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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워커힐 억센 기운에 맞선 최종현, ‘명당’ 아니면 공장부지도 바꾸는 이건희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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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소 자리가 복 부른다는 건 어림없는 소리
  • 집 ‘인테리어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출구’
  • ‘블랙홀’ 이건희, 화통한 구본무, 급한 김승연
  • SK 사옥, ‘휴대전화 상징물’ 설치해 흉문 잠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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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의외였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풍수이론가 최창조(崔昌祚·58)씨가 서울 구로동에 살고 있다는 것이. 풍수의 대가답게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산에 등을 기대고 앞에 물을 향하는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 줄 알았다.

최창조가 누구인가. 풍수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겠다고 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자리를 박찬 그가 아닌가. ‘자생풍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풍수를 대중화한 주역이다. 그간 ‘한국의 자생풍수’(1997), ‘북한 문화유적 답사기’(1998), ‘땅의 눈’(2000), ‘풍수잡설’(2005), ‘닭이 봉황 되다’(2005) 등 15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최근 그는 ‘도시풍수’라는 책을 통해 “나 이제 풍수를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풍수에 미쳐 잘 가꾼 정원 같은 대학사회를 나와서 들판의 잡초 바닥을 샅샅이 돌더니 불현듯 ‘명당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를 만나러 가는 6월11일은 초여름을 알리듯 태양이 뜨겁게 작열했다. 신도림역에서 내려 구로5동까지 걸어가는 동안 내내 의문스러웠다. 풍수의 대가께서 왜 이토록 복잡한 시가지,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걸까?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의문이 사라졌다. 거실은 난초로 빼곡했다. 그가 “단칸방에서도 명당을 찾을 수 있다”면서 “거울이나 커튼, 화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고 정을 붙이고 살면 그곳이 바로 명당”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땅의 氣는 나무가 자라는 만큼 올라가

▼ 베란다 쪽으로 나무가 보여서 아파트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 군요.

“(아파트) 1층의 장점이죠. 대체적으로 땅의 기(氣)가 나무가 자라는 만큼 올라가요. 잠실에 있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나무들이 키가 커서 5층까지 올라가더군요. 땅의 기운이 좋은 거죠. 요즘은 전통적 풍수개념으로 해석할 수 없어요. 생활환경이 그만큼 달라졌잖아요. 고전적 풍수의 이상향인 영월이나 삼척에 가서 살면 좋겠지만 저 역시 못 견딜 걸요(웃음).”

▼ 구로를 선택한 건 의외입니다.

“구로가 어때서요. 구로(九老)는 ‘아홉 노인네가 장기를 두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할 일 없는 노인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는 곳이니 ‘별 볼일 없는 동네’라는 의미였어요. 공단이 할 일을 만들어준 셈이지요. 제가 ‘구로’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예요. 돈이 부족했거든요. 돈에 맞춰서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른 셈이죠. 그런데 와보니 좋았어요. 제겐 명당입니다.”

도시 속에서 명당 찾을 때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를 그만둔 이후인 1993년, 그간 살던 112평 단독주택을 팔아서 관악산 바로 아래 빌라를 샀다고 한다. 당시 2억9000만원. 8년 후 구로 쪽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 빌라를 1억8000만원에 팔았다. 서울에서 8년 만에 집으로 1억원을 손해 본 셈이다. 풍수를 대중화했는지는 몰라도 ‘집테크’와는 거리가 먼 인생인 듯했다. 그는 “8년간 살았으니 땅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면서 천상병의 시 ‘땅’을 읊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천상병 시인은 ‘땅을 가지고 싶지만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했어요. 땅에 대한 정의를 이토록 정확하게 말한 시가 없어요. ‘땅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건 정말 명언입니다. 욕심이 없기로 소문난 시인이 왜 땅을 가지고 싶었을까요. 복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어요. 나무 가꾸고 꽃을 심겠다는 소망 때문이었죠. 이것이 본래 인간이 땅을 가지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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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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