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코치 교육을 받고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인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일본 경제가 코칭에 의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사고와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코칭 보급을 통해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기업 CEO와 임원들 사이에 ‘과외선생’을 따로 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낼 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코치(Coach)’가 그것. 기업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도 코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4%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문코치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컨설팅, 멘토링, 코칭
흔히 ‘코치’ 하면 스포츠 종목을 떠올리지만 경영 리더들이 찾는 ‘코치’는 좀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헤아리고 맥락을 파악하면서 듣는 적극적 경청과 질문 등의 대화 기술을 통해 스스로 잠재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와주고 목표설정, 전략적인 행동, 뛰어난 결과의 성취가 가능하게끔 이끌어주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리더의 코칭 스킬’이라는 부제를 단 책 ‘유쾌하게 자극하라’를 펴낸 한국코칭센터(한국리더십센터 그룹사) 고현숙(高賢淑·45) 대표는 ‘코치를 교육하는 코치’로 지금까지 200여 명의 전문코치를 양성했다. 그는 300여 명의 CEO와 임원을 직접 코치한 비즈니스코칭 분야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코칭의 기본철학은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갖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코칭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였던 토머스 레너드가 1992년 코칭그룹(Coachinc.com)을 설립하고 36개국에서 9000여 명의 코치를 교육, 양성하면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의 세계적 기업 CEO는 여러 명의 코치를 두고 1대 1로 코치를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한국코칭센터가 출범, 이듬해 세계적 전문코치 양성기관인 CCU(Corporate Coach University)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코치연맹(ICF)이 인증한 CEP(Core Essential Program), 코액티브(Co-Active) 코칭 프로그램 과정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현숙 대표는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CEO가 1대 1 코칭을 받은 뒤 임원들을 대상으로 코칭 교육을 받게 하면서 코칭 문화가 확산됐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CEO를 위한 코칭교육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고 대표로부터 1대 1 코칭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 L씨는 확실한 변화를 실감했다.
어느 날 그는 직원 한 명과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 했다. 그런데 직원이 출장 당일 새벽에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함께 출장을 갈 수 없다”고 했다. 예전의 L씨였다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꾹 참고 “몸이 아프면 쉬어라. 대신 내가 갔다 와서 일이 어떻게 됐는지 설명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L씨는 출장 내용을 정리한 e메일을 직원에게 보냈다. “쉬어라”는 말은 들었지만 평소 사장의 행태대로라면 크게 혼이 나리라 생각했던 직원은 L씨의 메일을 열어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시명령형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수평적 기업문화에서 직원들을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또 다른 기술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감성 리더십, 공감 리더십과 더불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시되는 까닭이다.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직원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감정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