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약 복용을 꺼린다. 고혈압과 관련된 합병증과 고혈압약을 복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야 안심한다. 고혈압약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에게서 적절한 처방을 받고 올바르게 복용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우에도 복약을 거부하다 수년 안에 중요 장기에 합병증이 발생, 생명을 위협받는 안타까운 경우를 보게 된다. 여기서 중요 장기라 함은 뇌, 심장, 신장 등을 가리키며 이런 장기에 합병증이 생기면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같은 무서운 질병으로 나타난다.
고혈압의 치료 목적은 중요 장기에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다. 고혈압의 약물 치료가 사망원인 1~2위인 뇌·심장혈관 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고혈압 약제를 복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익한 효과는 적지 않다. 혈관, 신장과 심장 기능의 보호 및 당뇨병의 예방 등이 대표적이다. 심장을 예로 들면 고혈압 약물은 심장을 크게 해 심부전과 부정맥을 막고, 심장혈관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고혈압약은 단순히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 외에도 장기 보호 효과가 뛰어나고 각 약제가 가진 유익한 효과가 다양해 여러 개의 혈압약을 복합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반복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는 바로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익하다.
좋은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기에 오랜 기간 복용해도 부담될 것은 없다. 간혹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2~3가지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약이 많아진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불규칙한 복용으로 혈압의 변동이 심해졌기 때문이거나 약에만 의존하고 운동, 식이조절, 금연, 금주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성격적 문제, 직업적 스트레스도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혈압약은 되도록 먹지 말고, 먹더라도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항간의 인식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발상이다. 정확히 진단을 받았다면 자신에게 맞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이 고령화 시대에 고혈압을 물리치고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