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2주택이냐면 전용면적 74평이 넘으면 ‘호화주택’으로 분류되는 현행법 때문이다. 일반주택은 취득가액의 2%를 취득세로 내지만 호화주택은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 집은 법적으로는 32평형+92평형 두 채로 구성돼 있다.
현관도 두 군데이고, 화장실은 4군데나 있다. 최초 분양가가 25억원이었으며 현재 호가는 75억원이다. 32평형을 12억원에 먼저 팔고 약간의 시차를 둔 다음 92평형을 63억원에 파는 것이 이 집 거래의 정석이다. 처음 32평형에서는 취득이익의 50%가 양도세로 중과세되지만, 다음 92평형에서는 취득이익의 36%만 양도세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박중훈씨, 가수 주현미씨,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이 이곳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최고경영자나 재벌 2, 3세가 거주한다. 지하주차장에도 가구당 4대의 주차대수가 배정된다. 약속이나 한 듯 벤츠나 마이바흐, BMW 7시리즈 등 최고급 세단 한 대씩과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 한 대씩이 ‘기본적으로’ 세워져 있는 게 눈에 띈다.
인근 중개업소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보여주는 사람들도 독특한 방식을 선호한다. 집을 보러 사람이 오면 가사 도우미만 남기고 가족들은 모두 단지 내 다른 곳으로 가 있다는 것이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노출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터다.
타워팰리스 124평형은 ‘1억을 깔고 앉아 있는 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올해 부과된 종합부동산세가 8100만원인데다, 대략 평당 1만7000원선인 관리비를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1년에 1억원을 ‘유지비용’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의 시대
타워팰리스 1차 꼭대기층에 있는 30가구의 팬트하우스처럼 ‘세 자릿수 평형’은 주상복합의 필수 성공 방정식 중 하나다. 아파트 단지 안에 20평형대가 없고 60평형대가 있어야 대우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가구 수는 적어도, 일단 그런 최고급 가구들이 입주해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주상복합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이는 주상복합이 단순한 거주지나 주택의 의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명품 핸드백처럼 총체적인 이미지에 가격이 좌우되는 ‘소비재’로서의 가치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주상복합(住商複合)’이란 말 그대로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혼합된 건물을 뜻한다. 일반 아파트가 주택법에 의해 건축규제를 받는 데 비해 주상복합은 오피스텔처럼 건축법 적용 대상이고,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 같은 이미지가 더 강했다.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첫선을 보인 것은 1996년 입주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롯데타워다. 서울시가 보라매공원 앞 신대방동 상업지역 개발을 앞두고 재원 확보를 위해 체비지로 매각한 땅에 롯데건설이 1동짜리(90가구)로 지었다. ‘빌딩에 사람이 산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층이 두껍지는 않았지만, 중소형 평수 없이 60~80평형대만 배치했다거나, 지상에 주차장 없이 지하에만 주차시설을 설치한 것 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공급촉진법 시행령을 바꾸면서 200가구 미만의 주상복합에 대해서는 분양가 규제를 폐지하고 용적률 제한도 대폭 완화한 데 따른 결과였다.
물론 주상복합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1967년 서울 종로4가에서 퇴계로를 잇는 지역에 건설된 연면적 5만평 규모의 세운상가가 그 효시다. 전문 도·소매 상가뿐 아니라 호텔과 극장이 있었고, 소규모나마 주거시설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서울 마포, 서대문 등지에 고려빌딩, 피어리스 등 현대적 개념의 주상복합에 가까운 건물이 드문드문 들어서긴 했으나 주거지보다는 오피스로 보는 시각이 대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