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이명박 ‘제2의 황제 테니스’ 논란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07-10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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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9~11월 폐쇄기간 중 이명박 일행만 쳤다”
    • “이명박 일행 위해 내가 직접 자물쇠 열어줬다”
    • 남산테니스장 위탁관리업체 공문 ‘폐쇄기간 이명박 테니스’ 기록
    • 위탁업체 “이명박 일행도 ‘폐쇄기간 테니스’ 이의 없이 요금 납부”
    • 남산테니스장 담당 서울시 소장 “기억 안 난다, 말하고 싶지 않다”
    • 이명박 측 “문제 되지 않는 사안…나쁜 의도로 의혹 제기”
    남산테니스장 관리인 “폐쇄한 테니스장에서 이명박 일행만 쳤다”

    이명박 측 “기록 없어 테니스 쳤는지 확인 불가… 이건 ‘공작정치’”


    이명박 ‘제2의 황제 테니스’ 논란
    서울시 소유인 남산실내테니스장은 2003년 4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사)한국체육진흥회(이하 체육진흥회)가 위탁 운영해 왔다. 이곳은 2006년 이른바 ‘이명박 황제 테니스’ 논란이 벌어진 장소다. 6월13일 현재 체육진흥회는 운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실내의 테니스 코트는 상당 부분 뜯겨져 있고 인부들이 용도변경 공사를 하고 있다.

    체육진흥회는 계약기간에 서울시의 위탁계약 해지나 테니스장 폐쇄 조치에 따라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면서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위탁계약의 해지, 퇴거조치 등은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테니스’ 법적 분쟁 조짐



    서울시와 체육진흥회 사이에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 그 여파가 이명박 전 시장에게 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남산테니스장 일시 폐쇄는 소송의 쟁점 중 하나인데, 체육진흥회 측은 “소송과정에서 ‘테니스장 일시 폐쇄와 이명박 테니스가 관련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체육진흥회 소속으로 남산실내테니스장 위탁관리를 맡아온 이윤훈(李潤薰) 전무는 “서울시가 2004년 안전상의 이유로 보수공사를 하겠다면서 폐쇄한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이명박 당시 시장 일행만 테니스를 쳤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독자의 알 권리 충족과 균형 보도를 위해선 6월 중에 이 사안이 공개되는 게 나을 듯했다. 대선주자에 대한 정보는 신속하게 제공되는 것이 좋다. 6월에 공개하면 정치권이나 언론이 이 문제를 8월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까지 차분히 검증해 볼 수 있으며, 이 전 시장측도 충분히 방어할 기회를 갖게 된다. 만일 이 이슈가 한나라당 후보 경선 직전에 터진다면 제대로 사실규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시장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신동아’는 양측 주장을 취재해 이번에 보도하기로 했다.

    6월13일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김재붕(金在鵬·79)씨를 만났다. 김씨는 체육진흥회가 고용한 테니스장 관리원이었다. 그는 2003년 4월 체육진흥회가 이 테니스장 운영을 맡을 때부터 줄곧 테니스장 안에서 숙식을 하면서 경비, 청소, 전기 관리, 수선 등의 일을 해왔다. 그도 지난 6월 초 이윤훈씨와 함께 테니스장에서 철수했다. 김씨는 “서울시의 처사가 지나치다. 억울해서 테니스장을 못 떠나겠다”면서 테니스장 담벽에 자신의 승합차를 세워두고는 10여 일째 숙식을 해오고 있다.

    ▼ 한국체육진흥회나 이윤훈 전무와는 어떤 관계인가.

    “체육진흥회가 남산실내테니스장 위탁운영을 맡으면서 그들과 일하게 됐다. 체육진흥회와 서울시의 위탁계약이 종료되면서 나와 체육진흥회의 고용관계도 끝났다. 이번에 서울시가 이 전무를 쫓아내면서 나도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억울해서 테니스장 주변을 못 떠나고 있다. 서울시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얘기를 좀 들어줘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길거리로 내몰아서야 되겠나.”

    ▼ 그간 정당이나 언론과 접촉한 일이 있나.

    “나는 돈이 없어 소송을 못 한다. 이명박 전 시장과 서울시에 불만이 많아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정당이나 언론에 있는 사람을 접촉한 일은 한 번도 없다.”

    “연락받으면 미리 열쇠 맡겨”

    이명박 ‘제2의 황제 테니스’ 논란

    남산 실내테니스장 관리인이던 김재붕씨(오른쪽). 그는 테니스장에서 쫓겨난 뒤 테니스장 담벽에 승합차(왼쪽)를 주차시켜 둔 채 기거하고 있다. 김씨는 “2004년 9~11월 남산실내테니스장이 폐쇄됐을 때 이명박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쳤다”고 말했다.

    ▼ 서울시는 언제부터 테니스장을 폐쇄했나.

    “서울시는 2004년 9월경 테니스장 공터에다 펜스를 설치했고, 테니스장 건물 현관문 등은 자물쇠 체인으로 잠갔다. ‘안전상의 이유로 테니스장을 폐쇄합니다’라는 공고도 붙여놓았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은 물론 남산실내테니스장을 이용하던 정기회원도 테니스장 출입을 못했다.”

    이와 관련,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4년 9월6일 체육진흥회에 남산실내테니스장을 폐쇄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며 하루 뒤인 7일부터 폐쇄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체육진흥회에 구두로 “6개월 정도 폐쇄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체육진흥회 측은 “정기회원들에게 알릴 여유도 주지 않고 폐쇄하는 점, 공고에 폐쇄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며 항의했다.

    당시 남산실내테니스장은 안전상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김재붕씨는 “지붕 철근이 일부 떨어지거나 휘어 있었다. 지붕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테니스장 폐쇄는 보수공사를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 폐쇄됐다는 기간에 이명박 당시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친 사실이 있나.

    “그런 사실이 있다. 그 기간에 이명박 전 시장 일행은 토·일요일에 테니스를 쳤다. 매주 온 것은 아니다. 테니스장 경비 담당인 내가 직접 열쇠로 실내테니스장 현관문을 열어줬다.”

    이와 관련,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폐쇄 초기엔 이명박 전 시장 일행이 오면 남산공원관리사업소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실내테니스장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엔 공원관리사업소 측이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친다는 연락을 받으면 하루나 이틀 전 미리 열쇠를 체육진흥회 측에 맡기고, 체육진흥회는 이를 김재붕씨에게 줘 김씨가 이 시장 일행에게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사고 위험과 관련,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실내 천장은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며 설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소리를 내면서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충분히 피할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 다른 정기회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테니스장 출입을 못 하게 되자 이들은 갑작스러운 폐쇄를 불쾌하게 생각했다. 평소 이 전 시장 일행은 일요일 오전에 테니스를 치고 싶어 했는데, 다른 팀이 장기계약으로 이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팀이 자기 시간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해서 이 전 시장 일행은 테니스를 치는 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테니스장이 폐쇄된 기간엔 이 전 시장 일행이 이 시간대에도 종종 친 것으로 기억한다.”

    ▼ 이 전 시장 일행은 언제까지 폐쇄됐다는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나.

    “폐쇄기간은 9월 초부터 12월 말까지였으나 공사는 2004년 12월 초 시작돼 한 달간 진행됐다. 이 시장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폐쇄된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다.”

    “지나쳐버린 ‘업무협조문’ 조항”

    체육진흥회 측은 테니스장 폐쇄에 대한 정기회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이들에게 테니스코트 장기사용 계약금을 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정기회원이나 자주 찾는 테니스 동호인 중에는 정치인, 공중파 방송사 기자 등도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어떤 팀은 폐쇄됐다는 테니스장에서 일요일마다 테니스를 친다는 얘기가 들린다. 같은 회원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왜 안 되느냐”고 항의를 해와 체육진흥회 측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2006년 상반기 ‘이명박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붙었을 때 일부 언론에 의해 체육진흥회의 ‘업무협조문’이 보도된 바 있다. 이 문서는 서울시 테니스협회가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2003년, 2004년 2년간 상당시간 테니스를 치고도 코트 사용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면서 2832여만원의 요금을 2005년 12월9일 서울시테니스협회에 청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문서 중 “시장님이 토요일 일요일 언제라도 오셔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 계약된 일요일 오전(09:00~ 13:00)을 제외한 전 영업시간을 일반회원의 사용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독점으로 사용하겠다고 하여 그 때부터 2004년 12월31일까지 협의된 내용에 의거 운영하여 왔습니다”라는 내용(독점 사용 등)은 황제 테니스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이 업무협조문에는 2004년 남산실내테니스장 폐쇄기간 3개월 동안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쳤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체육진흥회 측이 이 부분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언론도 내용을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당시에는 이슈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기간 특별관리비용”

    이명박 ‘제2의 황제 테니스’ 논란

    한국체육진흥회 측이 서울시 테니스협회에 보낸 업무협조문. 체육진흥회에 따르면 ‘공사 기간 중 특별관리비용’(위 점선)은 2004년 9~12월 보수 공사를 목적으로 테니스장이 폐쇄된 기간 중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치도록 한 ‘특별관리비용’이며 ‘관리비용’(아래 점선)는 ‘월 80만원(관리인 김재붕 인건비+청소비)×3개월(공사기간 중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친 기간) = 240만원’이라는 의미다.

    문제의 대목은 “이에 공사기간 중의 특별관리비용을 포함한 미납요금을 다음의 내용에 의해 다시 한번 청구합니다”이다.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공사기간 중의 특별관리비용’은 ‘2004년 9~12월 보수공사를 목적으로 테니스장이 폐쇄된 기간 중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칠 수 있도록 체육진흥회 측이 문을 열어주거나 코트의 청결을 유지해준 특별관리비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업무협조문의 이 전 시장 일행의 코트 사용내역은 이 점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협조문은 2003년 4월15일(체육진흥회의 위탁계약이 시작된 날)부터 2004년 12월31일까지 2003, 2004년 두 해 동안 이 시장 일행의 코트 사용내역 중 2003년 4월15일~2004년 8월30일의 코트 사용액으로 2592만원을 요청했다(‘다음’의 1) 사용시간 2) 예약시간3) 사용금액).

    2004년 9~12월의 코트 사용내역은 “‘다음’의 4) 관리비용 : 800,000원 × 3개월=2,400,000원”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 체육진흥회에 따르면 이는 2004년 9월부터 12월까지 테니스장이 폐쇄된 기간 중 실제로 공사가 진행돼 테니스를 치지 못한 12월을 뺀 9~11월 3개월 동안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치도록 테니스장을 관리해준 비용이 240만원(80만원×3개월)이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80만원은 폐쇄기간에 이 전 시장 일행에게 문을 열어주거나 운동 뒤 쓰레기를 치워준 김재붕씨의 한 달치 인건비 70만원과 쓰레기 처리비용 10만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이명박 전 시장 일행이 폐쇄기간 중 테니스를 친 것은 이번에 처음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2005년 12월9일자로 서울시체육진흥회에 발송됐고, 2006년 상반기 언론에 공개된 바 있는 업무협조문에도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일행도 업무협조문의 ‘특별관리비용(폐쇄기간 중 테니스를 친 것에 대한 요금)’에 이의제기를 하지않았다는 것이 체육진흥회 측 설명이다. 이 전 시장 일행은 이 업무협조문이 요구한 총액 2832만원 중 2003년 4월15일~2004년 8월30일 발생한 요금에서 예약만 잡고 실제로 테니스를 치지 않은 시간대는 요금산정에서 빼달라고 했지만 ‘(특별)관리비용’에 대해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총 2000만원을 안모씨 명의로 체육진흥회 측에 지급했다는 것이다. 체육진흥회 측은 이 전 시장 일행이 낸 2000만원 중 ‘관리비용’ 240만원을 김재붕씨에게 지급했다.

    서울시-체육진흥회 공방

    체육진흥회 측에 따르면 실내테니스장 보수 공사는 한 달여 만에 끝나 2005년 1월2일경 재개장했으며 이날도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배관이 터지는 바람에 10일간 다시 보수공사를 했다고 한다.

    테니스 코트가 정상화되자 일요일 오전 팀은 자기 시간대에 테니스를 치겠다고 했다. 체육진흥회 측은 “시장 일행에게 양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팀은 “시간대를 바꾸면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체육진흥회 측은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오전팀의 손을 들어줬다.

    2005년 3월 서울시 측은 체육진흥회 측에 위탁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서울시는 직원 4명을 파견해 3개월여 테니스장을 직영했다. 체육진흥회 측은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체육진흥회 측이 소송에서 승소하자 서울시 측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시는 다시 “2005년 12월31일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해왔다. 그러면서 테니스장에 수돗물 공급을 끊었다. 실내테니스장에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체육진흥회 측은 물차를 사서 물을 대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견디다 못한 체육진흥회 측은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치는 주말, 휴일에 샤워나 화장실 이용을 못 하도록 물을 잠가버리겠다”고 서울시에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서울시는 수돗물을 연결해줬다고 한다.

    2006년 초 체육진흥회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실내테니스장에서 철수했다. 서울시 측은 테니스장에 대해 두 번째 보수공사를 했다. 체육진흥회 측은 이 전 시장에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행정권을 집행해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항의 메일을 발송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 그러던 중 3월에 황제 테니스 사건이 터졌다. 4월에 서울시는 체육진흥회 측에 테니스장 운영을 다시 맡겼다. 8개월 뒤 계약연장을 해주겠다는 구두약속이 있었다는 게 체육진흥회 측 설명이다. 그러나 그해 7월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오 시장은 남산실내테니장의 용도를 바꾸겠다고 밝혔고, 이 말은 그대로 집행됐다.

    이명박 ‘제2의 황제 테니스’ 논란

    서울시 남산실내테니스장.

    이윤훈씨는 서울시에 대한 서운함을 이렇게 털어놨다.

    “서울시는 3년 계약기간 중 2번의 폐쇄와 3개월간의 시 직영, 2번에 걸친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이에 항의하자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던 서울시가 2006년 체육진흥회에게 8개월짜리 재계약을 제의해왔는데, 이때 서울시 한 관계자는 ‘남산테니스장을 체육진흥회측이 계속 맡아 주어야 황제 테니스 논란이 종결된다. 8개월 뒤 재계약을 추진하겠다’고 사정하기도 했다.

    나는 체육진흥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처지를 고려해 8개월짜리 위탁계약에 응했는데 그러자 체육진흥회는 나에 대해 ‘해임건의’를 했다.

    서울시는 8개월 계약기간 만료 뒤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업무상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테니스장에 머무르고 있던 나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이어 지난 6월엔 용역반을 동원해 나를 테니스장에서 쫓아냈다.”

    이명박 캠프의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2004년 9~11월 이명박 시장 일행이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는지 여부에 대해 “기록이나 자료가 없어 이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쳤는지 안 쳤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윤훈씨는 ‘황제 테니스는 없었다’고 했다. 그랬다가 1년 만에 말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그 배경이 매우 의심스럽다. 이는 대표적 공작정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선병석 “테니스장 폐쇄 얘기 들어”

    남산실내테니스장 관리인으로서 ‘이명박 테니스’의 유일한 목격자인 이윤훈씨는 지난해 황제 테니스 사건이 터지자 언론매체 중 처음으로 ‘신동아’(2006년 5월호)와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황제 테니스는 없었다”고 밝혔는데, 다음은 당시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이명박 시장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주말과 휴일 코트를 모두 비워두게 했고 이 시장이 그 코트를 독점 사용했기 때문에 황제 테니스’라고 하더라.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황제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 우선 이 시장이 주말과 휴일에 코트를 독점 사용했다는 건 사실 왜곡이다. 이 시장은 코트를 독점하지 않았다.…이 시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간다. 예배가 끝난 뒤 곧장 남산실내테니스장에 오면 11시30분쯤 된다. 이때부터 이 시장은 여러 사람과 함께 돌아가며 복식으로 시합도 하고 코트에서 설렁탕 등 도시락으로 점심 먹는 것을 좋아했다.…그러나 일요일 오전과 오후 일부 시간대는 다른 팀이 장기계약으로 코트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 팀 때문에 이 시장은 예배가 끝나고 나서 곧바로 테니스를 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았다.…이렇게 불편하게 이용했는데 이 시장이 무슨 황제 테니스를 쳤다는 건가.”

    이에 대해 이윤훈씨는 “이 전 시장 일행이 원하는 시간대(일요일 오전 등)에 마음대로 테니스를 치지 못했으므로 황제 테니스가 아니라는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황제 테니스 논란 당시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업무협조문에도 “시장님이 토요일과 일요일 언제라도 오셔서 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 계약된 일요일 오전(09:00~13:00)을 제외한 전 영업시간을 일반회원의 사용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독점으로 사용하겠다고 하여…”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테니스장이 일반인에게 개장돼 있을 때를 전제로 한 “황제 테니스는 없었다” 발언과 “테니스장이 폐쇄된 기간에 이명박 전 시장 일행이 테니스를 쳤다”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사안에 대한 것으로, ‘말 바꾸기’나 ‘모순’은 아니라는 게 이윤훈씨 주장.

    서울시 “테니스장 합법 운영”

    그러나 이명박 캠프 관계자는 “같은 테니스 이슈를 놓고 2006년엔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다 2007년엔 이 전 시장에 불리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체육진흥회 측의 손해 발생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위탁계약이나 직영의 문제는 공익에 입각해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남산실내테니스장 담당 부서인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업소의 김을진 소장은 2004년 9~11월 이명박 전 시장 일행이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답변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정년퇴임을 앞두고 휴가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 일행 중 한 사람인 선병석씨는 “2004년 가을 남산실내테니스장이 폐쇄됐다는 얘기는 들었다. 나는 그 기간에는 이 전 시장과 함께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일원인 이명원씨는 “나는 2005년부터 이 전 시장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2004년 상황은 잘 모른다. 테니스 건은 이 전 시장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다. 체육진흥회 측에서 나쁜 의도를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쳤다고 해도 문제 안 된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유진선씨는 “이 전 시장과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가끔 테니스를 쳤지만 2004년 9~11월엔 내가 중국을 자주 왕래하던 때여서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다른 테니스 멤버들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자주 테니스를 쳤고, 자신의 이름으로 이 전 시장 일행의 코트 사용료 2000만원을 낸 안모씨(여)는 황제 테니스사건 이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황제 테니스 사건 당시 안씨가 이 시장 일행의 코트 사용료를 대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이명원씨는 “안씨는 테니스인으로서 황제 테니스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빨리 매듭짓기 위해 자신이 일단 코트 사용료로 2000만원을 내고 나중에 다른 일행 등으로부터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원씨는 안씨가 2000만원을 돌려받았는지, 돌려받았다면 누구로부터 돌려받았는지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이명박 캠프 측은 이 전 시장이 폐쇄된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는지 여부는 확인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쳤다고 해도 문제가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이용해 봤다는 한 테니스 동호인은 “멀쩡한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시장이 독점했다면 문제지만, 어차피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위험한 테니스장이었다면 얘기가 좀 다르지 않나. 그걸 독점이라 하는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황제 테니스 논란은 ‘경천동지’ 발언과 함께 해프닝으로 끝났다. 대중 스포츠인 테니스를 워낙 좋아하는 시장이 공사를 앞둔 ‘위험한’ 테니스장에 들어가 테니스를 좀 쳤다는 게 사실이라 해도 무슨 도덕적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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