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北, 김정일 심장수술 사후조치 南에 당부?

국정원, 김정남과 독일 의료진 동행 입국 확인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7-07-09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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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과연 심장수술을 받긴 받은 것인가. 쏟아지는 외신보도에 놀란 국가정보원은 고위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증거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언론은 “사실상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건강 이상 징후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청와대도 마찬가지. 과연 정부 당국은 정말로 심장수술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5월 중순 이후 정부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일련의 사실확인 작업을 추적했다.
    김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첩보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 처음 전달된 것은 5월21일 무렵이다. 독일의 의료진이 5월 중순 평양을 방문해 ‘최고위층’의 심장 관련 수술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는 국정원발(發) 보고였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때의 보고는 ‘심근경색 발작과 같이 치명적인 위험은 아니었으며, 협심증 소견이 있어 근원치료 차원에서 시술된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였다. 수술의 종류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술은 성공적이었고 경과가 좋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최초 소스가 어디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보는 정부 관련부처의 소수 당국자에게만 공유됐고, 철저한 보안 엄수 명령이 떨어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평양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이 이 무렵의 일이었다.

    그러나 보안은 생각만큼 오래 지켜지지 못했다. 5월28일 ‘조선일보’는 정부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그동안 앓아오던 당뇨병과 심장병이 최근 악화됐다는 정보를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안보부처 당국자들은 줄줄이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다”며 기사를 부인했지만, 이미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5월초부터 한 달 가까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던 김 위원장의 신상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설은 삽시간에 ‘사실’로 퍼져 나갔다.

    이 무렵 국정원은 독일 주재 해외요원을 동원해 문제의 심장수술을 집도했다는 의료진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서였다는 것. 베를린 현지에서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심장수술팀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또 다른 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국내법이 의료진에 부과하고 있는 ‘환자 개인정보 누설 금지’ 의무였다. 독일 법원의 영장 없이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완강한 태도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을 수술했다’는 최종 확인은 불가능했다. 환자의 가슴을 열고 실시한 전면적인 심장수술이었는지, 보다 가벼운 시술이었는지 역시 6월 초순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6월8일,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가 김 위원장의 심장수술 소식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기사를 보도했다. 5월11일부터 19일까지라는 구체적인 일자와 6명이라는 의료팀 인원, ‘베를린심장센터’라는 구체적인 기관명을 공개한 기사였다. 베를린심장센터측은 ‘슈칸겐다이’의 질의에 “수술을 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니며, 과학자와 노동자 등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슈칸겐다이’는 관련정보를 해당 의료진과 친분이 있는 의사로부터 처음 입수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5월말 청와대에 보고된 정보가 일본 언론에 유출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6월초 상황으로만 보자면 심장수술을 받은 이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물증’이 확보된 것은 아니었다. 국정원 고위관계자가 6월11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특별히 건강이 악화된 증거는 없다”며 “북한 고위간부들이 (독일 의사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대상이 김 위원장이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5월12일 평양행 JS152

    그러나 국정원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심증이 있었다. 베를린심장센터 의료팀이 국정원측과의 인터뷰에서 묘한 이야기를 남긴 것. 이들 의료진은 5월11일 독일을 출발해 5월12일 오전 11시30분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고려민항 JS152편 여객기를 탔다. 그런데 이 여객기에는 의미심장한 인물이 동승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36)이었다.

    김정남이 독일 의료진을 직접 섭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우연히’ 동승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당국자들은 말한다. 국정원측은 별도의 경로를 통해 김정남이 JS152편 탑승자 명단에 있었는지 확인하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아’는 베를린심장센터에 국정원측과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보냈지만, 기사 마감시간까지 답신이 없었다.

    김정남의 출현 소식으로 국정원은 사실상 결론을 내린 듯하다. 그간 베이징을 중심으로 곳곳을 떠돌던 김정남의 최근 소식은 3월 북한대사관 직원을 통해 베이징 주재 프랑스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는 첩보였다. 외부로만 떠돌던 그가 아버지의 심장치료 날짜에 맞춰 귀국했다는 사실은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한 전직 북한관련 정보 당국자의 분석이다.

    “우선 김 위원장이 애초에 심근경색 발작 등 심각한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에 갑자기 귀국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독일 의료진을 섭외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5월9일 오후 평양으로 들어가는 JS252편을 타지 않았던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전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었고, 수술 스케줄이 사전에 확정됐기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러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아버지가 심장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장남이 뵈러 가야 하지 않겠나.

    이는 후계구도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술이 될지는 독일 의료진이 결정할 일인데, 수술 도중에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에 하나 목숨을 잃거나 정권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치면 이후 권력 향방이 어디로 갈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이 아들 정철과 정운 등을 군부대 시찰 등에 동행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이복동생들이나 그들을 등에 업은 세력 간의 권력다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김정남은 당연히 평양에 가고 싶었을 것이다.

    거꾸로 정철과 정운이 아직 20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 처지에서도 자신이 수술을 받는 동안 장남이 곁을 지키기를 원했을 수 있다. 최소한 수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나 가족들이 꽤 큰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정보다.”

    ‘슈칸겐다이’의 기사는 김 위원장이 5월초 심근경색을 일으켜 평양 김만유 병원에서 ‘바이패스(bypass)’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이패스 수술이란 심장에 연결돼 있는 혈관이 쪼그라들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경우 허벅지 등에서 다른 혈관을 떼내어 심장에 연결해 ‘우회로’를 만드는 기법으로, 가슴을 완전히 절개해 흉곽을 들어내야 하는 대수술이다. 반면 5월14일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북한 관련 인사의 말을 인용해 “당초 독일 의료진은 대수술을 예상했으나 막힌 동맥은 1개에 불과해 간단한 시술만 하고 돌아왔다”며 “김 위원장이 65세의 고령에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패스 수술을 했다면 수술 이후에도 엄청난 통증이 계속돼 진통제를 꾸준히 맞아야 하기 때문에 회복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심혈관 수술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5월 중순 청와대에 전달된 첫 보고에 “시술이 성공적이었고 김 위원장의 활동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점이나 6월 초순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사진이 북한 언론에 공개된 사실 등을 감안하면, 바이패스 시술을 받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쪼그라든 혈관에 순간적으로 공기를 불어넣거나 관을 투입해 혈전을 녹이는 등의 ‘중재적(interventional) 기법’은 가슴을 완전히 여는 대신 극히 부분적인 절개만으로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따라서 회복하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이 받은 시술의 종류에 관해서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김만유 병원은 조총련 계열의 의사 김만유씨가 기부한 자금으로 1986년 평양 대동강구역에 세워진 심장 전문 병원이다. 대북 의료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병원 관계자들은 평양의학대학이나 적십자병원 등에 기증한 심장관련 장비 등이 김만유 병원으로 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북한에서 의료계에 종사했던 일부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았다면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한 김만유 병원이 아니라 최고위층 전문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 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혈관 촬영 소모품? 인공혈관?

    국가 최고지도자의 수술을 정보가 새어 나갈 염려가 있는 외국 의료진을 초빙해 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의학의 수준 문제였을까. 대북 의료지원사업을 진행해온 전문가들이나 탈북 의료계 인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바이패스든 중재적 시술이든 북한 의료진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1990년대 이후에도 독일은 물론 미국에도 수십명 규모의 인원을 유학시켜왔고, 40대 후반으로 알려진 평양의대 심혈관과장 등 세계 수준의 전문가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최고위층을 위한 의술’은 어느 나라 못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관계자들은 “북한의 어느 누가 감히 김 위원장의 몸에 칼을 대려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만에 하나 수술이 잘못될 경우 상상 못할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고, 절대권력을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감시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최고의 시술을 한다’는 핑계로 해외 의료진을 초청해 그러한 곤혹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렇듯 절대 권력자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평양 내부의 ‘과잉 분위기’는 6월 초순 국정원을 통해 전달된 또 다른 정보와도 맥이 닿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이 무렵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인사들에게 심혈관 질환 관련장비 등 ‘김 위원장 수술의 사후조치와 관련 있어 보이는’ 물품을 구해달라고 은밀히 요청해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역시 엄중한 보안에 부쳐진 이 정보는 관계 당국자들 사이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이 공유됐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신동아’는 복수의 당국자에게 추가 취재를 시도했지만, 기사 마감시간까지 세부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정부의 한 실무자는 “5월30일 밤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 마련된 남북장관급회담장에 김만복 국정원장이 서훈 3차장과 함께 방문해 장시간 머물렀던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훈 3차장은 노무현 정부의 막후 대북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 당시 김 원장과 서 차장의 방문 사실이 언론에 노출됨에 따라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놓고 구구한 관측이 쏟아져 나왔고, 국정원측은 “파견 나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통상적 방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의료장비나 물품 지원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등은 인도주의사업 차원에서 MRI(자기공명촬영장치) 같은 대형 검사설비를 꾸준히 기증해왔다. 최근 수년 사이 인공심폐기나 필립스 혈관조영촬영장치(angiography·혈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촬영하는 특수 X선 장치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진단치료에 필수적임) 등 심혈관 계통의 고급 장비도 제공한 바 있다. 나눔인터내셔널과 같은 NGO들도 수년간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고위당국자가 남측 인사에게 의료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드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 이른바 ‘흑금성 사건’ 때는 북한 국가보위부 부부장이 남측 공작원에게 치질치료용 인공항문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신동아’ 2002년 12월호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기사 참조). 2003년에는 국내 심장 질환의 권위자 K교수가 북한을 직접 방문해 고위인사에게 인공심박조율기 이식수술을 하고 온 일도 있었다.

    북측이 요청한 사후조치 관련 물품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그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도 말했듯 ‘최고위층에 대한’ 의술 수준은 서방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당뇨나 혈압 조절 같은 기본적인 관리는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다만 수술 이후에도 혈관에 이상이 없는지 지켜보려면 꾸준히 혈관조영촬영을 해야 할 텐데, 그에 필요한 소모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고 대북 의료지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재적 시술에 사용되는 혈관 스텐트나 풍선도 소모품이기는 마찬가지. 시술 후에도 혈관이 계속 말썽을 부릴 경우 새로 이식을 검토해야 할 인공혈관도 ‘후보군’에 해당한다. 다음은 한 북한 출신 의료계 인사의 말이다.

    “김 위원장 본인이나 담당 주치의가 그 물품이 필요하니 남측에서 구해오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수술 사실을 아는 측근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느라 갖가지 경로로 심혈관 질환 관련물품을 모으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명분은 어떤 상황이 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의료적인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것일 테고, 속내는 ‘장군님의 건강을 위해 내가 이렇게 애썼다’는 표시를 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평양 대남(對南) 라인의 누군가가 과잉충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김정남의 다음 행보

    ‘슈칸겐다이’의 보도 후에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 미국의 ‘워싱턴타임스’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건강이상설을 이어 나갔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정원은 앞서 설명한 대로 6월11일 간담회를 열고 진화를 시도했다. 이때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문자적으로만 보면’ 사실에 부합한다. 수술을 받은 것이 김 위원장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현재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 누구도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지 않았고, 실제로 정부 내부에서 오간 관련 보고는 모두 김 위원장의 심장수술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거꾸로 일각에서는 6월 중순 이후 공식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그의 활동 모습이 조작됐거나 대역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일 때도 김 위원장은 장기간 현지지도를 수행하지 않았고, 이를 두고 미군의 폭격이 두려워 피신했을 것이라며 그를 ‘겁쟁이’로 풍자한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평양에서 보면 이는 최고사령관이자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크나큰 모독이다. 매체를 통한 조작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그때는 왜 그런 조작을 하지 않았겠는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정부 안팎에서 오고간 일련의 첩보와 당국자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대략 이렇다. 5월 초순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협심증이나 경미한 심근경색 증상이 확인돼 이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발작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 본인이나 가족들은 꽤 부담을 안고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5월12일 북한에 입국한 독일 의료진은 중재적 시술을 깔끔하게 해냈다. 이후 20일 남짓 휴식을 취한 그는 현재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김 위원장이 당뇨와 혈압 등의 지병으로 심혈관 계통에 이상이 있으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 한 달 평양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소동과 정보 당국의 부산한 대응은 북한 권력체계의 허약함과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해프닝으로 남을 듯하다. 아버지의 수술 소식에 급거 귀국했던 김정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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