 시니컬하게 보기보다, 무엇이 이들을 끌어들였는지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