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시청앞 집회 ‘좌파 척결’ 설교 직후 좌파 정부 내사 시작됐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7-07-10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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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일을 세상법으로 재판하면 안 걸릴 교회 없어”

    “세계적 대교회 목사가 10억 못 만들어 교회 돈 횡령하겠나”

    “불륜? 근거라고는 그 여자 입밖에 없다”

    “법정에서 ‘불륜 고백’ 인정한 건 변호사의 잘못된 코치 때문”

    “신앙 없었다면 자살했거나 몇 놈 쏴 죽였을지도”



    “감독회장 선거 때 돈봉투 돌린 건 관행”

    “예배시간에 ‘장로 후보’라고만 하지 이명박 이름은 거론 안 해”

    “‘아들 목사’ 후임자 추대는 세습 아닌 교인들 총의”

    “여자 문제, 돈 문제? 천주교, 불교는 훨씬 더 심해”

    대법원 판결문 “교회와 목사는 별개”

    유모 장로 “고소 취소 조건으로 10억 제의 받았다”

    ‘불륜’ 배씨 “김 목사는 회개하고 교인들에게 사죄하라”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서울 망우동에 있는 금란교회는 세계 최대 감리교회로 불린다. 연건평 1만2400평(지상 10층, 지하 6층)의 대형 건물에 등록 교인 12만, 출석 교인 수 6만을 헤아린다. 금란교회를 36년째 이끌고 있는 김홍도 목사는 올해 칠순을 맞았다. 금란교회는 지난해 5월, 30대 중반인 김 목사의 아들을 후계 담임목사로 추대해 세습 논란에 휘말렸다. 아버지 목사가 사법부에서 최종적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직후의 일이다. 아들 목사는 아버지 목사가 은퇴 연령인 만 70세가 되는 내년에 취임할 예정이다.

    ‘교회법’과 사회법의 충돌

    감리교단 최고위직인 기독교대한감리회장(감독회장)을 역임한 김홍도 목사는 2003년 8월 공금 횡령, 배임,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40일간 갇혀 있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목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세간에 충격을 준 이 사건은 ‘교회법’과 사회법의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간 성역으로 인식돼온 교회의 재정, 즉 헌금 운용 실태가 사법적 심판대상이 됐기 때문. 공소사실 중 일부는 불륜 의혹 등 김 목사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었다.

    재판은 3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과정에서 김 목사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종교의 특수성을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7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1심 선고내용에서 징역만 2년6개월로 줄였다. 2006년 4월 대법원이 김 목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유죄가 확정됐다.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 후’는 지난 3월24일 금란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와 그 담임목사들의 재산 문제, 부자간 목사 세습 문제 등을 다뤘다. 김 목사와 관련해서는 공금 횡령 등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한편 1998년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로 알려진 불륜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당시 화면 중 일부를 그대로 내보낸 ‘재탕 방영’이었다.

    김 목사는 4월15일 주일설교에서 MBC 보도내용을 강하게 부인하는 한편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에 대해서도 “상부 지시대로 각본에 짜인 대로 재판했다”며 비난했다. 그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언론의 공격은 “교회를 파괴하려는 좌파 정권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신동아’는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을 정밀 분석한 후 김 목사를 인터뷰해 그의 ‘억울함’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기독교계 원로인 그가 털어놓은 얘기는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한국 교회의 우울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울러 김 목사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과 기독교계 관계자들을 접촉해 그의 주장을 검증했다.

    제1부 김홍도 목사 인터뷰

    김홍도 목사와의 인터뷰는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금란교회에서 진행됐다. 교회 사무국장인 박모 부목사와 이모 장로가 배석했다. 두 사람은 간간이 김 목사의 답변을 거들었으며 김 목사가 직접 언급하기 곤란한 부분을 대신 설명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물론 법원의 판결 내용도 부정했다. 한마디로 엉터리 기소에 엉터리 재판이었다는 것. 아울러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국가정보원의 내사 의혹도 제기했다. 자신의 설교 스타일대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 그는 자신을 고소했거나 돈 문제가 얽힌 몇몇 장로에 대해 ‘그놈들’ ‘사기꾼’ 따위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1998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자신의 비리 의혹을 방송한 MBC에 대해선 “빨갱이놈들”이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국 개신교 부흥의 상징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김 목사가 보수 기독교계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사명, 구원의 의미, 종교 다원주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 등 일반적인 종교 문제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정치 문제와 관련해 그는 이번 대선에서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감리교법에 따르면 목사의 정년은 만 70세다. 김 목사는 1938년 2월생이므로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 내년 봄이면 만 70세인데, 예정대로 은퇴하실 건가요.

    “예. 예정대로… 그것은 뭐 감리교법이니까. 그런데 매년 3, 4월경에 연회가 열려요. 감리교법에 따르면 (만 70세가 된 경우) 연회 이전에 생일을 맞은 목사는 연회 때 은퇴해야 하지만, 생일이 연회 이후인 목사는 10월에 은퇴하게 돼 있어요. 거의 1년을 더하는 셈이죠. 그래서 이것은 불공평하다, (만 70세가 되면 연회 시기와 상관없이) 임기를 그해말까지로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잘하면 내년 말까지 할 것 같습니다.”

    정식 명칭이 기독교대한감리회인 감리교는 지방회-연회-총회 3단계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방회는 구·군 단위, 연회는 도 단위 조직이다. 총회는 13개 연회를 총괄하는 감리교의 최고 의결기구다.

    ▼ 교회 주보를 보니 주일예배를 네 차례 보더군요.

    “밤 예배까지 합하면 다섯 번이죠.”

    ▼ 매번 목사님이 설교하십니까.

    “손님(외부 초청 목사)이 안 오면 낮예배 네 차례 모두 제가 설교하지요. 밤예배도 그렇고.”

    ▼ 힘들지 않으신가요.

    “나이 때문에 힘들지요. 그런데 이제 아들 목사가 후임자로 정해져 정 힘들면 (설교를) 맡기기도 합니다.”

    금란교회의 성장은 한국 개신교 부흥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김 목사가 담임목사로 취임한 것은 1971년.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재된 교회 역사에 따르면 당시 금란교회는 교인 75명에 건물 크기 24평의 작은 교회였다. 하지만 김 목사 부임 3개월 만에 교인이 300명으로 늘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신도 수 1만5000명으로 급성장했다. 건물도 자꾸 커져 1984년 6000석을 갖춘 대성전이 들어섰고, 2000년엔 1만석을 갖춘 초대형 교회가 됐다.

    교회의 성장에 비례해 김 목사의 이력도 화려해졌다. 1996~98년 서울연회 감독과 감리교본부 감독회장에 취임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표회장을 지냈고, 이후 아세아연합신학대 이사장, 한미기독교 목회자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6년에 맡은 세계교화갱보협회 이사장직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감신대(감리교신학대학교)의 한 석사논문(한철희, ‘교회성장을 이룬 목회자들의 설교 연구: 명성, 금란, 사랑의 교회 중심으로’)은 금란교회의 성장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온 교회가 성령으로 하나 됐다는 점이고, 둘째는 영혼 구원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김 목사의 의견을 물어봤다.

    “맞는 얘기고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혼 구원을 이루려면 우선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복음에 충실해야 해요. 그것을 믿지 않으면 영혼 구원이란 없지요. 또 성령 충만은 기도를 뜨겁게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뜨거운 기도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MBC 같은 데서 치면 교회가 무너질 줄 알았는데 끄떡없이 계속 부흥되자 나를 조사했던 검사도 놀랐지요. 하나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격한다고) 망하지 않거든요.”

    ▼ 2003년에 구속됐는데, 아마도 36년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시련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죠.”

    ▼ 지난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15일 주일설교에서 “사법부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 검찰이나 재판부도 사실심리를 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상부 지시대로 각본에 짜인 대로 밀고 나갔다”고 주장하셨죠?

    “각본대로 밀고 나갔죠. 분명히 다 해명됐는데도.”

    “‘세습’은 잘못된 용어”

    ▼ 목사님이 생각하는 종교와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나는 기독당 창당할 때 반대한 사람입니다. (목사가) 개인적으로 옳다 그르다 해야지 당을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봐요. 내가 반공설교를 하는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고려연방제가 된다면 큰일 나기 때문이지, 뭐 이명박 장로한테 만원이라도 받았겠어요. 내가 장관, 국회의원 하려고 그러겠어요. 목사 노릇이 좋은데.”

    몇 년 전부터 기독교계에서는 담임목사 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주로 대형교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금란교회도 지난해 그 대열에 합류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왔다.

    “마치 교회가 목사의 재산이라도 되는 양 (담임목사직을) 물려줬다고 하는데 틀린 표현입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을 교인들이 (담임목사로) 추대하겠습니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세습이라는 용어 자체가 틀린 거예요. 자격도 없는 아들을 아버지가 억지로 세우는 게 세습이지…. 나는 조용기 목사님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신앙 좋은 분이 자식이 셋이나 있으면서 목사 하나 못 만들었다는 건 잘못이죠. 진짜 생명보다 귀한 신앙이라면 자식한테 물려줘야지.”

    ▼ 신앙을 물려주는 건 좋은데요. 신앙을 물려주는 것과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별개잖아요.

    “그럼요. 별개지요. 교회에서 합의가 되니까 맡은 거죠. 담임목사의 아들이라고 해서 후임자를 선택하는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 그런데 다른 훌륭한 목사님이 많이 계시지 않습니까. 후보자로.

    “물론이지요.”

    ▼ 아무래도 아드님보다 연세도 많을 테고….

    “더 훌륭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데려오지요.”

    ▼ 연륜도 더 깊은 분들이….

    “연륜이 깊다고 되는 건가요?”

    ▼ 장로회에서 아드님을 후임자로 결정한 것은 다분히 김 목사님의 의중을 헤아린 결과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죠.

    “그런 것도 좀 있겠지만, 우리 아들은 마석에서 조그만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 경력이 있어요. 우리 교인들이 다 알아요. 또 여기 와서 부목사로 있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요. 지금 부목사가 열댓 명 있는데, 그 사람들한테는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비교가 안 된다는 거예요. 심지어 아버지보다 낫다고까지 합니다.”

    ▼ 장로회가 전체 교인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장로회뿐 아니라 남선교회, 여선교회 임원이 다 모여 찬성을 했어요. 나는 부담스러워서….”

    “강남 교회들보다 재정 규모 작아”

    ▼ 목사님 처지에선 부담스러울 텐데….

    “부담스럽죠. 그래서 (남양주의) 양지리에 가서 교회를 개척하라고 땅을 사놓았던 것인데, 후임자로 결정되는 바람에 다시 팔게 된 겁니다.”

    감리교에서는 담임목사를 구역인사위원회(혹은 인사구역위원회)에서 추대한다. 예컨대 어느 교회에서 A라는 사람을 담임목사로 세우고 싶다고 하면 지방회 회장인 감리사 주재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재적 과반수 출석에 재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의한다.

    지방회는 구·군 단위 교회들의 연례 모임이다. 인사위원은 지방회에 참석하는 개체 교회의 대표자들이다. 담임목사를 비롯한 소속 교회 목사, 모든 장로, 남선교회 및 여선교회 회장, 청장년회장, 권사 대표 등이다. 만일 감리사가 대상자라면 관할 연회 감독이 와서 회의를 주재한다.

    감리교 본부 소속 함영석 목사는 담임목사 세습 논란에 대해 “의결기구를 거쳤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교회에서 민주적으로 합법적으로 결정했다면 교인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함 목사에 따르면 교계 일부에서 세습을 막도록 교단법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 한국 교회의 대형화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있습니다. 요지는 ‘성장만 있고 분배, 나눔이 없다’는 것인데요.

    “분배나 양극화는 공산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나온 말이에요. 좌경 정부는 자꾸 큰 기업들을 끌어내려요. 솔직히 목사치고 교회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커지고 싶다고 커지나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있어야지. 우리 교회가 최근에도 분당에 개척교회를 냈어요. 내가 ‘제발 그 교회 좀 나가라’고 해도 (교인들이) ‘은혜가 안 돼서 안 된다’는 거예요. 수원에서도 인천에서도 대전에서도 (충남) 당진에서도 와요. 안 믿는 사람은 모릅니다, 영적인 만족이란 것. 우리 교회에 와서 앉기만 해도 벌써 성령이 역사하는 걸 느낍니다.”

    ▼ 금란교회 1년 재정이 얼마나 되죠.

    “그건 비밀이지요.”

    ▼ 그중 봉사활동이나 불우이웃돕기 등 구제사업에 쓰이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15% 정도 됩니다.”

    ▼ 15%가 얼만지 알 수가 없네요.

    “그 정도로만 하지요. 그런데 이걸 아셔야 해요. 강북에서도 망우동이면 로 레벨(low level)이에요. 그래서 개미군단이라고 합니다. 가장 열심히 해서 그렇지, 재정은 우리보다 작은 강남 어떤 교회의 몇 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김 목사는 한정협(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금란교회는 한정협에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고, 탈북자들의 종교생활과 문화생활을 지원한다고 한다.

    ▼ 북한동포 돕기는 안 하나요?

    “그건 안 해요. 탈북자들이 우리 교회에 나오는데, 그 사람들 말이 북한에 쌀이나 돈 줘봐야 주민한테는 돌아가지도 않고 군량미로 들어가고 무기 사는 데 다 쓴다는 거예요. 도와줄수록 북한 괴뢰 정권이 안 무너진다는 거예요.”

    “자유주의 신학은 사탄의 도구”

    ▼ 도와주면 연장된다?

    “그렇죠. 죽어가는 사람 영양주사 놓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전에 내가 감독회장 할 때는 우리 교회에서 북쪽에 쌀인지 밀가루인지 사라고 3000만원을 보내기도 했어요.”

    김홍도 목사의 설교에 대해 박종순 목사는 “쉽고 깊고 곧은 메시지”라고 정의했고, 이중표 목사는 “내용은 깊으나 쉽고, 평범한 말이지만 심금을 울리며 청중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이 얘기를 들려주자 김 목사는 “바로 봐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우리 교회가 부흥된 게 그 이유지요. 내가 미사여구 잘 쓰지 않아요. 지적으로 훌륭하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 하지만 목사님 설교가 “단순히 영혼 구원만 외치고 세상에 대한 교회의 책임이나 역할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교회의 사회참여를 자꾸 강조하면 본연의 사명, 즉 복음을 전해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등한시하게 돼요. 술고래나 담배나 마약하던 사람이 예수 영접해 성령 받고 은혜 받으니 새사람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는 거지요. 개인의 영혼이 변화되지 않고선 사회 변화도 없습니다.”

    ▼ 목사님이 전에 “자유주의 신학은 사탄의 도구”라고 말씀했다는 걸 자료에서 봤습니다. 이에 대해 감신대 신광섭 교수가 “자유주의 신학은 근대판 종교개혁 신학”이라며 “자유주의 신학이 사탄의 도구라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도 사탄의 도구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던데요.

    “예수님이 왜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셨느냐, 왜 부활하셨느냐. 이게 성경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신학은 이걸 부인하거든. 그렇게 말하면 교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죠.”

    ▼ 부인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각이나 해석도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다른 시각을 인정한다는 건 곧 성경의 진리를 부인한다는 거지요.”

    ▼ 성경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아닐까요.

    “그것과는 달라요. 성경을 부인하거든요. 옷은 얼마든지 바꿔 입어도 좋아요. 그런데 몸뚱이를 바꿔치기하면 되겠어요?”

    ▼ 인간의 구원이 현세에서 예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실현된다는 이론도 있지 않습니까.

    “크게 잘못된 거죠. 일단 예수를 영접해야 착한 행실도 기록됩니다. 그걸로 나중에 하나님한테 상을 받는 거죠.”

    ▼ 일부 신학자들은 예수를 마음속에 영접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즉 하늘나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예수 재림이나 요한계시록의 천년왕국 등을 달리 해석하지 않습니까.

    “성경에 보면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게 아니라 너희 안에 있느니라’ 말씀합니다. 이를 두고 자유주의 신학은 천국도 부인하고 부활도 부인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통치의 개념이에요. 예수를 영접하면 하나님이 그 마음을 통치해요. 하지만 하늘나라는 장소의 개념으로, 성경에 그에 대한 묘사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 하나님의 나라와 하늘나라가 별개라는거죠?

    “별개죠. 마음은 ‘킹덤 오브 갓(Kingdom of God)’, 장소는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이죠.”

    ▼ ‘킹덤 오브 갓’은 하나님의 나라, ‘킹덤 오브 헤븐’은 하늘나라라는 얘기네요.

    “그렇죠. 내세와 천국, 지옥이 없다고 하면 뭐 하러 예수를 믿겠어요.”

    ▼ 가톨릭은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습니까.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고.

    “제대로 믿는 신부는 그렇지 않아요.”

    ▼ 김수환 추기경도 그런 말씀을 했는데요.

    “비슷한 말을 했지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경계하지요, 그 사람을.”

    ▼ 목사님 말씀은 예수를 통하지 않고는 구원이 없다는 거죠?

    “내 말이 아니라 성경에 그렇게 씌어 있어요.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갈 자가 없느니라’고.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면, 그건 복음 자체가 다른 겁니다. 예수 외 구원받는 길을 인정하면 예수 믿는 게 아니지요.”

    ▼ 성서문자주의에 얽매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요.

    “천만에요. 진리는 하나입니다. 하여간 나는요, 좌파세력한테도 죽일 놈 되고 자유주의 신앙 가진 사람들한테도 욕먹어요. 지금도 날 괴롭힙니다. 하지만 내가 하나님 편에 서서 일하는데 욕먹고 핍박받는 게 무섭다고 할 말을 안 하겠어요?”

    김 목사는 기자에게도 신앙을 권유했다.

    “기자님도 빨리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지. 이 대 금란교회 목사를 취재했는데 나중에 구원받지 못했다고 하면 내게도 책임이 돌아올 것 같아요.”

    김 목사는 주변사람을 시켜 자신의 설교집 두 권을 가져오게 해서 기자에게 건넸다.

    “그나마 개신교는 민주적”

    ▼ 최근 몇 년 사이 유난히 목사님들 비리 사건이 많았습니다. 성추문 사건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고, 돈 문제에….

    “개신교는 민주적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밖으로 나오는 거지. 천주교? 신부가 잘못하면 무조건 감쌉니다. 비리를 입 밖에 내지도 못해요. 별별 해괴망측한 게 많습니다. 불교? 불교도 밖으로 누설하지 않아요. 개신교는 민주적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보다 비리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거지…. 인간이 모여 살다보면 비리가 있을 수 있죠.”

    ▼ 성직자에게는 일반인보다 좀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 아닙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성직자가 월등히 낫지요.”

    ▼ 주로 여자 문제와 돈 문제인데요.

    “다른 종교는 없나. 몇 배 많습니다.”

    ▼ 타 종교도 그렇다고 해서, 목사도 인간이니까 그런 비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합리화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개신교가) 다른 종교보다 비리가 더 많은 건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신약성경에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김 목사 고소사건을 수사한 김회재 검사는 2003년 10월 결심공판에서 김 목사에게 5년형을 구형하면서 이 구절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 김회재 검사가 논고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목사님이 “하나님의 것을 가이사에게 사용해놓고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지요. 반박하신다면.

    “글쎄, 무슨 뜻으로 얘기한 건지 이해 못하겠어요. 그 사람이요. 곽OO, 유OO 말 듣고 나를 조사하면서 처음엔 큰 건 잡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뜻대로 잘 안 되자 (법정에서) 자꾸 여자 얘기만 했어요. 그래서 우리 변호사가 명예훼손이니 중단하라고….”

    ▼ 하나님의 것과 세상 것을 구분하라는 얘기 아닌가요. 교회 공금은 하나님 것인데 목사님이 세상의 용도로 써놓고는….

    “교회 공금을 쓴 사람이 개인 김홍도가 아니라 금란교회 담임목사 김홍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거지요.”(이모 장로)

    “그리고 비유가 부적절해요. 그 말씀은 세금과 관련된 거예요. 나라에 바칠 건 나라에 바치고, 하나님께 바칠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거죠.”

    ▼ 응용하면 쓸 수도 있는 비유 아닌가요.

    “내가 금란교회 담임목사가 아니라면 교회에서 한 푼인들 왜 그런 돈을 쓰자고 했겠어요.”

    ▼ 성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어떤 것입니까.

    “나는 평소 목사들에게 ‘돈에 욕심을 갖지 말라. 돈에 욕심을 안 낼수록 교회에서 더 잘 대접해주고 하나님도 더 크게 축복해주신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물질, 여자, 교만…이 3대 암초를 늘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죠.”

    “물질, 여자, 교만은 목사의 3대 암초”

    ▼ 성경에 보면 예수께서는 부(富)에 대해 경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한국 교회나 목사님들, 너무 부유한 것 아닌가요.

    “그게요. 옛날처럼 목사가 채권장사 가방 같은 걸 들고 거지 몰골을 해서 심방하면 교인들이 받아들이겠어요? 먼지 떨어진다고 못 들어오게 하지. 물욕이 없는 게 중요해요. 문명세상에서 겉으로는 거지같이 행세하고 속으로는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면 위선자지요. 언제나 마음의 중심이 문제예요. 세상에서 나를 죽일 놈 살릴 놈 해도 하나님은 내 중심을 아세요. 그러니 교회가 끄떡없잖아요. 내가 정말 나쁜 놈이라면 교인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쫓겨난 놈들이 중상모략하는 거지.”

    ▼ 목사님에게 발생한 일련의 불행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물론 관리를 잘못한 내 책임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건 좌파사상을 가진 정권이 교회를 파괴하려는 음모에서 비롯된 거예요. 전에는 없었어요. 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지. 공산주의는 기독교를 가장 미워합니다.”

    ▼ 그 말씀은 현 정권이 좌파, 공산주의, 빨갱이라는….

    “빨갱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뭐 386 정치인들 중에 좌파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잖아요.”

    금란교회는 MBC ‘뉴스 후’ 보도와 관련해 4월14일 MBC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MBC는 6월 중순 현재 아무런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김 목사는 “괘씸한 놈들”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를 짓밟아도 분수가 있지. 정식으로 고소해서 차곡차곡 법적으로 따지고 들어갈 겁니다. 그냥 두면 계속 우리를 얕잡아보고…. 빨갱이놈들. 빨갱이가 가장 많은 데가 MBC 아닙니까.”

    김 목사는 ‘일반 법정에서 징역형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는 의회의 장이 제소하여야 한다’는 감리교단의 규정에 따라 지난해 8월 교단에 제소됐다.

    그해 10월 금란교회가 속한 서울연회는 김 목사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에 반발한 감신대생들은 ‘감사모(감리교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김 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감리교 본부 관계자는 “교회 부흥에 공이 큰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교회 재산은 개인 재산 될 수 없어”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 어떤 근거가 있어선지 아니면 추측해서 말씀하는 건지….

    “내가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 교회에서 그만한 대우를 해줘요. 몇 년 전에 우리 교회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1600평의 땅을 구입한 적이 있어요. 거기다 경기금란교회라는 개척교회를 지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쉽지 않았어요. 그 땅에 농지가 포함돼 있어 서울사람은 계약을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 인근 마석의 모 교회에서 전도사를 하고 있던 내 아들(김정민 목사) 이름으로 계약을 했어요. 일단 계약은 아들 명의로 하고 나중에 구입할 때 교회 명의로 바꾸려 했어요. 그런데 이걸 검사가 횡령으로 몰고 간 겁니다. 교회법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교회 재산은 개인 소유가 될 수 없어요. 부동산을 계약할 때는 개인 이름으로 했더라도 나중에 구입할 때 교회 이름이 들어가면 되거든요. 아무리 설명해줘도 몰아세우니….”

    ▼ 경기금란교회는 은퇴 후 목사님이 목회할 목적으로 지으려 한 겁니까.

    “은퇴한 후 아들과 같이 하려 했지요. 아들이 담임목사를 맡고 나는 은퇴하자마자 가서 도와주려 했지요. 금란교회 60개 교구 중 한두 교구를 떼어주고. 큰 교회가 개척교회 내는 건 정당한 일이에요. 다른 교회들도 다 그렇게 해요. 그런데 하나님 뜻이 다른 데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난해 아들이 우리 교회 부목사로 부임했는데, 설교하는 모습을 보고 교인들이 ‘야, 아버지보다 낫다’ 하고 후임자로 추대한 겁니다. 내가 미국에 가 있을 때 장로님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어요. 그러니 (남양주에) 교회를 개척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그래서 그 땅을 팔게 된 거죠. 지난해 우리 교회에서 세계감리교대회를 치렀어요. 그 준비를 한다고 교회 옆 주차장 부지를 100억원에 매입하면서 빚을 졌는데, 남양주 땅을 팔아 갚았어요.”

    금란교회가 남양주 땅을 계약한 것은 2003년 3월. 검찰이 이를 횡령죄로 기소한 것은 교회 공금을 쓰면서 기획위원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 목사 아들 명의로 계약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횡령액은 8억340만원. 계약금 1억6000만원과 중도금 6억434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금란교회는 남양주 땅을 평당 1000만원으로 쳐 약 16억원에 매입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를 때까지는 명의자가 김 목사의 아들이었다. 잔금(8억원)이 치러진 것은 2003년 7월말. 김 목사가 구속되기 보름쯤 전이었다.

    “유지재단 허락 없이는 근저당도 못해”

    등기부등본에 오른 구매자 명의는 금란교회였다. 구매자 명의를 김 목사 아들에서 금란교회로 바꿔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한 것이다. 검찰은 매매대금 중 잔금을 제외한 계약금과 중도금에 대해서만 횡령죄를 적용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해 “횡령이라면 전체가 다 횡령이지 반만 횡령이라는 게 말이 되냐.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회재 검사(당시 수사검사. 현 서울동부지검 6부장검사)도 OO교회 집사인데, 그걸 횡령으로 보다니, 참 한심하지. 교회 일을 세상의 잣대로 재판하면 안 걸릴 교회가 한 군데도 없습니다. (기소 내용 중) 가장 큰 건이 바로 이 건이에요. 액수도 가장 크고. 최근의 일이고.”

    김 목사는 “단 한 평의 건물이든 땅이든 교회 맘대로 하지 못한다. 소유권이 교회가 아니라 감리교 유지재단에 있다. 따라서 개(個) 교회의 횡령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란교회만 해도 등기부에는 교회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우리 맘대로 팔지 못해요. 증축도 유지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근저당도 맘대로 못해요. 재단 이사회에서 허락해줘야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김 목사의 말대로 감리교법에 따르면 개별 교회의 모든 재산은 증여 형식으로 감리교 유지재단에 귀속된다. 그런데 세금 문제와 관련해 유지재단이 개별 교회의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교계 일각에서 제기돼 관심을 끈다.

    국세청은 올 초 감리교 유지재단에 15억여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감리교단측은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의 부동산을 유지재단 단일 소유로 인정함에 따라 과세표준금액이 높아져 세금 부담이 늘게 됐다”며 “재산의 실질적인 소유권이 개 교회에 있기 때문에 누진과세는 부당하며, 실제 소유자인 개 교회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국세심판청구를 했다.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홍도 목사. 그는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감리교 본부 강만득 재산관리부장의 설명이다.

    “개별 교회가 유지재단에 편입시킨 재산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의신탁 재산이다. 따라서 납세 의무자는 재단이 아니라 개별 교회다. 재산을 관리만 하는 재단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도 위배된다.”

    강 부장에 따르면 유지재단의 이사회 결의는 “요식행위이고 형식적인 절차”다. 교회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할 때 재단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만 개별 교회가 올린 원안 거의 그대로 통과된다는 것.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교회는 교단법에 따라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에는 교회 기획위원회 의결과 당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어 지방회 회장인 감리사 주재로 구역회를 열어 재적 과반수 출석과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후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명의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등기를 이전해야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금란교회는 남양주 땅을 구입하면서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다.

    “피고인(김홍도 목사)은 금란교회를 위하여 위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다만 김정민으로부터 그 매수 명의만을 빌린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김정민이 금란교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교회를 지을 목적으로 위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고, 설령 교회법상 위 부동산을 김정민 명의로 등기할 수 없다 하더라도 김정민으로 하여금 위 부동산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행사하도록 할 의도로 위 부동산을 매입하였음이 인정된다.”

    “국정원에서 내사한다”

    김 목사는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2002년 가을부터 2003년 봄까지 시청앞 광장 대중집회에서 몇 차례 강한 반공설교를 했어요. 조용기 목사와 같이 했지요. 가장 큰 이슈가 친북반미세력 척결과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였어요.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반미감정이 고조되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려 했어요. 그걸 우리가 막은 겁니다.

    나는 이북에서 살다 온 사람이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상과 그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원래 북한에 교회가 더 많았어요. 그런데 공산당이 집권해 다 파괴했거든요. 예수 믿는 사람은 거의 다 잡혀 죽거나 남한으로 넘어왔죠. 공산주의는 무신론이고 교회말살론이죠.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가 싫다기보다는 이 나라가 공산화되면 우리가 예수를 못 믿고 다 죽게 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한 겁니다.

    2003년 1월 시청앞 집회에서 그런 설교를 하고 난 다음날 친구 목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그 친구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회 신자 중에 4성 장군 출신의 전직 국방부 장관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내 친구한테 ‘지금 정부에서 금란교회 뒷조사 들어갔다’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웃기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걸릴 게 뭐 있냐고.

    그런데 우리 교회가 지금의 예배당 지을 때 100억원을 헌금하겠다고 하고는 1억원도 하지 않은 사기꾼이 있어요. 건축업자인데 다른 교회에서 장로로 있다가 우리 교회로 옮겨온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비롯해 교회에서 못된 짓 하다가 쫓겨난 장로 몇 사람을 (검찰이) 불러다 6개월간 내 뒷조사를 한 거예요. 그중에는 교회 재정을 맡았던 여자 권사도 있는데, 그 여자도 돈을 먹었는지 장부를 복사해 그 일에 가담했죠.”

    김 목사는 국정원 내사 의혹도 제기했다. 근거는 자신의 친구 목사의 전언이다.

    “나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친구 목사 말이 옳았던 거예요. 그 국방부 장관 출신 교인이 ‘국정원에서 내사를 시작했다’고 알려줬다는 겁니다. 검찰 수사는 동부지청(서울동부지검의 전신)에서 맡고. 나는 그때 검찰에 고소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어요. 내 비자금이 100억은 된다고 시작했다는데 사돈의 팔촌 계좌까지 뒤져봐도 뭐 나오는 게 있어야지. 내 재산이래봐야 몇억밖에 없어요. 결국 아무것도 안 나오니 건축헌금 내려고 모아뒀던 10억원을 교회 돈 횡령한 것이라고 몰아붙인 겁니다.”

    김 목사에 대한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된 것은 2002년 12월말이다. 고소인은 금란교회에서 출교당한 유모 장로와 최모, 이모 두 권사. 얼마 후 교회 건축 문제로 갈등을 빚고 교회를 떠난 곽모 장로가 합세했다. 2003년 3월경부터 본격 수사가 시작됐고 김 목사는 그해 8월 구속됐다.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금란교회 주일 예배 광경.

    ▼ 구속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

    “뭐 진짜 죄가 있어 구속됐다면 속 터져 못 살았겠지요. 하지만 내가 반공운동을 하고 좌파 정권을 자꾸 까기 때문에 들어간다는 것을 나도 알고 교인들도 아니까….”

    김 목사는 고소를 주도한 유 장로를 이렇게 비난했다.

    “한○○ 장로가 사무국장을 그만둔 다음 자기가 하고 싶어 이 사람 저 사람 쑤시고 다녔는데, 내가 안 세웠거든요. 그랬더니 팩 돌아서더라고. 그 전에는 곽○○을 때려눕히기까지 했던 사람인데, 그때부터 (곽 장로와) 딱 붙어서 나를 해롭게 하더라고요.”

    검찰이 기소한 김 목사의 죄목은 특경법상 횡령,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건축법 위반 네 가지로, 구체적인 범죄 혐의는 남양주 땅 매매 건을 포함해 12가지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는 그중 두 가지에 대해 일부 무죄와 무죄가 선고됐다.

    “원금은 괜찮고 이자는 횡령?”

    앞서 김 목사가 언급한 10억원은 ‘금란교회 김홍도’ 명의로 금정상호신용금고에 예치됐던 돈이다. 김 목사는 이 돈을 개인 재산이라 주장했지만, 검찰과 재판부는 교회 공금으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래 상호신용금고에 예치됐던 금액은 12억원이다. 이 돈은 1998년 10월27일 제일은행 중랑교지점과 농협중앙회 광화문지점으로 각 5억원씩, 2억원은 국민투자신탁에 분산 예치됐다.

    “…위 자금의 존재가 금란교회 회계담당 직원에 의해 폭로되자 1999년 5월6일 위 제일은행과 농협중앙회에 예치된 정기예금 10억원을 금란교회에 건축헌금으로 헌납하고, 그 무렵 국민투자신탁에 예치된 2억원을 인출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피고인의 사위인 최정렬의 생활비 등으로 임의 소비하여 금란교회 공금 2억원을 횡령하고…”(1심 판결문).

    이에 대해 김 목사는 10억원은 원래 자신의 돈이고 2억원은 그 이자였다고 밝혔다.

    “10억원은 내가 평생 부흥회도 다니고 봉급도 받고 또 뭐도 하고 해서 모은 돈이에요. 내 것이지만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교회에 바쳤던 겁니다. 당시 교회가 증축으로 빚을 많이 졌거든요. 다만 10억원에 대한 이자 2억원은 미국 유학 중인 사위 최정렬 목사에게 교육비로 지원했습니다.”

    ▼ 목사님 개인 재산이라면 문제 삼을 게 없을 텐데요.

    “검사나 판사나 내 말을 안 들으려 해요. 통장을 보면 다 알 수 있는데도. 아, 그래 내가 세계적 대교회의 목사인데 그깟 10억원을 못 만들겠어요? 맘만 먹으면 100억원도 만들지. 그런데 그 돈을 횡령한 것이라 하니 이렇게 답답한 일이….”

    ▼ 목사님 개인 돈과 교회 돈이 통장으로는 구분되지 않나요.

    “통장은 구분되는데 명의는 구분되지 않죠. 통장은 목사님 것과 교회 것이 따로 있죠. 그런데 둘 다 명의가 목사님 이름으로 돼 있으니 (검찰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이모 장로)

    ▼ 다른 교회도 다 그렇게 합니까.

    “그럼요. 이걸 문제 삼으면 한국의 6만 교회 목사 중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금란교회 김홍도’ 명의로 예치돼 있던 12억원은 1998년 10월26일 기독교대한감리회 명의의 계좌로 이체됐다가 다음날 출금돼 분산 예치됐다. 재판부는 계좌 이체 사실을 들어 12억원이 금란교회 공금임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방송 터지기 전에 손써야 한다고 해서”

    ▼ 기독교대한감리회 명의 계좌로 이체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헌금을 하기 위해 김홍도 명의 계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금란교회 명의 계좌로 이체한 겁니다.”

    배석한 박 부목사가 “말하자면 계좌이체 헌금”이라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횡령액은 2억원. 김 목사는 “교회 공금을 횡령한 것이라면서 10억원은 놔두고 2억원만 문제 삼은 것도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세습·횡령·불륜  논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인터뷰

    김 목사는 “물질, 여자, 교만은 목사의 3대 암초”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1998년 4월5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김 목사의 불륜 의혹, 감독회장 부정선거, 재산 문제 등을 보도하면서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목사는 MBC 보도와 관련해 방영 전과 방영 후에 각각 4억원과 1억5000만원의 교회 공금을 횡령했다. 4억원은 방영 저지를 위한 로비자금이었다.

    판결문 기록대로라면 김 목사는 이모 장로에게 “평소 알고 있는 여야 정치인, 청와대 등 힘있는 사람을 통해 위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도록 힘을 써달라. 그리고 위 프로를 뒤에서 조종하는 곽OO을 책임지고 구속시켜라” 하면서 현금 4억원을 사과상자에 담아 건넸다. 또한 4월말에는 “MBC 관계자와 신세 진 사람들에게 인사하라. 곽OO을 구속시켜라”는 취지로 운전기사를 시켜 현금 1억5000만원이 든 사과상자를 전달했다.

    ▼ 로비자금 4억원을 실제로 사용했습니까.

    “안 했죠. 그놈이 떼먹었죠. 원래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청와대에서 뭐 지냈다면서 알랑거리기에 충성하나보다 했죠. 방송이 터지지 않게 손을 써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준 건데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았어요. 나중에 1억원인가는 갚았고, 나머지 금액은 땅 팔아 갚는다고 하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죠.”

    ▼ 곽 장로를 구속시키라는 지시를 하셨습니까.

    “내가 구속하란다고 구속되겠어요? 그놈(이OO 장로)하고 곽OO하고 짜고 만들어낸 말이에요. (두 사람 다) 사기성이 있어서 교회에서 쫓겨났어요.”

    ▼ 1억5000만원은 또 뭡니까.

    “판결문 내용은 지어낸 얘기고요. 건축업자인 곽 장로가 지금의 금란교회를 지을 때 공사비로 150억원만 주면 자신이 건축헌금 명목으로 100억원을 보태서 완공시키겠다고 하고는 모두 241억원을 가져갔어요. 그러고도 자꾸 돈을 요구해 공사가 중단됐지요. 1억5000만원은 이OO 장로가 ‘곽 장로한테 교회 돈을 되찾으려면 경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준 돈이에요. 권력자들한테 써야 한다며.”

    ▼ 목사님이 문제 있는 장로들한테 많이 휘둘리셨나 보네요.

    “보통 휘둘린 게 아닙니다. 이OO 받아들일 때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 왔어요. 사기꾼이니 조심하라고. 곽OO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예배당을 지어준다고 하니 의심하지 않았지요. 목사는 단순하거든요. 사람 잘 믿고.”

    ‘2580’ 보도를 전후해 금란교회는 보도내용을 반박하고 해명하는 광고를 각종 언론매체에 57회에 걸쳐 실었다. 집행된 광고비 총액은 3억3000만원. 검찰은 이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했다.

    교회 공금을 ‘불륜 합의금’으로

    법원이 이처럼 검찰의 공소사실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김 목사의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 교회 공금을 사용한 것은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BC 보도와 관련된 로비자금 및 광고비, 감독회장 선거자금, 불륜 관련 합의금, 변호사 선임료, 별장 건축비, 아파트 분양대금 등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란교회측은 하나같이 김 목사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교회의 명예나 업무와 관련된 일이기에 정당한 공금 사용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매사 기획위원회 의결을 거쳐 집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 목사의 항변이다.

    “아니, 교회 돈을 어떻게 내 마음대로 씁니까. 장로님들이 쓰라고 하니 쓰는 거지요. 재정부장 도장 찍지 않으면 못 쓰는 거예요.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뒤집어씌우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듣지를 않더라고요.”

    하지만 재판부는 “기획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거나 설령 거쳤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아 교인들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란교회는 김 목사가 구속되기 직전인 2003년 8월 문제가 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교인들에게 공금 사용 내역을 밝히고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피고인(김 목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왜곡해 설명한 다음 교인들의 동의를 물었고, 사후에 추인받았다고 해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목사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문제인 불륜 의혹에 관련된 돈만 해도 그렇다. 김 목사는 1999년 11월, 자신과 불륜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배모씨에게 합의금으로 2억원을 지급했는데, 그중 5000만원이 교회 공금이었다. 나머지 1억5000만원 중에는 교회 자동화시스템 공사와 관련해 건축 감독을 맡았던 임모 권사가 업자들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5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1심에서는 이 돈도 횡령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리베이트를 교회 공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금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집사람에게 언니, 언니 하면서…”

    김 목사가 배씨에게 합의금을 건넨 것은 배씨가 그를 위증죄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소송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먼저 고소한 쪽은 김 목사의 부인 배모씨. 공교롭게도 두 배씨는 이름의 끝자만 달라 주변에서 친자매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불륜 의혹의 당사자인 배씨는 김 목사 부인을 ‘언니’라고 불렀다.

    판결문에 따르면 배씨는 1986년 10월부터 김 목사의 부인에게 “불륜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여러 차례 돈을 받아냈다. 돈 요구가 계속되자 견디다 못한 김 목사의 부인이 1997년에 배씨를 공갈혐의로 고소했다. 구속된 배씨는 구치소를 찾아온 MBC 기자에게 이 사실을 제보했고, 그 내용은 1998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알려졌다.

    방송 직후 김 목사 부부는 배씨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999년 9월 법원은 배씨에게, 김 목사와 그 부인에게 각각 1000만원, 3억514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한편 10개월 실형을 살고 출소한 배씨는 1999년 김 목사 부부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두 사람이 자신이 구속된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목사 부부가 교회 장로들에게 자신과의 불륜관계를 고백하고 그 일로 금식기도를 한 사실이 있는데,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2000년 6월 김 목사 부부에게 위증죄를 인정, 각각 벌금 7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 목사가 배씨에게 고소 취소 조건으로 2억원을 건넨 것은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 법원 판결문에 배씨와의 불륜관계를 사실로 인정하는 표현이 있더군요. ‘배OO와의 불륜관계를 무마하거나 형사사건 합의금 등을 위해….’

    “근원부터 얘기할게요. 그 사람이요, 1972년에 1년간 (교회에) 다니다가 그만둔 사람입니다. 이름이 집사람과 비슷해요. 그래서 언니, 언니 했지요. 집사람 마음이 한없이 여리고 착해요. 스물세 번인가 그 여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까지 썼어요. 그런데 자꾸 공갈을 쳐서 고소했지요. 그래서 감옥에 갔다 왔어요. 판사가 2년 (실형을) 때렸는데 곽OO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1년 만에 나오더라고요. 어쨌든 감옥에 간 것은 사기꾼이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교회에서 쫓겨난 장로들이 그 여자를 불러다―뭐 돈도 줬겠지요―(나한테) 불리한 말을 하도록 시킨 거예요. 그게 걸려들어 감옥에 간 거지요. 사기꾼으로.”

    ▼ 부인께서는 왜 그렇게 돈을 줬습니까.

    “배OO가 자꾸 나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고 다녔어요. 그런 소문이 퍼지면 사실 여부를 떠나 목사와 교회의 명예를 훼손시키게 되니 부인으로서…. 좌우간 그 여자 입에서 나온 말뿐이지 근거가 없습니다. 돈만이 아니에요. 옷도 얻어가고 쌀도 수없이 얻어갔습니다. 언제까지 갚겠다 하면서. 언니, 언니 하고 따라다니면서 울면서 그러니까 어떻게….”

    ▼ 부인께서 목사님께 확인하지 않았나요.

    “집사람이 워낙 착해서….”

    ▼ 부인께서 목사님한테 전혀 얘기하지 않고 돈을 줬나요.

    “물론이지요. 내가 알았다면 혼냈죠. 이걸 참고로 알고 계세요. 몇 년 전에 하루 걸러 전보가 왔어요. 당신의 아들이, 그러니까 사생아, 그 여자와의 관계에서 난 아들이 지금 서른둘인가 셋인데 원주에서 잘 크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미친 사람 소행인가 싶었는데, 몇 차례 더 받고서야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아, 또 공갈치는구나. 그래서 수천명이 참석하는 철야기도 시간에 내가 말했어요. ‘누가 이런 짓 하는지 아는 사람은 나한테 데리고 오라. 요즘 DNA 검사도 있고 혈액형 검사도 있으니 대번에 알 수 있지 않냐. 사실이라면 당장 사표 내고 감옥 가겠다.’ 그 뒤로는 더 이상 장난치지 않더라고요. 또 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여자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기라고 우기기도 했어요. 그 사진을 복사해 여기저기 뿌려댔지요.”

    “어느 목사가 장로들 앞에 인정하겠냐”

    ▼ 실제로 누구 아기입니까.

    “배OO의 아기죠. 그런데 그 남편이 술고래였는데 트럭에 치여 죽었어요. 그것도 내가 죽였다는 거예요.”

    ▼ 완전히 다윗이네요.

    “그런 식이에요. 우리 변호사가 강원도 어디엔가 며칠 묵으면서 다 조사해봤어요. 그 남편이 술에 취해 소주와 순대를 사 가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트럭에 치였던 겁니다. 그것을 확인해 법정에서 다 밝혔지요.”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왕 다윗은 부하장수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고는 우리야를 전쟁터로 내보내 죽게 만든다.

    ▼ 배씨가 목사님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쫓아다닌 적은 없습니까.

    “그런 건 있죠. 만날 언니, 언니 하고 와서 뭘 얻어가고 하니까 다른 교인들 눈에는 좀 가깝게 보였겠죠.”

    ▼ 아니, 혹시 특별한 감정을 목사님한테 드러냈다거나….

    “그런 건 없었고요. 오죽하면 감옥에 갔겠어요. 그건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얘기기 때문에 따로 심리하지도 않았어요.”

    ▼ 그런데 판결문에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까. 불륜관계라고.

    “여기서 쫓겨난 장로들과 배OO가 하나가 돼서는….”

    ▼ 배씨가 목사님을 위증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목사님의 위증을 인정했는데요.

    “그게요. 40여 가지를 물어보는데 정신이 없더라고요. 어떤 건 겹치고 내용이 뒤바뀌기도 하고. 핵심은 이거예요. 당시 내 변호인이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가 다니던 창천교회 교인이었어요.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데, 김대중 직계라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선임했지요. 그런데 말짱 헛거라. (나보고) 자꾸 인정하래. 그래야 복잡해지지 않는다고. 진짜 변호사는 인정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때 인정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장로들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고 부부가 금식기도를 했다는 얘기는 뭔가요.

    “그것도 갖다 붙인 거지. 설령 잘못한 게 있다고 해도 그렇지, 어느 목사가 장로들 앞에서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겠어요. 다 꾸며낸 얘기죠.”

    ▼ 법정에서는 다 인정됐네요.

    “변호사가 자꾸 인정하라고 해서. 변호사 덕본 게 아니라 손해만 봤지.”

    ▼ 수석장로를 지낸 이모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김 목사가 교회 장로 6명 앞에서 불륜관계를 고백했다”고 증언했는데요.

    “(교회에서) 쫓겨난 사람이에요. 다 거짓말이죠.”

    ▼ 배씨에게 합의금은 왜 줬습니까.

    “자꾸 그런 식으로 괴롭히니까. 이 대형교회 목사의 명예가 자꾸 실추되니 장로님들이 나선 거죠. 제발 그만 떠들으라고. 사실이든 아니든 자꾸 그 여자가 입을 벌리면 교회에 해를 끼치는 일 아닙니까. 내가 말렸는데도 장로들이 담임목사 보호한다고…. 나는 얼마를 줬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요. 당시 교회 사무국장이 한OO 장로라고 내 매제인데, 한 장로가 그 여자에게 돈을 건넸어요.”

    ▼ 그 변론 과정에 ‘교회와 담임목사는 한몸’이라는 논리를 펴셨던가봐요. 목사를 위해 쓰는 돈은 곧 교회를 위해 쓰는 돈이라고.

    “내 문제가 곧 교회 문제이고 교회 문제가 내 문제죠. 내가 사사롭게 착복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교회에서 (나를 위해) 광고도 내주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하죠.”

    ▼ 그런데 대법원은 “목사와 교회는 별개”라고 판시했지요?

    “그런 내용이 있었나.”

    장로들이 돈 모아 합의금 마련

    ▼ ‘금란교회는 피고인과 별개이고 피고인의 횡령, 재산 문제, 감독회장 부정선거, 여자 문제 등에 관한 것은 피고인 개인의 비리나 부정에 불과하므로 이를 금란교회의 업무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이렇게….

    “좌우간 광고 낸 것도 내가 착복한 것으로 해놓았으니…. 뭐 몽땅 뒤집어씌운 거니까.”

    김 목사는 “고등법원에서는 거의 해명돼 무죄가 선고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선고하는 날 법정에 한겨레(신문) 등 좌파 기자들이 노트 딱 펴들고 앉아 있으니 재판장 표정이 달라지더라고. 여자 판사였는데, 형량만 조금 줄이고 (1심) 그대로 때려버린 거지.”

    ▼ 재판장이 기자들 얼굴 보고 판결을 바꾸지는 않을 텐데요. 이미 판사들끼리 방향을 정하고 나올 텐데.

    “아니에요. 마지막에 확 바뀌더라고.”

    김 목사가 합의금을 지급한 대상은 배씨말고 또 있다. 1999년 이모 장로를 비롯한 교인 4명이 김 목사를 배임죄로 고소했다. 2000년 4월 사무국장 한모 장로가 김 목사 명의로 네 사람과 소(訴) 취소와 관련된 합의각서를 작성한 후 3억원을 건넸다. 네 사람인데 3억원을 받은 것은 그중 두 사람이 부부였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이 돈에 대해서는 횡령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금란교회 장로들은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합의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한 지급기일까지 대출이 안 되자 교회 공금, 즉 금란교회 계좌에서 3억원을 인출해 고소인들에게 지급했다. 다음날 대출이 이뤄지자 장로들은 대출금을 교회 계좌로 입금했다. 금란교회측에 따르면 그 후 장로들이 500만원, 1000만원씩 내서 대출금을 갚았다는 것이다.

    ▼ 왜 장로들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했나요.

    “목사를 아끼고 사랑하니까. 너무 억울하니까. 나는 주지 말라고 했어요. 책잡히니까.”

    ▼ 뭔가 문제가 있으니 돈을 준 것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곽OO 편을 들어 자꾸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 그쪽에서 먼저 돈을 요구했나요.

    “돈을 주면 더 이상 곽OO 조종을 안 받고 떠나겠다고….”

    김 목사는 가슴에 사무쳤는지 거친 표현으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리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어서 그렇지, 그 믿음이 없다면 너무 억울해 뭔 일 벌였을 거예요. 자살하거나 몇 놈 쏴 죽였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폭력은 안 되잖아요.”

    김 목사의 횡령죄 중에는 1996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운동자금으로 2억3700만원의 교회 공금을 사용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 항소심 판결문에는 ‘선거권을 가진 지방에 있는 장로나 총대(총회 대의원)를 서울로 초빙해 식사를 대접하고 차비를 제공하거나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총대를 모아놓고 유세성 홍보를 한 다음 식사를 하고 돈봉투를 돌렸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건 관행이에요. 옛날부터. 그게 횡령이라는 건 말이 안 되죠.”

    ▼ 선거에 출마하면 돈 좀 써야겠지요.

    “다들 써요. 다 씁니다.”

    배석한 이 장로가 거들었다.

    “담임목사는 교회를 대표하잖아요. 그러면 담임목사님이 교회를 대표해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교회 재정을 쓰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기획위원회도 거쳤고요.”

    “봉급만으로는 목회 못해”

    김 목사는 1994년과 1996년 두 차례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현재 감독회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당시는 2년이었다. 첫 출마 때는 친형인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와 맞붙어 패했고, 2년 뒤 재출마해 당선됐다. 1994년 선거는 형제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교계의 화제가 됐다.

    “교회가 커지니까 나보고 감독회장 선거에 나가라고들 하는데, 나는 진짜 안 나가려 했어요. 어떻게 내가 형님보다 먼저 하냐고. 그런데 주변에서 하도 권유하기에 내가 형님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자기는 안 나갈 테니 나보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형님 허락을 받고 출마했는데, 중간에 형님이 나온 거예요. 이것을 두고 동방예의지국에서 동생이 형보다 먼저 하려 한다고 악평을 해대더라고요. 나만 괘씸한 놈 된 거예요. 어머님과 동생들도 형님에게 따졌죠. 왜 안 나온다 해놓고 나와서 괴롭히느냐고.”

    “장로 후보 당선시켜달라”

    1998년의 금란교회 회계장부에 따르면 김 목사는 교회에서 매달 약 3000만원을 받았다. 그 내역은 생활비 500만원, 판공비 500만원, 구제비 900만원, 품위유지비 1000만원 등이다.

    ▼ 1998년 당시 목사님이 교회에서 받는 돈이 꽤 많던데요.

    “봉급이 500만원이었어요. 그런데 이 대형교회 목사한테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에도 얼마나 많겠어요. 큰 교회 목사니까 어디 가도 꼭 밥값 내야 하고. 시골에서 전도사가 찾아오면 여비 줘서 보내고요. 이래저래 도와주는 일도 많고요. 봉급만으로는 목회 못해요.”

    ▼ 급여 외 판공비 같은 지원금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합해 3000만원쯤 됐죠.”

    ▼ 지금은 그때보다 배 이상은 받으시겠네요.

    “지금은 좀더 받지요.”

    6월초 시청앞 광장에서는 재향군인회와 청교도 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집회가 열렸다. 약 3만명이 운집한 이날 행사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전공’인 반공설교를 했다. 청교도 단체의 정식 명칭은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은 전광훈 목사다. 김 목사는 청교도 단체 얘기를 꺼내며 정권이 지금도 자신을 옭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렇게 믿어요. 지금도 협박이 계속되고 있는데…. 내가 지금 청교도 단체의 총재예요. 나는 이름만 빌려준 것이고 실제로 이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전광훈 목사예요. 그런데 이 사람도 종종 불려갔어. 왜 아무개 후보를 지지하냐고. 대중집회에서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고 지지하면 선거법에 걸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벌금 30만원인가…. 그렇지만 우리(금란교회)는 기도할 때 해주는 거니까. 아무개 장로…. 그러니까 그거야 법에 걸리지 않지. 기도도 못하게 한다면 종교탄압이지.”

    지난 3월19일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주축인 ‘한국미래포럼’은 서울 엠배서더호텔에서 ‘제2회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주요 교단장과 기관장이 초청된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나라를 구원한 기도’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목사들과 장로들 중에는 장로 후보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마음이 합쳐지지 않는다. 큰일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김정일이 테러해서 없애거나 전쟁 도발을 일으켜 정권을 연장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다시는 좌파정권이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장로 후보’를 마귀의 참소, 테러의 위협에서 지켜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 지난 3월 엠배서더호텔 조찬기도회에서 한나라당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신 게 논란이 됐지요.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죠.”

    ▼ ‘장로 후보’라고….

    “잘 믿는 장로님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그랬지요.”

    ▼ ‘잘 믿는 장로님’이라면 한 사람밖에 없지 않나요.

    “한 사람은 아니지요. 지금 명지대 총장인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도 있고.”

    ▼ 그분을 염두에 둔 건 아니시겠지요.

    “그렇죠, 뭐. 장로님… 어쨌거나 거명은 안 했으니 걸릴 건 없죠.”

    ▼ 사실상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언급하신 건데,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건 교회 장로이기 때문인가요.

    “장로이기도 하고. 청계천 복원사업만 보더라도 능력이 있잖아요. 현대그룹도 그 사람이 그만큼 성장시켜놓은 거고. 그리고 어릴 때부터 고생을 무지무지 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도 잘 아는 사람이야.”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목사가 공공연하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종교의 영역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요.

    “주로 기도할 때 얘기하지요. 개인적으로 교인들이 이명박 장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거나 얘기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거지.”

    기자는 김 목사와 첫 번째 인터뷰를 하기 전인 5월6일 금란교회 3부 예배(오전 11시30분)에 참석해 김 목사의 설교를 들어봤다. 김 목사가 설교하기 전 모 부목사가 기도를 했는데, “좌경친북세력이 다시는 정권을 못 잡게 해달라” “장로 후보를 당선시켜달라” “믿는 자가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 등의 선거구호 같은 발언이 쏟아졌다.

    ▼ 교인들 중에는 정치나 선거에 대해 다른 소견을 가진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들 말을 못하지요.”

    ▼ 이명박씨와는 원래 친분이 있으십니까.

    “없어요. 그 사람은 장로교인 소망교회 장로고. 나는 감리교 목사고.”

    김 목사의 집무실 책장에는 이명박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우리 교회에 와서 간증설교를 했지요. 고생 많이 했더라고요. 그래서 기도 많이 해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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