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종목으로 한국 증권시장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했다. 삼성전자가 빠지면 주가지수 상승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돈 많은 개인의 주식투자 1순위는 삼성전자였고, 어떤 주식형 펀드에서건 삼성전자 없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굴뚝주(株)의 복수가 시작됐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기술주 버블 시장의 뒤안길에서 서럽게 지내던 전통산업, 이를테면 철강, 화학, 조선, 해운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2003년 이후 새로운 경제구조에서 각광받았다. 2004년 4월 전체 증권시장에서 23%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의 위상은 지수가 1700을 훌쩍 넘어선 현재, 199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9%대로 떨어졌다.
이와 비교해 10만원대에서 맴돌던 포스코 주가는 40만원, 20만~30만원 하던 신세계 주가는 60만원을 넘어섰다. 아무리 지수를 정확히 예측한다 해도 종목선정에서 헛다리를 짚으면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한다.
펀드산업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2004년 한국 투신업계는 돈도 없고, 투자자도 없고, 상품도 없다는 이른바 ‘3無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억 만들기, 3억 만들기 등 적립식 펀드를 필두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부동산펀드, 선박펀드,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 등이 시장을 풍미했다.
‘찻잔 속 폭풍’
이를 기반으로 2004년 8조원이던 주식형 펀드 규모는 2006년 말 46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해외펀드 열풍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젊고 유능한 주식 펀드 매니저들은 앉아서 ‘감’으로 주식을 사고팔던 시대에서 벗어나 직접 발로 뛰며 좋은 종목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가총액 비중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종목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닌 것이다.
해외펀드의 성장도 시장의 새로운 조류다. 2004년부터 간접펀드(Fund of Fund)를 중심으로 소위 강남 일부 부유층 사이에 본격화한 해외펀드 투자는 2006년 인도펀드, 중국펀드, 브릭스펀드, 베트남펀드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시장을 형성했다. 2007년에는 유럽, 일본펀드 등 선진국펀드와 리츠펀드 등으로 확산됐고 그 규모는 40조원대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펀드시장의 16%다.
해외펀드 투자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신규 주식형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전세계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펀드다. 2006년 말 전체 주식형 펀드의 22%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그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로 유명한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 일본 엔화의 일시적 강세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떨게 했던 헤지펀드들의 엔-캐리 자금(일본의 금리가 워낙 낮아 일본에서 돈을 빌려 외국에 투자하는 자금) 일본 환류 우려가 사실상 ‘찻잔 속 폭풍’으로 끝났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로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너무 낮아 불만인 일본 투자자들이 우체국 등에서 파는 해외채권, 이를테면 뉴질랜드채권에 대량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엔화 강세는 일본 투자자들이 더 많은 해외채권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 덕분에 엔화는 다시금 약세로 돌아서며 엔-캐리 자금의 해소 우려가 사라졌다.
사모펀드, 일낸다!
한국의 경우 세제 혜택을 비롯한 해외투자 지원책이 원화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환율 방어라는 비판이 있긴 했다. 그러나 해외펀드 투자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분산투자 효과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골랐다고 해도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른바 ‘체계적 위험’을 줄이는 데 국제 분산투자만큼 좋은 것이 없다.
둘째는 투자 대상의 확대다. 전세계 증권시장 규모로 보면 1%밖에 안 되는 한국시장에 한정해 투자하기보다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 기회의 확대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셋째는 성장이론. 주가는 성숙한 기업이나 국가보다는 성장단계에 막 접어든 시장에서 크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의 초기단계에 있는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은 크지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해외펀드에 대한 수요는 전체 펀드시장의 3분의 1에 도달할 때까지 그 형태를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증권시장을 상승으로 이끈 또 다른 요인은 기업 인수합병(M·A) 붐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슬림화를 주장하며 기업분사, 소형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요즘은 ‘규모의 경제’와 수직 계열화의 장점을 내세우며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 인수합병이 체결되고 있다.
인수합병은 인수자가 기존의 기업 가치를 높이거나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매수되는 기업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상승한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유럽으로 확대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활약은 전세계 M·A 시장의 성장과 주가 상승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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