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프다, 벌써 졸업이네. 남한산을 떠나서 어디로 갈까? 졸업하고 남한산에 자주 와야겠다. 졸업하기 싫다.”
“남한산에서 보낸 5년의 세월, 아이들이 성장해서 힘들고 지칠 때 쉼표가 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곳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했고 후회 없는 삶이라 자부합니다. 이제 큰아이의 졸업으로 이곳을 떠나 아파트로 갑니다. 가슴이 답답하지만 남한산의 추억이 있기에 웃으며 떠납니다.”
폐교 위기를 넘긴 작은 시골학교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아이도 학부모도 떠남을 아쉬워할까.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사이, 눈앞에 불쑥 학교가 나타났다. 산꼭대기를 병풍처럼 두른 아담하고 소박한 단층 교사(校舍). 신발을 벗고 교사 현관에 들어서자 몇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띈다. 가정집 거실 분위기다. 복도와 교실 등 건물 전체를 온돌방으로 꾸민 실내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와르르 뛰어다니고 뒹굴며 깔깔댔다. 여느 학교와 다름없던 바닥을 온돌방으로 바꾼 데는 한창 활발하게 몸을 움직일 시기의 아이들이 옷 버릴 걱정 없이 맘껏 뛰어놀라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다.
남한산성 안 산꼭대기 부근에 터를 잡은 전교생 130여 명의 작은 학교. 이곳을 둘러싼 한적한 시골동네가 졸업과 입학 시즌만 되면 ‘이사 소동’으로 몸살을 앓는다. 전세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나마 구할 집이 없어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사랑방’도 조용할 날이 없다.
“큰아이를 2학년으로 전학시키고 싶은데 집이 없어 안타깝네요. 아는 사람이 없어 부동산을 통해야 한다니 답답해요. 현지에 사시는 분들이 집 소식을 더 잘 알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립니다. 학부모님들 연락 기다립니다. 도와주세요.”
“4개월 만에 방 세 칸짜리 집을 구했다. 온 동네 문 두드리고 다녀 얻은 집이다. 그런데 옆집 공사로 빗물 배수가 우리 집을 향했다. 3년 동안 남의 집 빗물 퍼내며 살았다. 지금은 힘들었던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이혼 도장 찍고 남한산 가라”
지난 3월3일 초빙제로 새로 부임한 최웅집 교장에 따르면 산성 내에 위치한 학교 주변이 신·증축 불가 지역으로 묶여 있다. 그나마 상가지역이라 음식점이나 찻집 외에 일반 주택은 거의 없다. 최 교장은 “대개 상가 반지하방, 도심으로 떠난 사람들이 남겨놓은 빈집, 무허가 집에 세를 드는데 그나마 물량이 많지 않아 학부모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입학,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쳐 학교는 산성리를 포함해 주변 세 개 리(里)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받고 있다. 가족 전체가 이 지역에 실제 거주해야 하고 부모의 전출로 이사를 가게 되면 아이도 가차 없이 전학 보내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지만, 전교생 가운데 외지 아이들이 70%에 달할 만큼 학부모들은 전·입학에 필사적이다. 교무부장이자 나무마을(2학년) 담임으로 9년째 근무 중인 안순억 교사의 말이다.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 음식점 지하방 곳곳에 이사 와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살다가 다 쓰러져가는 빈집에 방 한 칸을 얻어 화장실도 없이 요강을 쓰며 사는 분도 있지요.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곳도 있고요. 우리 학교가 뭐 대단한 학교라고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학교가 얼마나 부실하면 저럴까 싶어 씁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