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
개포동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약 4500만원으로 2위인 압구정동보다 500만원, 3위인 대치동보다는 600만원쯤 비싸다.
최고가를 내놓지 않는 중심에는 평당가 5500만원을 호가하는 개포주공아파트가 있다. 서울의 끝자락 대모산과 구룡산 아래에 있는 강남의 마지막 재건축 대상 저층아파트다. 타워팰리스 66층 펜트하우스 거실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산자락 푸르름 가득한 시골 동네 같은 위치에 갈색톤 낡은 아파트단지가 드러난다. 빙 둘러 초록잎사귀 무성한 산들이 보이고, 그곳에 직접 가보면 공기는 마치 무주구천동처럼 맑은 것 같다.
‘서울의 빈티지’. 건축 소재는 달라도 유럽풍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낡은 아파트가 1만8000가구의 개포주공이다. 1980년대 초 우리나라 아파트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개포주공은 1982년부터 1984년 사이에 입주한, 4반세기의 세월을 지나온 아파트다.
1단지부터 4단지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이고 5, 6, 7단지는 14층짜리 중층 아파트다. 8단지, 9단지는 저층인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다. 이 중 저층 아파트가 유명한 것은 쾌적하고 학군이 좋으며, 조합설립인가나 안전진단을 받은 대형단지 중 강남구에서 마지막 남은 저층 아파트 재건축 물량이기 때문이다.
저층 아파트는 당연히 대지지분이 많고 개발이득도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개포주공 저층단지는 자기 아파트 평수의 130%를 초과하는 대지지분을 갖고 있으며 누가 봐도 재건축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았다. 더욱이 차세대 주거시설의 트렌드가 ‘자연친화형 웰빙하우스’로 바뀌면서 개포주공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재건축 투자자들로 몸살을 앓는다.
덕분에 1998년 1억2000만원이던 방 2칸, 화장실 1곳의 15평 주공아파트는 1999년 1억8000만원으로 오른 뒤 해마다 2억3000만, 2억6000만, 4억5000만, 5억7000만, 5억9000만, 7억, 8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올해에도 9억원가량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동안 8배 가깝게 오른 셈이다. 상승에 대한 믿음은 아직도 확고하다. 경기여고, 숙명여고, 개포고, 중동고, 휘문고 등 명문고에 진학할 수 있고 미래가치를 따져보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곳이 개포주공이다.
개포주공의 재건축 방정식
구룡산 정상에 서면 너른 평야 같은 개포동이 보인다. 서울의 끝자락, 해발 293m 대모산과 283m 구룡산이 없었다면 지금 판교도 분당도 서울이 됐을 것이다. 왼쪽으로는 포이동이, 오른쪽으로는 일원동이, 양재천 건너편에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개포동을 감싸고 있다. 개포주공 아파트 중에서도 재건축을 향해 달려가는 선두 아파트는 환경이 더욱 열악한 저층단지다. 그중에서도 1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제일 빨리 가고 있다.
기존 가구수 5040가구로 단지가 가장 크고 땅도 넓다. 총 대지면적은 11만725평이고 기존 평형은 11, 13, 15, 16, 17, 18평형이다. 재건축 법규가 바뀌기 전 18평형은 65평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지금은 50평형이 목표 평형이다. 1982년식으로 가장 먼저 입주했고 동일 평형 대지지분도 타 단지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단, 투기과열 지구 내에서 조합 설립인가가 난 후에 아파트를 사면 새 아파트 입주시까지 되팔수 없다는 게 현재 조합설립인가가 나 있는 이 단지의 제약이다.
지금 매매 가능한 물건은 2003년 12월31일 이전부터 조합원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조합원의 잦은 매매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고 판단한 정부는 당시 강력한 재건축 규제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개포주공 2, 3, 4단지와 개포시영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서 조합설립 인가의 신청자격을 갖췄으나 현재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고 있다. 재건축 진행도 미진한 상황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재산권을 침해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힌 채 보유세금은 높아만 가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개포주공 1단지 주민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