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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심장부를 가다

단군 어머니 웅녀(熊女)의 자취, 우하량 곰뼈를 찾아라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고조선 심장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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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가 유엔에 가입하자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잇달아 마케도니아를 승인하며 국교를 맺었고 미국도 뒤따를 조짐을 보였다(미국은 1995년 마케도니아를 인정해 국교를 맺었다). 국명은 적당한 때 다시 바꾸면 그만이다. 마케도니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높아지자 그리스는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마케도니아는 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로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따라서 그리스의 중부마케도니아 주에 있는 살로니카 항구를 통해 농산물과 철광을 수출하고 원유를 수입해왔다. 1994년 2월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살로니카 항구 사용금지 조치를 취했다.

마케도니아는 냉동 창고가 부족한 탓에 수출을 위해 준비해둔 양고기와 포도주가 썩어 대량 폐기하고 원유를 도입하지 못해 경제가 파탄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그리스를 비난했다. EU는 그리스의 항구 봉쇄조치를 불법으로 보고, 그리스를 EU 재판소에 제소했다(1994년 5월).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의 출범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역사성’ 때문이다. 그리스의 모태는 도시국가 아테네인데, 아테네는 병영 도시국가 스파르타에 패망했다. 스파르타는 야만성이 강한 테베에 병합됐고, 테베는 훨씬 더 야만성이 강한 마케도니아에 의해 무너졌다.

테베를 정복한 마케도니아는 지금 터키가 있는 소아시아를 지나 이란이 있는 페르시아,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는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의 이집트 지역까지 진출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이 제국을 완성한 이가 알렉산더 대왕(서기전 356~ 323)이다.



아테네를 그리스의 모태로 본다면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지배를 받은 것이 된다. 그러나 지금의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를 그리스의 일부로 보고, 그리스가 알렉산더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는 이러한 믿음을 반영해 영토 북부에 있는 세 개 주에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가 알렉산더의 후예인가

하지만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 자국을 별개 국가로 본다. 그들은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배했다고 보며 자국 헌법 제3조에 ‘마케도니아의 영토는 절대로 쪼개져 있을 수 없고 절대로 범할 수 없다(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Macedonia is indivisible and inviolable)’라는 조항을 넣었다.

이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마케도니아는 ‘마케도니아란 이름을 사용하는 그리스 북부의 3개 주를 회복해 통일하겠다’는 것이 된다. 그리스는 이 조항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케도니아는 과거 알렉산더 대왕이 채택한 문양을 토대로 붉은 바탕 위에 16개의 금빛 줄기를 쏘는 금빛 태양을 그린 국기를 제작했는데, 이에 대해 그리스는 “알렉산더는 그리스의 영웅이므로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 대왕과 관계된 문양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리스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에, 유엔은 마케도니아의 가입을 승인했음에도 이 국기를 유엔 청사 앞에 게양하지 못했다. 마케도니아는 금빛 줄기를 8개로 줄인 새로운 국기를 제작해(1995년 10월5일), 유엔 청사에 게양했다. 그러나 마케도니아는 영토를 거론한 헌법 조항은 끝내 개정하지 않았다.

한편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항구 봉쇄를 해제할 수밖에 없게 된 그리스는 국제사회를 향해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사이의 국경선을 보장해달라”고 주문했다.

유럽 국가들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자, 1995년 9월14일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이로써 일단락되는 듯하던 그리스-마케도니아 갈등은 2007년 마케도니아가 마케도니아란 이름으로 NATO와 EU 가입을 다시 추진하면서 재연됐다.

이러한 때 마케도니아가 새로 만드는 국제공항을 ‘알렉산더(현지 이름은 알렉산드로스) 공항’으로 명명한다고 하자, 그리스는 “동부마케도니아 및 트라키아 주의 카발라에 ‘알렉산더 대왕(Mega Alexandros) 국제공항’이 있다”며, 알렉산더란 이름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리스의 반발이 거세자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의 양자 관계에서는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제의했으나, 그리스는 이를 거부했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이런 상태로 불편하게 지내고 있는데 국제사회는 이 갈등을 두 나라가 마케도니아 후예 다툼을 하고 있다며 ‘원조 마케도니아’ 논쟁으로 명명했다.

마케도니아는 경상북도보다 약간 넓은 면적(2만5700㎢)에 210만의 인구를 가진 약소국이다. 반면 그리스는 한국의 1.5배, 한반도의 0.6배인 13만㎢의 면적에 1070만 인구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마케도니아는 ‘원조 마케도니아’임을 자부함으로써 대국인 그리스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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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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