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최태민 수사기록, 전두환의 도움, 재산변동 등 ‘박근혜 X-파일’ 기사가 ‘신동아’ 2007년 6월호에 보도된 뒤 여당 내 한 인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박근혜 의혹을 조사한 것이라는 국가안전기획부 보고서를 ‘신동아’에 전했다. 장 대표의 발언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동아’ 6월호 기사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던 고(故)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의 부정행위 의혹 44건을 담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수사기록,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이 1979년 10·26 이후 전두환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박 전 대표에게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416번지 자택을 지어줬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여당 인사는 이 중 성북동 자택 부분에 대해 “보도된 내용보다 훨씬 더 깊은 내막이 있다”면서 후속보도를 주문했다.
여당 측이 이미 확보해두고 있는 자료라면 대선 과정에서 언젠가는 공개될 개연성이 높다. 여당 측이 6월 중순 시점에서 언론에 ‘박근혜 공격 자료’를 제공한 배경은 알 길이 없지만, 일단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해보기로 했다. 안기부 보고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4년 안기부는 신기수 당시 경남기업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박근혜 관련 문제도 나왔다. 신기수는 1979년 박근혜 측근 최태민이 운영하던 구국봉사단의 운영위원이 되어 거액의 운영비를 냈고 10·26 이후엔 박근혜에게 성북동 자택을 지어줬다. 박근혜는 1980년 영남대 재단이사장이 된 뒤 신기수를 영남대 이사로 임명하는 한편 경남기업이 영남대 발주 공사를 맡도록 했다. 신기수는 공사 수주는 성북동 집을 지어준 것과 연관이 있다고 자백했다. 신기수는 인기 여배우 A양과의 관계, 박근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안기부 조사가 끝난 직후(1984년 상반기) 신기수는 경남기업 경영권을 포기했고(84년 6월), 박근혜는 성북동 집을 매각(84년 5월30일)했다. 안기부 기록은 어디까지가 확인 가능한 진실일까. 안기부 조사와 박근혜 집 매각은 연관성이 있을까. 또한 보다 근본적인 물음도 제기된다. 여권이 갖고 있는 이런 유형의 과거 자료가 장영달 대표의 호언처럼 야당 후보를 날려 보낼 폭발력을 지니고 있을까.
사실 확인을 위해 6월6일 서울 이태원 자택에서 당사자인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났다. 신씨는 1984년 박근혜 성북동 자택과 영남대 문제, 여배우 A양과의 관계에 대해 안기부에서 조사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또 구국봉사단 위원으로 활동한 것, 박근혜 이사장 시절 영남대 이사가 된 것, 경남기업이 1980년대 초반 영남대 발주 공사를 맡은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성북동 집과 관련해선 “전두환의 지시로 지어줬다”는 ‘신동아’ 6월호 인터뷰 당시의 주장을 거듭 밝혔다. 성북동 집을 지어준 것과 영남대 공사를 수주한 것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안기부에서 자백한 일도 없다고 했다.
“안기부 직원들 새벽에 들이닥쳐”
여당 측 주장을 전해들은 신기수의 첫 반응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지난번엔 어렵사리 말문을 연 그였지만 이번에는 인터뷰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그는 지난번보다 건강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턱 부위의 구강암 수술자국은 여전히 선명했고, 수술로 들어낸 왼쪽 얼굴은 많이 부어 있었다. 발음은 전보다 나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현재 독신인 그는 음식물을 씹을 수 없어 죽만 먹고 있으며 오후엔 남산으로 산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