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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안남자(强顔男子)’ 작가 이원호

부러운 철봉씨, 비법이 뭡니까?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강안남자(强顔男子)’ 작가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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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좀 여유가 있어야지…”

‘강안남자(强顔男子)’ 작가  이원호

일러스트·‘강안남자’ 삽화가 난나 제공.

‘강안남자’의 작가 이원호(李元浩·60)씨는 2년 전 ‘필화(筆禍)’를 겪었다. 2006년 10월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가 ‘강안남자’의 외설성을 이유로 문화일보를 무더기 절독(絶讀)한 일이다. 이에 대해선 당시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던 신문의 논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도 한때 나돌았다. 국회에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모 국회의원이 여성인 한명숙 총리 앞에서 ‘강안남자’를 확대해 붙인 패널을 흔들어대며 비판하는, 보기 민망한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 일 때문이었을까. 이씨와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며칠간 통화 실패 끝에e메일을 통해서야 겨우 연락이 닿았다. 만날 약속을 하는 통화에서 그는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아예 받지 않는다”고 했다. 폭력과 기업세계 등 마초적(남성우월주의)인 소재를 주로 다뤄온 작가치고는 좀 소심해 보이는 느낌….

만나서 첫 화제도 ‘청와대 절독사태’였다.

“마침 그해 12월에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 후배가 있었어요. 그 친구 말이 ‘형님, 제가 들어가면 절독 끝내도록 할게요’ 이래요.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러지 마라, 괜히 싸우지 말고.’ 결국엔 이번에 정권 바뀌고 나서야 풀렸잖아요. 이런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몰라….



그 후배는 청와대에서 밤에도 곧잘 전화를 해서 흰소리를 하곤 했어요. ‘형님, 침소봉대란 말 아시죠, 침실에선 거시기가 커야 한다는…. 그 얘기 강안남자에 꼭 쓰세요’. 이런 게 보통 한국 남자들 정서 아닌가?

그래도 DJ 시절엔 괜찮았거든요. 박지원씨가 회의 시작하기 전에 ‘우리 강안남자 읽고 합시다’ 이런 적도 있답니다. 사람들이 좀 여유가 있어야지….”

이씨는 당시 일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원호라고 하면 “아, 그 섹스소설 쓰는 사람” 하는 식으로 낙인을 찍는 게 몹시 불쾌하고 불편했다는 것. 그래서 당시 모 일간지에 자신의 본령인 기업소설 연재를 논의하다가 막판에 포기한 일도 있다고 했다.

“‘강안남자’의 원래 의도는 문화일보가 석간이니까 나른한 오후 시간에 직장인들에게 휴식과 환상을 주자는…. 거기엔 섹스가 제일이거든요. ‘강안남자’는 성인용입니다. 그런데 이걸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나오면, 인터넷과 방송에 온갖 해괴한 것들이 나오는 판에,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유명인사들이 나와서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어쩌고 하면서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도 당사자로선 참 듣기에 민망합디다. 이거야 원, 어르고 뺨치는 격인가 싶어서….”

▼ 그 일 이후 조철봉이 한동안 금욕했지요? 언젠가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사석에서 ‘요즘 조철봉이가 왜 안하지?’ 했다가 곤욕을 치른 일도 있고.

“그분에겐 제가 참말로 미안합니다. 그런 유머를 그냥 받아주지 못하는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지요.”

2002년 1월에 시작해 6년 넘게 연재 중인 ‘강안남자’는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다. 직설적인 성(性) 묘사로 비판도 어지간히 받았지만, 많은 직장인은 주인공 조철봉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다. 일개 자동차 영업사원에서 출발해 국내외에 여러 기업체를 거느린 기업인으로 성공하고, 거기에 더해 작업을 거는 여자마다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는 그 절륜함! 그래서 어떤 이는 ‘강안남자’를 ‘중년 남성의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한다던가.

‘순결한 영혼’을 내세우는 소수(우리 사회에 정말로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지만)를 제외하면, 돈과 여자는 대다수 남성의 로망이다. 작가는 그런 세태를 조철봉이라는 인물을 통해 적나라하게 짚어냈다. 물론 그 과정에 크고 작은 사단이 있었다. 그건,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으로 남아야 할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공개적인 소설 영역으로 끌어들일 때 불가피하게 불거지는 기존 권위와의 충돌이랄까. 단적인 예로, 조철봉이 섹스 도중 사정(射精)을 참으려고 모교 교가의 가사를 거꾸로 읊은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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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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