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시내버스에 CCTV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반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버스회사 운수요금 횡령 사건이 워낙 큰 물의를 빚어 요금 수납을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애초에 시내버스 CCTV는 현금 징수를 감시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고, 공공예산을 지원받아 급속도로 확대됐다. 버스카드가 일반화하면서 요금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크게 줄었지만 회사로선 이런저런 다른 쓸모가 있어 CCTV는 그대로 남아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들여다보고 있던 CCTV 화면 속의 승객 한 사람이 멍하니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렇지만 그게 카메라인지는 모르는 눈치다. 화면 속의 그가 이제 김 과장을 쳐다보고 있다.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니 김 과장은 어쩐지 불편한 심정이다.
‘CCTV가 언제 이렇게 많아졌지?’
김 과장은 퇴근하며 잠깐 은행의 현금인출기 코너에 들렀다. ‘촤르륵~’ 기계가 돈을 세는 소리를 들으며 버릇처럼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본다. 아마 저 너머에도 CCTV가 있고 누군가는 그 화면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 들어서는데 주차장, 쓰레기 수거함, 엘리베이터에서도 검은색 반투명 유리 반구에 감춰져 있는 카메라가 보인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CCTV 화면만 들여다본 탓인지, 오늘따라 유독 신경에 거슬린다.
‘언제 CCTV가 이렇게 많아진 거지?’
집에 들어온 지 10분이 지났지만, 아들 준기 녀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또 컴퓨터 게임 삼매경임이 분명하다. 이제 중학생이니 공부 좀 해야 할 텐데, 늘상 친구들하고 PC방이나 어울려 다닌다. 더 골치 아픈 건 곧이곧대로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 조금 다그치기라도 하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사춘기인가?
김 과장은 고심 끝에 얼마 전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했다. 물론 아이 모르게. 아이가 잠자는 사이 미리 알아봐둔 대로 몇 번 키 조작을 거치자 금세 신청이 완료됐다. 덕분에 중간고사가 코앞인데도 녀석이 저녁때까지 집 밖을 헤매고 다닌 것을 알고 있다. 독서실에 간다더니. 오늘은 단단히 한 소리 해야겠다.
열네 살 김준기는 요즘 한창 ‘왕잼나’ 게임 사이트에 빠져 있다. 특히 게임머니로 아바타를 꾸미는 데 단단히 재미가 들렸다. 문제는 게임 머니가 충분치 않다는 것. 안달이 난 준기는 자칭타칭 게임도사인 같은 반 동훈이에게 물었다.
“휴대전화로 아이템을 결제해. 다들 그렇게 해.”
“안 돼, 아빠가 알면 나 죽어. 다른 방법 없냐?”
“있긴 있지.”
동훈이의 말로는 게임 사이트마다 제휴한 사이트가 있단다. 거기에 회원가입을 하면 그 대가로 게임머니를 조금씩 충전해준단다. 그것도 공짜로! 신이 나서 제휴 사이트에 모조리 가입해버렸다. 게임머니가 든든해졌다. 그런데 그것도 며칠. 게임머니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이걸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