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이나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때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는 DNA에 변화를 일으켜 암 유발률을 높인다. 니시오카 하지메 교수는 실험을 통해, 침 속의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에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타액이 입으로 들어오는 각종 오염인자와 발암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는 얘기다.
타액의 이런 힘은 음식물을 오래 꼭꼭 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효과가 더 크다. 잘 씹어 먹지 못하는 사람은 타액 분비가 적어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먹어도 독성을 제대로 제거하기 힘들다. 반면 잘 씹어 먹는 사람은 타액 분비량이 많은 만큼 독성 제거력이 뛰어나 암 예방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씹는 게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음식을 씹을 때 나오는 침은 살균 및 구강 청결 기능을 하고, 노화방지에도 관여한다. 타액 속에 노화방지 호르몬인 파로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씹는 것 자체만으로도 뇌기능을 활발하게 해 치매를 예방하고 각종 성인병의 주범인 비만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을 꼭꼭 씹어 먹어 침 분비량을 늘리는 것은 무엇을 먹을까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식후에 무가당 껌을 씹어 침 분비를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잘 씹는 것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틀니보다 임플란트가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저작(咀嚼) 기능으로 따지면 틀니와 임플란트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틀니는 저작력이 자연치의 5~20%밖에 되지 않아 질긴 고기나 채소 등 음식을 씹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음식을 먹을 때마다 들썩거려 부드러운 음식만 가려 먹게 되거나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게 된다.
반면 임플란트는 저작력이 자연치의 70~80%에 달해 채소와 고기를 가리지 않고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당뇨 환자나 노인 환자에게도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단, 임플란트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아를 지탱하는 주춧돌인 잇몸이 튼튼해야 한다. 잇몸이 부실하면 임플란트를 심어도 금세 흔들리다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잇몸병에 취약한 당뇨 환자나 노인, 담배·스트레스·술에 자주 노출되는 직장인은 임플란트 시술 후에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잇몸관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