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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시민’ 황석영

“지금, 내 생애 가장 왕성한 창작욕에 불타고 있어요”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세계시민’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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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황석영
개인과 일상의 소중함

갑자기 그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비발디 ‘사계’의 ‘겨울’ 제2악장이다. “누구요? 그렇소. 뭐요? 인터뷰요? 인터뷰 같은 거 안 해요”라며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특별한 인연으로 그와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기자가 머쓱해진다. 그는 “가능한 한 창작에 방해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다시 담배를 피워 문다.

황씨는 1998년 감옥에서 나와 집필을 시작한 무렵을 ‘후반기 문학’이라고 자칭했다. 세상을 탐미적으로 바라보던 그가 베트남전을 계기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급진화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전반기 문학’이 이데올로기라든지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섰고 그 형태도 정통 리얼리즘에 입각했다면, ‘후반기 문학’은 집단이나 공동체, 역사적 거대 사건 등에 대한 관심에서 개인과 일상의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볼 수 있다.

▼ 작품 경향이 바뀐 계기는 무엇입니까.

“방북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쏟아져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감옥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했고요. 저에게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옥서 나오자마자 동아일보에 ‘오래된 정원’을 연재했는데, 그 배경으로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부침하는 가냘픈 개인들의 일상생활과 그들의 구체적 생활상을 다뤘거든요. 옛날하고 다른 태도죠. 그래서 옛날식 독법으로 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뭐, 이거 좀 풀어지고 나약해진 것 같다’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변화한 겁니다.”



2005년 독일의 한 문학행사에서 발표한 글에는 그의 세계 인식 메타포가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그의 렌즈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철새들을 향하고 있다. 어느 순간 그들 앞에 더 큰 철새 무리가 날아들어 일제히 동요가 일어난다. 앉아 있던 새들은 놀라 일제히 하늘로 떠오르지만 다른 데로 날아가지 않고 다시 더 촘촘하게 자리를 좁혀 앉는다. 일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의 세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마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을 맴돌고 있는 때에 있다’고 대답하겠다. 그러고는 나의 작업이 ‘새들이 다시 내려앉는 것’에 관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대답할 것이다.”

즉, 한 국가 안에서 정착해 있던 이들이 외국으로 이주해가는 것, 예컨대 탈북자나 난민의 삶, 노동력을 찾아 타국으로 이주한 이주노동자들의 세계에 그의 시선이 고정된 것이다.

해외 체류하며 한반도 통찰

▼ ‘바리데기’의 뒷부분이 재미있어요. 주인공 바리의 런던 생활, 연인이 된 알리와 주변인물과의 관계, 그들의 상징….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니 모두 외국에서 촬영한 것이더군요. 외국에 대한, 세계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는 특별한 까닭이 있을까요.

“망명 시기뿐 아니라 근래 런던과 파리에서 보낸 몇 년간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계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새삼 여러 번 느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했으니 전쟁에 직접 가담해 있는 처지입니다. 또 세계화 재편성 기간에 IMF 외환위기라는 간난고초를 겪었지요. 굉장히 재밌는 것은 ‘바리데기’ 뒷부분에 중동 분쟁지역이 배경으로 언급되는데, 책 출간 1주일 만에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터졌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해외에서 체류하며 거리감을 갖고 한반도 문제를 더 뚜렷이 볼 수 있었고, 냉전체제 이후 변화된 세계의 보편성 같은 것을 본 게 큰 수확입니다. 그중 한 가지 주제가 바로 ‘바리데기’에서 다룬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이주)의 문제입니다. 이주로 인한 갈등을 풀어낼 하모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즉 이 두 가지가 21세기에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 외국 생활이 불편하진 않았나요.

“저는 하도 많이 돌아다닌 사람이라 어디 가면 금방 낯설지 않게 자기 터전이랄까, 그런 것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한 달쯤 있으면 완전히 적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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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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