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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불침항모 만들어 ‘日本海’ 가라앉혀라

동해 제해·제공권 확보와 울릉도·독도 개발을 위한 제언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울릉도 불침항모 만들어 ‘日本海’ 가라앉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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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불침항모 만들어 ‘日本海’ 가라앉혀라

울릉도에서 두 번째로 일어난 뺑소니 사고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

다시 파인더로 눈을 돌렸지만 좀체 갈매기떼는 떠나가지 않았다. 갈매기가 파인더 앞을 지나가면 카메라의 자동 초점조절장치는 갈매기에 초점을 맞춰 선명한 독도를 찍지 못한다. 그때 오세영 한국시인협회장이 ‘독도’란 제목의 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눈보라 휘날리고 파도가 거칠어질 때마다/ 네 안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네 사는 그 곳을/ 어떤 이는 태양이 새 날을 빚고/ 어떤 이는 또 무지개가 새 빛을 품는다 하거니/ 태양과 무지개의 나라에서 어찌/ 눈보라 비바람이 잦아들지 않으리/ 동해 푸른 바다 멀리 홀로 떠 국토를 지키는 섬/ 내 사랑하는 막내아우야.”

삼봉호에는 한국시인협회 회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독도 시인’으로 유명한 편부경씨의 주선으로 독도의 기운을 느껴보기 위해 입도(入島) 허가를 받고 찾아왔다. 그러나 거친 파도 때문에 삼봉호는 독도 접안에 실패해 독도 동도(東島) 정상에서 해야 할 시 낭송회를 삼봉호 갑판에서 한 것이다.

삼봉호의 발동음은 잦아들고, 호흡을 위해 시 낭독이 끊긴 공간을 갈매기의 울음과 날갯짓 소리, 그리고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메웠다. 시인들은 숙연히 국토의 막내를 느끼려고 집중했다. 화첩을 꺼내 스케치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남 금산에서 온 임영봉 시인은 인삼으로 만든 사탕과 초콜릿, 쿠키를 돌렸다. 그는 “독도에 주둔한 경비대원들에게 주려고 싸들고 왔는데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오 회장에 이어 김문중 시인과 신협 시인도 독도에 관한 시를 발표했다(성우로 활동하는 박상경씨가 대신 낭독). 갑판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독도의 노래-. 너울너울 뱃전은 흔들리고 덩달아 독도도 기분 좋게 오르내렸다. 독도의용수비대가 활동한 1954년부터 반세기 동안 독도는 피로써 지켜내야 하는 결의에 찬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시심(詩心)이 맴도는 곳이다.



범인 못 잡는 뺑소니 사고

정윤열 울릉군수가 강조하지 않았다면 도동항 입구에 내걸린 그 현수막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목격자를 찾습니다!!(제보 보상금 3000만원)/ 지난 4월12일 새벽 1시~3시30분 사이 저동 내수전 화력발전소 부근 뺑소니… 연락처 ○○○-○○○○’

플래카드는 울릉도 역사상 두 번째로 일어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를 찾고 있었다. 울릉도에는 일주도로 공사를 시작한 1970년대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들어왔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1997년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뺑소니 사고가 처음 일어났으나, 사고 운전자는 6시간 만에 자수했다. 울릉도에서 사고를 낸 사람은 도망칠 수가 없다. 항구만 막아버리면 ‘독 안에 든 쥐’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올해 4월 두 번째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사이 울릉도민의 심성이 거칠어졌는지 범인이 자수하지 않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배모(17)군은 사고 전날 고향인 울릉도에 들어와 생일을 맞은 친구들과 놀고 혼자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배군은 차에 치이면서 끌려간 듯 사고 현장엔 17m에 걸쳐 핏자국이 남았다. 사고 조사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배군의 옷에서 은빛 가루를 검출했는데, 이것이 유일한 단서다.

울릉도는 4508가구에 인구는 1만88명인데, 이 중 20세 이상이 8450명이다. 등록된 자동차는 3168대이고, 이 가운데 흰색 승용차와 SUV 차량은 800여 대다.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자 울릉경찰서는 전담반을 편성해 울릉도 내 흰색 차량 전체와 포항이나 묵호로 연결되는 카페리에 승선하는 자동차를 샅샅이 검색했으나 혐의 차량을 찾아내지 못했다.

1997년만 해도 울릉도 사람들에게 뭍은 머나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휴대전화 덕분에 순식간에 뭍에 있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 위성방송 덕분에 울릉도민도 서울 강남의 유흥가를 무대로 한 폭력사건 보도와 부잣집 가족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똑같이 볼 수 있게 됐다.

대처 사람의 눈에는 도동항 입구가 촌스럽게 비칠지 몰라도 이곳의 상권은 ‘정말’ 대단하다. 이곳에서 팔리는 호박엿과 오징어, 묵나물, 각종 회와 약(藥)소불고기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평당 땅값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와 비슷한 1000만원대라고 한다.

지난해 울릉도 방문객은 21만1735명이었다. 성수기인 8월에는 무려 4만1054명이 찾아왔다. 울릉도 주민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사람이 한 달 동안 울릉도를 휩쓸고 간 것이다. 성수기에는 하루에 최대 3535명이 울릉도에 들어왔다. 떠나는 출도자보다 들어오는 입도자가 많으면 울릉도 체류자가 늘어난다. 지난해 최대 하루 체류자 수는 울릉도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8053명이었다. 거주자 반, 여행자 반. 이제 울릉도 주민은 과거처럼 순박하지 않다. 이재에 밝은 도시민 못지않게 영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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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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