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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시민’ 황석영

“지금, 내 생애 가장 왕성한 창작욕에 불타고 있어요”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세계시민’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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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황석영

황석영씨가 소설 ‘개밥바라기 별’을 연재하고 있는 네이버의 웹블로그.

▼ 일 많이 하기 위한 ‘아침형 업무 스타일’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어느 신문 칼럼에서 ‘몸 쓰지 말고 머리 쓰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아 그것, 말이 돼요. 옛날 1970, 80년대 대기업 직원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대화 일선에서 뛰어다녔죠. 그 버릇이 되살아났군.”

▼ 요즘 황 선생도 웹블로그에 연재소설 대느라 몸과 머리를 많이 쓰고 계신데, 블로그 연재의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정말 새로운 경험입니다. 특히 독자들이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덧글이 참 신기해요. 그래서 제가 거기다 다시 덧글도 달고 했습니다. 정말 독자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사람살이를 바로 곁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글의 내용을 갖고 독자와 곧바로 대화한다는 게 어디 상상할 수 있던 일인가요? 작가로서 창작에 번거롭고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고무되고 있습니다.”

▼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어느 독자가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내용도 바뀔 수 있나’라고 물었더군요.



“답장을 할까 하다가 그냥 뒀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계속 치고들어올까봐. 사실 그건 가능하지 않지요. 내가 구상했고 쓰려는 것이 있는데…. 말하자면 창작의 자율성 독립성이라는 것은 피차 존중해야겠죠.”

90% 이상이 젊은 독자

▼ 열성 독자는 단행본으로 나와도 사보잖아요. 이번엔 전에 없던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즐거움도 컸겠네요.

“독자 반응을 보니까, 뒤늦긴 했지만 인터넷 매체에서 본격문학의 문예란을 두는 게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해 ‘바리데기’가 나오고 나서 예스24 같은 인터넷서점에서 ‘참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독자의 80%가 20~30대고, 10대도 13%가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젊은 독자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네이버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와 승낙했지요.”

▼ 박범신씨는 “포털사이트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 한식 정찬을 차려내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건 좀 비유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이미 매체가 변화하는 이행기에 있는데, 작가들은 꼭 문예지나 신문 지면 같은 데에 실어야 한다는 관습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도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날로그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남에게 동정심을 갖는 이런 것들이 다 아날로그 세계입니다. 별이나 대지처럼 말입니다. 그런 콘텐츠는 인류가 살아가는 한 지구상에 영원할 겁니다. 그런데 도구는 미디어뿐 아니라 돌에서 구리 철 전기 컴퓨터 등으로 좀 많이 변했습니까.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미디어의 적재적소에 콘텐츠를 어떻게 싣느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터넷 같은 새 미디어로 인해 종이나 문자가 위축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블로그 연재가 끝나면 저는 종래 방식의 출판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흘러가는 문자를 들여다보는 것과, 책장을 넘기며 자신과 혼자 대면하고 사고하는 것과는 다른 체험이니까요. 외국에서도 인터넷이 출판문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출판문화가 더 활성화됐다고 그래요.”

카페 구석, 스피커가 있는 쪽에 앉아서 그런지 음악 소리가 제법 크다. 황씨가 그예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 “이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나? 보소, 안녕? 언니(웃음)? 음악 소리 좀 줄여줘요.” 주인은 어디를 나갔는지 대답이 없다. 그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려 틱틱, 라이터를 켠다.

“제대로 된 성장소설 남기고파”

▼ 이 시점에 굳이 성장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라면.

“한 출판사와 다음 소설을 출간하기로 계약을 했어요. 그때 쓰고 싶은 주제 중 하나가 역사 쪽이었어요. 그런데 요새 ‘팩션(faction, fact+fiction)’에 관심 가진 이가 많아져, 나마저 또 그런 걸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출판사 대표 몇 명과 술을 마셨는데, 이구동성으로 우리나라에 수십년간 본격 성장소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더라고. 그 장르를 휩쓰는 것은 일본 대중소설들이고, 국내 작품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단편에 그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분야 장편소설을 하나 남기자고 작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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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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