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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본 한중일 문화인류학 4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먹을거리史로 ‘장난’치지 말지어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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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강병의 이미지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중국인들의 식사에선 두부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요나베’를 ‘칭기즈 칸’이라 부르게 된 연유는 뭘까. 일본은 1931년 지금의 중국 동북지방에서 만주사변을 일으켜 괴뢰국가인 만주국(滿洲國)을 세운다. 이후 많은 일본인이 중국에 갔다. 지식인들은 ‘만주철도주식회사’에 소속됐고 군인들은 관동군(關東軍)이 됐다. 사업을 하러 중국에 간 일본인도 많았다.

1910년대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주장이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조상들이 시베리아에서 말을 타고 일본열도에 왔다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은 한반도와 대륙침략을 합리화하는 데 적절하게 이용됐다. 일본의 근대화론자들은 ‘서양을 배우자’며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인이 되자”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쳤지만, 유럽은 일본을 아시아의 하나로 보았다. 거기에서 생겨난 스트레스가 1930년대 초반, ‘요나베’에 ‘칭기즈 칸’이란 이름을 붙이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만주 개발’을 위해 1920년대부터 꾸준히 중국 동북지역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광활한 대륙에서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감명 깊은 것이 유럽까지 한손에 거머쥔 ‘칭기즈 칸’이었던 것. 앞서 언급한 ‘홋카이도신문’의 연재물에서는 ‘부국강병’의 ‘일본 근대’와 ‘칭기즈 칸 요리’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기름기가 흐르는 칭기즈 칸 요리를 먹으면 마치 유라시아 대륙을 장악한 칭기즈 칸이 자신을 품어주는 느낌마저 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양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누린내가 많이 나기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조리법이 필요했다. 홋카이도에서는 칭기즈 칸 요리 조리법으로 양고기를 각종 과일즙에 재워 하루 정도 절이는 방식이 채택됐다. 특히 사과·양파·귤 즙을 이용하면 매우 단맛의 양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생겨났다. 이에 비해 1930년대 도쿄의 양고기 전문점에서는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썼다. 당시 자료를 보면 단맛보다는 짭짤한 맛이 양고기에 스며들어 마치 소금구이를 먹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에 비해 시코쿠의 ‘고치’에서는 쇠로 된 전골냄비에 양고기를 구웠다. 이 냄비는 1950년대 초반 ‘고치’의 칭기즈 칸 요리점에서 처음 도입했다고 알려진다. ‘홋카이도신문’ 기사에 따르면 2003년 92세의 나이로 생존했던 요시모토 겐지(吉本健兒)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39년에 만주에 가서 사업을 하다 실패를 거듭하던 중, 종전으로 중국에 억류됐다가 1949년에 고향인 고치로 돌아왔다. 그 후 만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칭기즈 칸나베(成吉思汗鍋)’를 개발, 1953년 싼값의 양고기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요사이 일본에서는 홋카이도나 도쿄, 고치와 같은 도시를 제외하면, 칭기즈 칸 요리를 먹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1950년대까지는 전후의 가난을 해결하는 데 양고기는 매우 적절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경제부흥의 단맛을 맛본 일본인들이 하급으로 여겨지던 양고기를 소비할 이유가 없어졌다.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그들의 입맛에 더 맞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99% 이상의 양고기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서 칭기즈 칸 요리의 소비가 그전만 못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대구에서 ‘칭기즈 칸’이란 음식이 새로운 인기를 누린다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몽골이 마치 ‘민족의 고향’쯤 되는 양, 너무나 열심히 그들과 한국인의 닮은 점을 찾아다녔다. 심지어 몸에 있는 ‘몽골 반점’과 역사적으로 원나라와의 교류 경험을 내세워 무한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마치 192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대륙풍’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칭기즈 칸’ 이름이 붙은 음식도 한국식으로 만들어냈으니 그 ‘대륙풍’이 침략적 ‘부국강병’으로 가지 않을까 두렵다.

칭기즈 칸 요리는 역사가 조작된 음식은 아니다. 이에 비해 특정 음식의 역사나 기원을 언급하면서 역사적 시간을 가능하면 고대로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그 기원이 아주 먼 곳에서 출발했다는 주장이 음식의 역사를 논하는 글에서 난무한다. 민족의 역사적 신비감을 음식에 담으려는 이러한 노력들이 지난 100년 사이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더욱 강렬하게 ‘역사 만들기’ 작업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어로 ‘더우푸(豆腐)’라 불리는 두부의 기원에 관한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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