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의 실내. 동종 수입 외제차에 비해 실내공간이 심플하고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2월6일 미국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슈퍼볼 시청자 조사 결과, 현대차 제네시스 광고가 슈퍼볼 중간광고 중 브랜드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힘을 얻은 현대차는 ‘Think about it’ 광고 시리즈를 연이어 냈다. “자동차는 컵 홀더보다 에어백 수가 많으면 안 되는가?” “자동차 긴급 정비 서비스는 돈을 내고 받아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匠人 드림팀 ‘BH TFT’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는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 반열에 올릴 놀라운 차…GM, 도요타, BMW, 벤츠도 제네시스를 주목해야 할 것…현대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의 출시는 일본 경쟁사들에 커다란 고통이 될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돈을 들여 뜯어고치면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다는 성형 지상의 시대.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원판 불변의 법칙.’ 본 바탕, 즉 ‘원판’이 나쁘면 겉모습을 아무리 고쳐도 ‘명품 미인’이 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껏 세계시장에 최고를 추구하는 다종다양한 차가 선을 보였지만, 그중 살아남은 명차 브랜드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겉치레 광고에는 한계가 있는 법. 주행성능과 디자인, 안전성과 같은 ‘원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그 브랜드는 막대한 광고비만 쏟아 붓고 자취를 감춘다. 그게 명품시장의 법칙이다.
지난 2003년, 세계 8위의 현대차는 명품 수입차가 내수시장에 쏟아져 들어오자 바짝 긴장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자동차 전문가가 돼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질주 본능을 만족시킬 명차를 원하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저가 마케팅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수출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신장세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내부적으로 내려졌다. 이런 위기감 속에 탄생한 것이 ‘명차 브랜드 창조를 위한 중장기 플랜’이었다. 벤치마킹 대상은 도요타의 명차 브랜드인 렉서스.
하지만 생산될 명품 대형 세단의 품질비교 대상은 일본차 렉서스가 아니라 독일차 BMW, 벤츠, 아우디였다. 렉서스는 2005년 5월 출시된 후 놀라운 내수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 TG의 적수일 뿐, 새롭게 출시될 명품 브랜드의 수준은 적어도 BMW와 벤츠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월등히 우월한’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것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마지노선.
정몽구 회장 “바꿔, 바꿔…”
세계적 수준의 고급 대형 세단 개발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직접 주도했다. 평소 차량을 직접 분해하고 조립할 만큼 전문가로 소문난 그가 ‘루키’에 붙여준 프로젝트 명은 ‘BH(Brilliant Honor)’, ‘똑똑하고 존경스러운’이란 의미의 프로젝트 명은 후일 이 차량의 트림 명(세컨드 네임)으로 살아남았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오너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개발을 진두지휘한 상품에는 조직원의 총체적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004년, 각 공장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부문 숙련 인력이 모두 현대차의 맹아이자 기술개발의 산실인 남양종합기술연구소로 모여들었다. 남양연구소는 풍동(風洞)실험실과 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등 차량 개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춘 곳으로, 시설 면에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차연구소로 꼽힌다. 이곳에 현대차 40년 기술진보의 산증인인 분야별 거장들이 모여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것이다. 일명 ‘BH TFT’.
현대차 기획실 박진영 차장은 “현대차 40년 역사상 한 대의 차를 개발하기 위해 각 파트 숙련 연구인력 전원이 한군데 모여 3년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처음이며, 회사는 이들을 위해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톱(Top,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이후 이곳에서 람다엔진, 뮤엔진, 타우엔진이 개발됐고, 이들 각 엔진에 맞는 자동변속기가 만들어졌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에어서스펜션도 고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