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다시 떠오른 ‘중국 위협론’의 실체

깨어나는 거룡 (巨龍)? 미국의 ‘중국 때리기’?

  • 금희연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정치 hykeum@uos.ac.kr

    입력2007-07-06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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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불가피한가. 쏟아져 나오는 ‘중국 위협론’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고공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이 끝내 무력충돌 같은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 기존의 패권국가에 새로운 국가가 도전할 때 세력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가상의 위협’을 근거로 현실을 호도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시 떠오른 ‘중국 위협론’의 실체

    2006년 10월 중국 인민해방군 기계화사단 전차들이 허난 지역의 군사훈련 ‘꿰샨 2006’을 위해 열차로 수송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위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3월27일 외신은 중국공산당 내부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4만8000t급 비핵동력 항공모함 건조계획인 ‘085 프로젝트’와 9만3000t급 초대형 핵동력 항공모함 건조계획인 ‘089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계획이 유독 관심을 끈 것은 두 프로젝트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동안 추측에 불과했던 중국의 핵동력 항공모함 건조가 자체기술로 2010년까지 완료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개발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국방과학공업기술위원회 장윈촨 주임의 기자회견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5월25일 배포한 ‘중국 군사력에 관한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on the military power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에서 ‘중국이 여전히 국제사회의 군사적 균형을 파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대국으로서의 패권을 추구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사흘 뒤 성명을 통해 ‘미국이야말로 중국 군사력 증강을 과대평가하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향후 군사 및 무역관계를 증진하려는 의도를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0년대부터 맹위를 떨쳐온 해묵은 중국 위협론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최근의 흐름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미국의 대(對)중국관과 이를 경계하는 중국의 대(對)미국관이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6년이 다 돼가는데도 여전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환율조작이나 지적재산권 침해 등 무책임한 행동을 계속함으로써 세계의 안보와 안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도 할 말은 있다. 미일 안보동맹이 자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여전히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의 행동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반감,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해 중국 국내정치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른바 ‘화평연변(和平演變)’을 시도하고 있다는 경계심 등은 꾸준히 양국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왔다. 이러한 흐름이 급기야 위협론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최근의 형국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중국을 장래의 도전세력 또는 국제질서의 균형을 깨뜨리는 현상파괴세력으로 보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과 발전을 과대평가하고 있고 현재의 상황에 미래의 가능성을 억지로 꿰어 맞춰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중국 위협론’은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의 일환에 불과한가. ‘위협론’과 이를 반박하는 ‘기우론’ 모두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귀납법적인 주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두 가지 주장 모두 현재 중국의 발전이 괄목할 만한 것이고 향후 지역 내 안정뿐 아니라 국제정치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엿보인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넘어설 때

    중국 위협론이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0년 8월 일본방위대학의 무라이(村井友秀) 교수가 ‘제군(諸君)’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중국, 잠재위협을 논함’이라는 논문에서였다. 미국에서는 1992년 ‘폴리시리뷰(Policy Review)’ 가을호에 로스 먼로 교수가 ‘깨어나고 있는 거룡(巨龍), 아시아의 진정한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온다’라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중국 위협론(China Threat)’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학계와 언론계, 군사 및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 위협론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게 된다. 1995년과 1996년 미국은 홍콩 반환으로 자유세계가 전체주의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중국 위협론을 재등장시켰고, 1997년에는 이를 극명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리처드 번스타인과 로스 먼로의 ‘다가올 중국과의 일전(Coming Conflict with China)’이 출간됐다.

    이러한 주장들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 및 정치 및 외교대국으로 등장하게 됨으로써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조했다. 1999년에는 중국의 미국 내 정치자금 제공사건이, 2002년에는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문제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대중국 봉쇄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건이 다시 위협론을 들썩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들 위협론은, 대개 몇 가지 역사적 경험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위협의 내용이나 개념도 달라진다. 첫째는 중화사상에 기초한 중국의 민족주의와 민족중심적 행태가 패권적 대외정책을 야기한다는 이른바 민족주의적 위협론이다. ‘대한민족주의(大漢民族主義)’를 추구하는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국제정치의 중심국가로 부상해 21세기를 ‘치욕의 역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세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의 의도와 기도는 군사적 팽창주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역시, 유교문화에 기초한 중국의 민족주의와 가치체계는 기독교나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서방세계 가치체계와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는 군사적 위협론이다. 중국이야말로 전형적인 패권 추구 국가이며, 기존 패권국가의 현상유지에 도전하는 위험한 국가라는 것이다.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내역이 불투명한 중국 국방비의 규모와 지출이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방아쇠 노릇을 한다. 지난해 12월29일 발간된 ‘중국국방백서(2006年中國的國防)’는 2006년 국방비가 2838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4.87%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장언주(姜恩柱) 전국인민대표회의 대변인이 밝힌 2007년 국방비 예산은 3509억위안으로 지난해에 비해 17.8% 증액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국방비 발표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5월 ‘중국 군사력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비가 공식 발표보다 2~3배 많은 700억~1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셋째는 중국경제 위협론이다. 여기에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저력에 관한 위기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1978년 이래 중국은 연평균 9%에 달하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현재는 외환보유고 1위를 독주하고 있으며 구매력 수준으로 계산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12조달러에 근접하는 10조달러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중국이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단순히 중국의 저력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고성장이 초래할 전지구적 재앙이나 부작용과도 연관이 있다. 14억에 가까운 인구, 고성장 유지에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 확보, 개발과 성장 우선전략으로 인한 환경 및 생태 파괴 등은 서구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위협론을 야기한다. 이른바 인구 위협론, 에너지 위협론, 식량 위협론, 환경 위협론, 자원 위협론이 그것이다. 향후 중국이 만들어내고, 중국이 직면할 이러한 문제들이 세계의 수요와 공급체계를 교란시켜 궁극적으로 새로운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마지막으로 서구 국제정치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세력전이(勢力轉移) 이론에 입각한 위험론이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과 전략이라는 정치적 잠재력이 향후 중국을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시킬 것이라는 게 그 골자다.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의 오갠스키 교수는 힘에 기초한 위계적인 국제질서와 국가간 세력의 불균형이 오히려 국제평화와 안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대국이 이미 지배국이 돼 있는 상황에 불만을 느끼는 국가들은 점차 자국의 힘을 축적해 서서히 강대국 반열에 진입하려고 애쓰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간 갈등의 빈도와 강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오갠스키의 세력전이 이론을 현재의 미중 간 갈등에 적용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즉 중국은 자국의 증가된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발언권과 역할을 요구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기존 강대국은 중국과의 이익 균점에 인색하거나 반대한다는 것. 결국 중국은 부득불 자국의 힘을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되므로 미국에 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은 분명 힘의 증대와 확대에 있어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WTO 가입이나 베이징올림픽 유치처럼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야 했던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영향권과 세력권을 형성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는 각 분야에서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력전이 이론에 따르면 중국의 급성장과 외교력 강화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성숙단계에 있는 지배국인 미국과 성장단계에 있는 불만족 국가인 중국 사이에 국력이 비슷해지는 시점에서 갈등이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무력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력전이 이론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모두 자원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지배국 영국과 급속히 성장하는 불만족 국가 독일의 갈등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독일이 내부 문제 해결을 빌미로 영국의 세력권에 도전함으로써 전쟁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에도 전쟁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현실적 힘의 증가에 민족주의적 의도가 합쳐져 중국은 평화와 협력보다는 현상파괴와 갈등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위협론자들의 주장이다.

    ‘위협론’의 허와 실

    여기까지만 듣고 보면 중국과 미국은 조만간 세계대전의 숙명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론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기우론’은 말 그대로 중국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위협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우선 중국의 위협이 ‘가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으며, 중국의 미래를 과거에만 투영해 예측하거나 현재의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중국의 실상과 의도를 왜곡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중국 위협론을 현실적인 능력과 의도라는 측면에서 반박하는 의견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우선 중국의 경제성장이 과대평가되고 성장률이 부풀려졌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아직 저발전 국가이며 경제규모나 수준에서도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혼재하는 중국의 독특한 체제는 내부적인 모순을 많이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은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유지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얘기했듯 2006년 중국의 경제규모는 구매력 수준으로 약 10조달러로 미국의 12조3000억달러, 유럽연합(EU)의 12조180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과거 20여 년간 중국은 평균 9%가 넘는 고도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고성장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릴 때 크기가 작은 눈덩이는 굴리기 쉽고 빨리 굴릴 수 있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의 군사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과장됐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군사비 증가가 인건비 부분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반박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최소한 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비해 미미하며,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 군사비는 증가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군사비가 급속히 늘어났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중국의 실제 국방비가 1000억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는 위협론자들의 주장은 분명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국이 내놓는 통계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음을 감안해 최대한으로 추정해도 500억~600억달러 수준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실 이는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방위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과 국가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03년에는 각각 1.4%와 7.74%, 2004년에는 1.38%와 7.72%, 2005년에는 1.35%와 7.29%로 낮아졌다. 2006년 12월29일에 발간된 중국 국방백서는 국방비의 구성, 용도 및 증가폭과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의 국방비는 연평균 13.36% 증가했고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매년 9.64%씩 증가해왔다. 2006년의 국방예산은 14.68% 증가한 2838억위안이지만, 이는 미국의 6.19%, 영국의 52.95%, 프랑스의 71.45%, 일본의 67.52%에 불과한 액수로 여전히 선진국의 수준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和平푞起’와 ‘和平發展’

    또한 이 백서는 국방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우선 군인 급여와 부대 생활환경 개선, 무기 및 장비와 기초시설 건설비용, 군 전문인력 육성지원, 물가상승요소 반영 등을 거론한다. 중국의 국방비 총액에 비해 병력 1인당 평균지출액은 강대국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현저하게 낮은 액수다. 2005년 중국의 병력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만7600위안으로 미국의 3.74%, 일본의 7.07%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던 사영기업 부문을 포기하는 대가로 제공하는 보상금 역시 국방예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국방비의 증가를 순수한 군비 증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외의 보수적인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중국의 군사력을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다음으로 중국의 대외전략이 위협적이라는 주장은 주로 중국 정부의 공식반응과 대응을 통해 논박당하고 있다. 3월1일 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뉴스브리핑에서 중국 위협론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의 외교이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람은 중국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의 외교이념은 평화발전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그는 “중국은 패권주의, 강권정치를 반대하며…평화협상을 통해 국제분쟁을 해결할 것이며 함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방위전략이 수세적이며 방어 목적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이 합리적인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은 주권과 영토완정(完整)이라는 국가목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대외확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중국의 발전전략과 세계전략이 위협적이라는 주장도 중국의 의도를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해석한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중국의 발전전략이 서방국가의 우려를 자아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우려를 중요한 이슈로 판단하고 있다. 2003년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개혁논단의 이사장인 정비젠(鄭必堅)은 기존의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빛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라는 다소 공세적인 발전전략에서 벗어나, 강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이른바 ‘和平푞起’를 주장했다. 여기서 앞에 ‘和平’을 붙인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의 부상은 결코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이 아닐 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공존과 협력에 의한 평화적인 부상이라는 것이다.

    그 후 정비젠의 논지는 2005년 미국의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 9·10월호에 게재된 ‘강대국 지위를 향한 중국의 평화적 부상(China’s ‘Peaceful Rise’ to Great-Power Status)’이라는 글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급속한 경제발전과 정치적 위상 증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과의 관계증진을 통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발전과 성장의 끝에 강대국화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이 오히려 세계평화를 증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과 중앙당교 교장을 역임하고 장쩌민 주석에 이어 현재는 후진타오 주석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하는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제동이 걸린 일이 있다. ‘和平’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푞起’가 서방 국가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和平푞起’라는 고사성어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和平發展(평화적 발전)’이라는 슬로건으로 대체한 것이다. 실제로 후진타오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슬로건은 모든 사람이 함께 조화롭게 사는 ‘和諧社會’의 건설이었다. 발전과 환경, 농촌과 도시, 지역과 세계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질서와 국제환경까지 고려한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스스로 자국의 부상이 주변국이나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을 자극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점점 강화되는 시점에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최근 중국이 국제평화유지군 파견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주변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고 움직이는 것도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위협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는, 중국이 장차 경제력뿐 아니라 정치력이나 군사력에서도 미국에 필적할 만한 강대국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체제와 안보 공약은 중국의 그것보다 확고하고 강력하다. 군사적으로 미국의 힘과 능력, 의지는 중국의 ‘잠재적 발전’이나 ‘가시화되지 않은 의지’를 능가한다. 현재의 중국뿐 아니라 미래의 중국조차 미국에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에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단순히 양자간의 쌍무적 관계가 아니라 한반도, 대만해협, 중일관계, 중러관계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밀월과 소원,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양국은 불안정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 노력해왔고, 흔들림 속에서도 발전하고 있으며, 가까이 다가가다가도 거리를 두는 미묘한 관계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른바 ‘3C(candid, constructive, cooperative·솔직하고 건설적이며 협력적)’라는 기존의 대(對)중국관에 또 하나의 C(complicated·복잡함)를 추가한 것은 중국에 자유롭지 못한 미국의 심리적 부담감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갈등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다. 이는 향후 중미관계가 더욱 성숙할 것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실이다. 비록 갖가지 이슈에서 갈등과 대립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관리와 통제가 가능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

    가장 이상적인 중국의 위상

    중국의 부상은 이미 기정사실이자 현실이 됐고, 중국의 세력확대를 과연 어느 수준까지 용인해야 하는지는 각국이 준비하는 대(對)중국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이상적인 중국의 위상으로 ‘중간 정도의 힘을 가진 국가’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전략으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일본 정도의 형태를 띠는 국가로 남게 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러한 세력 수준의 중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중요한 정치·경제·군사·문화적 협력자가 될 수 있으며, 기존 강대국과도 패권경쟁이 아닌 외교적·전략적·협력적 파트너로서 제한적인 상호의존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다시 떠오른 ‘중국 위협론’의 실체
    금희연

    1953년 경북 영양 출생

    연세대 정외과 졸업

    대만국립정치대학 석사(중국 외교정책), 미국 마이애미대 박사(중국정치경제)

    現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법정대학장

    저서 및 논문 : ‘현대중국정치론’ ‘한중일 3국의 부패’ ‘중국에서의 정치학의 발전’ ‘개혁개방과 당-기업관계의 변화’ ‘중국정치에서의 추종자-후원자 관계’ 등


    한 국가의 발전이 타국의 전략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제한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과 성장이 중국만의 전략이나 정책 문제일 수는 없다.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Intermestic(international과 domestic의 합성어)’ 시대에 중국은 지위와 힘에 걸맞은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의무를 요구받고 있다.

    1978년 이후 중국이 제도화와 법제화를 통해 체제의 투명성과 정치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그 움직임은 느리고, 범위는 좁은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경제개혁, 조심스러운 정치개혁’이라는 한계를 설정해놓은 중국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경제성장을 위해 정치발전과 민주화를 머뭇거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발독재와 권위주의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결국에는 민주화를 통해 체제의 변화와 정치발전을 이룩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선례를 살펴 중국이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만이, ‘중국 위협론’이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음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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