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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기업 새 돌파구는 ‘인간존중 경영’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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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다국적 홍보대행사 플래시먼힐러드코리아 최원희 과장(오른쪽)은 매주 열리는 사내 공부 모임에서 기업 홍보 사례를 발표하며 직원들과 업무 노하우를 나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영업 현장 돌아다니느라 바빠 죽겠는데 교육은 무슨 교육이야? 본사의 책상물림들은 현장 사정을 너무 몰라. 뭐? 1주일에 하루씩 꼬박 교육을 받는다고?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허허, 큰일 낼 발상이네.”

제일화재해상보험 일선 영업점의 재무설계사(FP·Financial Planner)들은 2007년 4월 이렇게 투덜거렸다. 회사 측에서 ‘4조 1학습제’라는 학습계획을 발표했을 때다. 학습팀을 짜서 공부한다고 하니 듣자마자 짜증이 났다. 학습팀장 격인 퍼실러테이터(facilitator)의 지도 아래 공동학습, 개별학습, 활동준비 등의 과정이 실시된다고 했다. 회사 측에서도 일선 영업점의 이런 분위기를 잘 알았다. 학습 코디네이터 이재호씨가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점포장들조차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자료집을 배포하고 꾸준한 설명회를 통해 점포장들을 설득했지요. 잘 진행되는 팀에 대한 각종 시상안을 마련하고 귀찮을 정도로 확인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 학습을 하지 않으면 사유서를 쓰게 했고 학습이 끝나면 학습일지를 내도록 했지요. 그렇게 몇 달을 했더니 일선에서는 이게 흐지부지 끝날 제도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더군요.”

정적이 감도는 제일화재 경인지점 부천영업소 학습실. 이따금 마우스 클릭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성공열정팀’이란 이름의 학습팀이 공부하는 날이다. 국내외 경제동향, 보험영업 환경 등을 자습하는 개별학습 시간이다. 이 시간이 끝나고 영업 경험담을 공유하는 공동학습 시간이 이어진다. 13년차 베테랑 ‘보험 우먼’인 권순희 FP는 들뜬 목소리로 학습효과를 설명했다.

학습제 정착 후 이직률 감소



“평소 상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배울 게 정말 많더라고요. 상품과 고객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학습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덕분에 고객을 상대할 때 자신감이 높아졌지요. 소득이 40%나 늘어난 것만 봐도 효과가 나타난 것이지요.”

입사한 지 갓 1년을 넘긴 엄효진 FP도 학습효과를 인정했다.

“처음에는 고객을 만나기가 두려웠지만 이제는 부단한 연습과 선배들의 꼼꼼한 지도 덕분에 능숙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답니다. 활동준비를 통해 미리 고객정보를 분석하고 접근방법을 연구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은 고객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제일화재는 2006년 말 영업소 두 군데의 FP 60여 명을 대상으로 4조 1학습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성과가 좋게 나타나자 2007년 4월 전체 101개 영업소로 확대했다. 1주일에 하루를 꼬박 학습에 매달리게 하므로 영업인원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FP 인원은 2007년 1월 1750명에서 10월엔 2000명으로 늘어났다. 비정규직인 FP는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학습제 이후엔 정착률이 높아졌다. 33.3%에서 42.7%로 상승한 것이다. 회사 측은 “회사가 비정규직 직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애사심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직률이 높은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FP 직원들의 학습효과는 재무성과에서도 나타났다. 전 영업소를 대상으로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한 2007년 4월 이후 6개월 동안 장기보험 누계액이 21.5% 늘어났다. 이는 순사업비 32억원을 절감한 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교육 프로그램 도입의 주역인 최형천 전무는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보험업의 특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인재는 보험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사실상 사람이 전부인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나 최근 보험업계가 초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매몰되고 인터넷과 홈쇼핑 등 온라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 인재 키우기’에 소홀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을 제외한 발전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고장 난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릴 수 없듯이 준비되지 않은 영업사원은 영업현장에 나갈 수 없습니다. FP들을 철저히 학습시키는 것은 비정규직-정규직 양극화를 해소하고 영업실적을 높이는 방안도 됩니다. 오프라인 방식은 여전히 중요하며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투입 대비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은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제 스스로를 학습 전도사라 자처했는데 이제는 사원들이 하나둘씩 전도사가 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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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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