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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워커힐 억센 기운에 맞선 최종현, ‘명당’ 아니면 공장부지도 바꾸는 이건희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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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용어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배산임수’다. 그는 배산임수를 “터를 가림에 있어서 반드시 그 풍기(風氣·지세의 기운)가 모이고 전면과 배후가 안온하게 생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화로 풍수는 이제 의미가 없어요. 작년에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도시화 비율이 80.8%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전 국토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죠. 전통적 풍수는 농촌을 대상으로 생겨난 땅 개념입니다. 요즘은 개발로 백두대간이 다 끊어지고 갈라졌잖아요. 자고로 ‘군자가 되면 시장 속에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시 속에서 명당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 명당이 도시화로 다 파괴됐다는 건가요.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는 거죠.”

▼ 답답한 결론이네요. 그래서 풍수를 떠나겠다고 하신 건가요.



“전통적 명당 찾기를 떠나겠다는 겁니다. 풍수는 객관화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기분이 다르고 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애매하면 기로 설명하는데 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긴 참 어렵습니다. 땅과 기운을 주고받는 건 사람마다 달라요. ‘안온하면서도 기운이 서린 곳’이 풍수가 찾고자 했던 땅입니다. 그런데 ‘안온하다’는 건 객관적일 수 없잖아요. 개인의 직관입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라는 노래가 있어요. 상식적으로 ‘기찻길 옆에서 아기가 잘 수 있나’ 싶겠지요. 하지만 아기한테는 그곳이 명당인 겁니다.”

명당은 자궁 같은 곳

그는 “땅을 사람 대하듯 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입지조건 외에 왠지 마음을 잡아끄는, 혹은 떠미는 듯한 땅이 있다”고 했다. 그런 땅을 사서 마음의 평온함을 찾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 땅이 바로 자신에게 명당이라는 논리였다.

“명당은 여성의 자궁 같은 곳입니다. 그런 땅에서 살면 마음이 편해지고 가족이 행복하게 되니까 다 잘된다는 이치입니다. 땅 고르는 것이 배우자 고르는 것과 흡사해요. 눈에 딱 들어오는 땅이 있거든요. 또 자신에게 맞는 땅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거죠. 요즘 사람들,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집 사고 땅 사잖아요. 결코 평온할 수 없습니다.”

그는 또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의미가 요즘도 적용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은 ‘청룡(남향을 기준으로 동쪽)에 물, 백호(서쪽)에 길, 주작(남쪽)에 연못, 현무(북쪽)에 언덕이 있는 곳이 좋은 터’라고 했어요. 풍수의 교과서인 ‘금낭경(錦囊經)’에서는 청룡(동쪽)엔 뱀이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모양의 완만한 산이, 백호(서쪽)엔 호랑이가 사납지 않게 비굴하리만큼 납작하게 엎드린 정도의 산이 있는 것이 명당 형세라고 했어요.

일리가 있습니다. 청룡(東) 쪽 산이 백호(西)보다 높고 웅장할 것을 요구하는 표현인데, 해뜰녘 햇살은 여름철에도 그리 강렬하지 않으니 차단해줄 산세가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해질녘 서쪽 태양이 매우 뜨거워서 그 햇살을 가려줄 정도의 백호세가 필요한 거죠. 요즘 사람들도 참고할 만해요.”

▼ 전통적인 풍수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명당 자리는 어딘가요.

“삼척 대이리 골말이 명당에 해당하지요. ‘정감록’에 ‘태백산에는 삼재(전쟁, 가뭄, 돌림병)가 들지 않는 궁해염지라는 이상향이 있다’고 적혀 있어요. 골말 마을을 두고 한 얘기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승지의 땅이죠. 험준한 산악지대라서 논은 없고 옥수수, 감자를 부쳐 먹던 화전민의 마을이었어요. 대이리 입구에서 산허리를 꼬불꼬불 돌아 30리를 들어가면 폭 패인 땅이 있어요. 바로 골말입니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모양의 땅이죠. 제가 세상에 알려 관광지가 돼버렸어요. 큰 실수를 했어요.”

▼ 명당이라면 골말 마을에서 인재를 많이 배출했겠군요.

“그렇지 않아요. 땅으로 부(富)와 권력을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인재가 많이 나왔다’는 마을은 심리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어떤 마을에선 판·검사가, 어떤 마을에선 장군이 많이 나올 수 있어요. 한 사람이 고시에 합격하면 자극을 받겠죠. 옛날에는 더욱 그랬을 겁니다. 요즘 강남이 그런 식이지요. 골말 마을에서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땅도 사람 잘 만나 팔자가 달라질 수 있어요. 부자가 모이면 부(富)한 땅이 되는 거죠. 전통적 풍수이론이 결과를 놓고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명당과 인재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어요. 출세는 사람이 할 일이지 땅이 도와주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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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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