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보고서’는 제이유 중국 진출 저지 목적”
- “1원이라도 은닉재산 있다면 죽을 때까지 옥살이하겠다”
- “회사 수익 줄이기 위해 방판법 개정 추진”
- “풀어주면 제주도, 강화도 땅 팔아 피해자 보상”
- 피해자대책위원장 “주씨 말 믿기 힘들다”
2006년 5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국회에서 제이유 관련 국정원 보고서를 공개하자 정치권과 정·관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른바 ‘국정원 리스트’라 불리는 이 보고서에는 제이유측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100억여 원을 살포했으며 정·관계를 비롯해 ‘힘깨나’ 쓰는 자리에 있는 15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권 의원이 정·관계 로비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지난해 3월 서울동부지검은 다단계판매와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제이유 본사와 일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뒤 ‘공유 마케팅’ 수법을 변종 금융 피라미드 수법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권 의원의 폭로 이후 제이유그룹 수사는 불법 영업 행위에서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확대됐다. 예상한 대로 주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 ‘국정원 리스트’를 봤습니까.
“봤지요. 한마디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디다. 그 리스트가 어떻게 작성된 건지 모르겠어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외국계 회사를 누르고 국내 다단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치고 나가니까 그것을 막을 목적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국정원 보고서가 작성됐고, 누군가 용의주도하게 이 문건을 언론과 국회에 흘러들어가게 한 것 같습니다.”
일종의 음모론이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리스트’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을 소환해 외국계 다단계회사와의 관련성을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로비 질문에 꾹 다문 입
▼ ‘국정원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로비 자금을 준 적이 없다는 건가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준 게 없어요. 해줄 이유도 없었고요. 사업을 하다 보니 한 달에 100군데 이상 후원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옵디다. 그래도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개인에게) 후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했더라면 벌써 문제가 불거졌겠죠.”
그의 주장은 검찰 수사 앞에 위태로워 보인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서경석 목사가 운영하는 단체에 준 돈은 과연 순수한 단체 후원금일까. 게다가 최근엔 염동연 의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제이유 측으로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다.
주씨는 정·관계 로비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재차 질문을 했지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주씨에게 2억원을 받았다가 1억5000만원을 되돌려준 정모 총경을 구속한 것 말고는 뚜렷한 실적이 없는 서울동부지검과 달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최재경)는 제이유그룹의 로비 실체에 서서히 다가서는 듯한 형국이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 검찰 수사관, 대학교수 등 10여 명이 제이유 측에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6월7일엔 제이유 측으로부터 세금 감면 청탁과 함께 약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씨를 구속했다.
또한 주씨는 수사 및 재판 무마를 대가로 서울대 법대 출신을 사칭한 ‘법조 브로커’ 이모씨에게 6억원, 제이유 측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느라 모 경제지 대표에게 5억원 상당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방문판매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을 위해 입법 로비자금으로 2억원을 썼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 은닉 재산이 2000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는데요.
“검사도 자꾸 법정에서 5조원대 매출이 발생했으니 수천억원의 은닉 재산은 간단히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1년 이상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를 했고 지금 서울중앙지검에서 모든 회사(25개 계열사와 관계사) 장부 갖다놓고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단 말입니다. 검찰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1심 재판에서도 제가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챙겼을 거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현재도 은닉 재산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조사 중입니다.”
“은닉 재산 나오면 사람 아니다”
▼ 검찰은 284억원을 횡령했다고 기소했는데요.
“공소사실 중 30억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120억원은 횡령이 아닌 배임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됐어요. 나머지 134억여 원. 횡령했다는 이 돈도 내가 회사 돈을 빼서 착복하거나 어디 갖다준 게 아니에요. 이쪽 회사에서 빼 저쪽 회사에 넣은 거지. 그런 게 법에 저촉돼 횡령이 되고 배임이 됐어요.”
1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제이유 그룹을 운영하면서 주력 계열사인 제이유 네트워크를 비롯한 계열회사의 자금 250여억원을 주수도 관리의 개인계좌로 빼돌려 계열사의 자금 또는 개인적인 사업 확장을 하는 등 제이유 네트워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시했다.
▼ 은닉 재산이 단 한 푼도 없다는 겁니까.
“단돈 1원이라도 숨겨놓은 게 있다면…. 어휴, 돈을 어디다 숨겨놓았다면 지금까지 무죄 주장한 것을 다 포기하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죽을 때까지 옥살이를 하겠습니다.”
▼ 은닉 재산에 대해 앞으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텐데요.
“정말 은닉 재산이 나오면 나는 사람이 아니죠. 지금까지 나를 믿고 고소를 안 한 사람들, 그들을 배신한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검찰이 지금까지 계열사 장부 전부 갖다놓고 조사하는데 나온 게 없잖아요.”
▼ 혹시 검찰을 얕보는 거 아닙니까. 검찰 수사력이 미흡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요.
“아이고, 검찰 수사 한번 받아보십시오.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디다 돈 한 푼 숨겨놨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 가족관계는 어떻습니까.
“마누라밖에 없어요. 나는 36세 노총각, 집사람은 34세 노처녀일 때 결혼했죠. 나이 든 노처녀 하나 구제해준 셈이죠.”
▼ 자녀는?
“없어요.”
▼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안 낳았으니까, 안 생겼으니까 없지요. 사업한다고 바삐 살면서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아요. 자식 없는 저는 욕심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에요.”
▼ 집에 생활비는 얼마나 갖다줬습니까.
“월 700만~800만원요.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애경사가 있으면 조금 더 줬고요. 대략 1000만원 줬어요. 그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노터치했죠. 이런 얘기를 강의 때 여러 번 했더니 저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기 치기 위해서 그렇게 산다’고 비아냥댑디다. 미우면 웃는 것도 가증스럽게 보이는 모양이에요.”
국세청과 행정소송 중
▼ 내연의 여자가 고소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도 있고요.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사업하는 사람에게 가장 돈 잘 받아내는 방법 중 하나가 그겁디다. 내연의 관계라고 협박하는 거. 그 여자에게 돈 빌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 갚았습니다. 그런데 더 받아내려고 그런 거지요. 누가 내 방에 와서 차 한잔만 마시고 가도 몹쓸 소문이 납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빼고 20시간 일만 하고 산 사람인데. 그런 일을 겪으면서 돈 앞에는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주장을 하면서 사람을 그리 음해합디다.”
▼ 제이유와 관련된 자산 외에 개인 소유의 부동산이 있습니까.
“선산이 있어요. 30년 전 문중에서 2000만원을 주고 선산을 샀는데 그거 살 때 제가 1500만원을 대준 적이 있어요. 4명 공동명의로 된 선산, 그게 전부예요.”
서울국세청은 2004년 제이유개발 등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벌여 법인세 누락, 후원 수당 과다 계상 등을 적발해 1320억여 원의 추징금을 통지했다. 제이유는 이에 불복해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해 재조사 결정을 이끌어냈다. 재조사를 거쳐 2005년 12월 532억원으로 과세액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서경석 목사가 서울국세청장을 만나 청탁을 한 정황을 잡고 관련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 정·관계 로비와 함께 국세청 세금 감면 로비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서목사가 서울국세청장을 만나기) 이전부터 제이유는 국세청과 1320억여 원의 추징세금에 대해 다투고 있었어요. 그중 120억원은 연체료를 포함해 180억원을 납부했고요. 나머지 1200여억원, 이건 말이죠. 제이유개발이 5000원씩 유상증자를 했는데 국세청이 매긴 주당 가치가 265만원이더라고요. 삼성전자 주가의 4~5배로 본 겁니다. 그렇게 해서 때린 세금이 670여억원입니다.
여기에다 국세청이 법인세 누락시켰다고 추징한 게 530억원. 이건 사업자들에게 수당으로 나간 돈의 절반을 수당이 아닌 접대비로 인정해 법인세를 누락시켰다고 해서 부과한 겁니다. 제이유는 다단계사업도 하고 방문판매(이하 방판)도 했어요. 다단계의 수당 상한선이 35%인 것과는 달리 방판은 수당에 제한이 없거든요. 그래서 사업자들에게 수당을 더 많이 줬단 말입니다. 그런데 국세청이 수당으로 지급한 돈 중 절반을 접대비로 처리한 겁니다. 국세청이 접대비로 지정한 부분에 대해 법인세를 누락시켰다고 해서 때린 세금이 530억원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 싸우고(행정소송) 있는 중이고요. 감세는 정당하게 이뤄진 겁니다. 청탁을 통해서가 아니라요.”
주씨는 완강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현 불가능한 ‘수당 지급’
방문판매법(이하 방판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와 관계기관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 또한 수사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검찰은 2005년 방판법 개정과 관련해 제이유그룹의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K의원의 전 보좌관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지난 5월31일 불러 조사했다.
이씨는 2005년 6월 국회 정무위 소속이던 모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다단계 후원수당 지급한도를 35%에서 40~50%로 올리고 다단계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품목당 가격 한도를 1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판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 실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실무 작업에 참여한 방판법 개정안은 2005년 6월18일 발의돼 정무위에 회부됐다가 6일 만에 철회됐다.
“다단계 수당 지급률 상한선을 35%로 정해놓은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만약 수당을 50~60%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면 다른 회사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돈 더 많이 준다는 회사로 옮기겠지요. 그러니까 그렇게 주기 싫은 회사에서 수당을 더 줄 수 없도록 오래전에 법을 만들게 해 묶어놓은 겁니다.”
▼ 수당 지급률을 높이면 회사의 수익은 감소하지 않습니까.
“당연한 얘기지요. 감소합니다. 제이유는 좀더 많은 사람이 다단계 사업을 통해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판법을 개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국내 1위 기업이니까 나서서 그 일을 한 겁니다. 상위 직급자의 배만 불리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거죠.”
회사의 수익 감소를 추구하는 회사. 주씨의 말대로라면 제이유는 회사보다는 판매원을 생각하는, 그야말로 헌신적인 기업이 아닐 수 없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요즘 잠 못 이루는 사람은 국정원 리스트에 포함된 150여 명의 정·관계 인사들뿐만이 아니다. 제이유 피해자들이 그들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제이유의 피해자는 9만3000여 명, 피해액은 약 2조1000억원이다.
제이유는 1999년 12월 주씨가 설립한 주코라는 회사에서 출발했다. 주씨는 1970년대 후반 서울 학원가에서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렸고 1982년부터 출판사와 학원을 운영했다. 1987년 신민주공화당 서울 강남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대선 때 김종필 후보를 돕는 등 정치권에도 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정계 진출의 꿈을 접고 1990년대 중반 다단계 판매회사에 뛰어들어 제이유그룹을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업체로 키워냈다. 주씨가 성공한 요인은 ‘소비생활 공유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판매기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마케팅 기법은 다단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02년 주코에서 제이유네트워크로 상호를 변경한 주씨가 고안했다는 ‘공유 마케팅’이란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제이유에서 판매하는 생필품과 각각의 물건마다 정해져 있는 PV(Point Value)가 있다. 여러 물건을 사서 120만 PV가 되면 1점이 되고, 1점에 대해 공유수당이 지급된다. 수당은 매일 각자 통장에 입금되며 1점당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300만원을 다 받게 되면 1점이 소멸된다.
다만 이는 물건을 1000만원 이상 구매해서 ‘에이전트 회원’이 돼야 적용된다. 예컨대 2000여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해 10점을 얻으면 3000만원까지 수당을 받게 된다. 단 수당의 지급기한은 정해지지 않았고,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 피해자가 속출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 필요 없는 물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출이 높아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점수가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회원들에게 과중한 수당 지급 및 회원점수 누적에 따른 회사 재정의 악화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회원에게 물품 및 수당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것을 잘 알면서도 마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단기간 내에 성과를 얻기 어려운 수익사업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어 회원들의 투자금 회수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처럼 선전해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한 점을 문제 삼았다.
“중국 투자지분 나눠주겠다”
제이유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양종환씨는 “총 35만여 명이 피해자”라며 제이유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해 부부간에 갈등이 불거져 결국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음은 양씨의 말.
“주수도씨를 고소한 단체는 저희 외에 두 곳 더 있습니다. 인원은 3000여 명. 이들의 총 피해금액 추정치는 원금(물품 수령과 그동안 받아간 수당을 제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2200억원가량 되고요. 현재 회원들의 누적점수가 60여만점이라고 알고 있어요. 점당 300만원씩 보상한다면 1조8000억원이 되고,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1점당) 100만원씩만 보상한다 해도 6000억원입니다.”
이에 대해 주씨는 “60여만점 중 절반은 1점이 안 돼 수당을 받을 수 없는 휴면계좌와 같은 점수”라면서 “1점당 100만원씩 보상할 경우 실질 피해보상 금액은 300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 피해를 보상할 재정 능력이 있습니까.
“제주도는 정상적으로 개발(약 60만평에 달하는 제주도 오라관광지구 개발사업)을 하면 3000억원 가까운 순익이 떨어집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2800억원 정도. 제주도 개발을 완료하려면 3~5년이 걸립니다. 이걸 급매로 팔겠다는 겁니다. 현재 1500억원에 물건을 매도하려 하는데 매수자측에서 1350억원에 매수 의사를 전해왔어요. 압류된 세금과 공사대금 등 갚아야 할 돈이 900억~1000억원 됩니다. 제주도 땅을 매각했을 때 빚 갚고 남는 돈이 300억~400억원 되고요.
강화도(약 54만평에 이르는 강화도 덕정 복합관광사업)도 매각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강화도에서 500억원 정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투자한 방문판매사업을 확대할 겁니다. 중국 투자에 대한 지분을 나눠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마련 가능한 900여 억원으로 피해를 보상하려 합니다.”
화려한 청사진 제시, 듣는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는 청산유수의 말솜씨는 여전하다. 자신만만한 태도도 그대로다. 그의 말대로라면 제이유는 아무 문제가 없고, 지금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왜 그는 감옥에 가 있는 걸까. 그는 진짜 그 이유를 모르는 걸까.
▼ 출소해서 피해보상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구속집행정지신청을 냈다고 들었는데요.
“무엇보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인간 된 도리라고 생각하니까요. 피해자들과 24시간 숙식을 같이하면서 피해자측이 내세운 경리전문가와 공인회계사 등 해당 부문 전문가를 데려다가 그동안 회사에 입금된 돈이 얼마고 출금된 것이 얼마인지 확인해 은닉재산에 대한 의혹을 먼저 푼 다음 자산을 정리해 피해보상을 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문 닫은 회사들도 자산 정리할 것은 하고. 지금은 추가로 물건을 만들 능력은 안 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인데, 회사 돌아가게 만들어놓고 물건을 출고하게 할 겁니다.”
한편 피해자보상대책위 양 위원장은 주씨의 조건부 석방에 대해 “그 많은 돈을 몇 달 만에 마련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선(先)보상에 합의 후 계약이행금을 지급하면 조건부 석방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씨가 말하는 땅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 고소인(피해자) 동의가 쉽지 않은 데다 도주 우려 때문에 구속집행정지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디로 도망가겠어요? 변호사들이 보증을 설 텐데. 내가 도망가면 변호사들 인생은 어떻게 되겠어요. (구속집행정지가 이뤄질 경우) 법원측이 경찰을 파견해 도주하지 않도록 지켜도 좋고. 경비업체에서 와서 경호를 해도 좋습니다. 나가서 피해자들과 머리를 맞댄 채 수습하고자 합니다. 하긴 내가 수습을 다 했다고 해서 사기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예컨대 돈 빌렸다가 갚아도 재판장이 사기라고 하면 사기인 거죠.”
▼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가족에게 과도한 수당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수당은 단 한 명에게도 예외 없이 공평하게 지급했어요. 다만 영업이 중지되니까 민원(청약철회)이 급증했어요. 민원을 정식으로 접수하고 수당을 받아간 사람 중에 이 비서관의 가족이 끼어 있었던 거죠. 나는 그들이 민원을 통해 돈을 받아갔는지 안 받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영업정지 이후에 각자 처한 상황에 대한 사유서를 쓰게 한 뒤 1점당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을 100만원에 합의해 총 1560억원을 지급했어요.”
▼ 이 전 비서관이나 검찰 또는 경찰의 고위 관계자, 혹은 그 가족을 만난 적이 없습니까.
“전혀 없어요. 볼 이유도 없었고요. 따로 그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번에 난리가 났겠지. 검찰에서 조사했는데 나온 게 없잖아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위치한 서초동 검찰 청사 10층에는 휴일 저녁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항소심 판결도 임박했다. 주 회장이 ‘여론재판’으로 억울하게 당한 것인지, 아니면 후안무치한 파렴치범인지 곧 판가름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