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김만복 전 국정원장 동생 주도한 ‘안중근장학회’ 기업 모금… 장학금 지급 않고 대선 후 ‘개점휴업’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8-04-07 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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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6월 해운대서 ‘안중근장학회’ 개소
    • 김만복 동생 말복씨, 임원으로 참여
    • 국정원 직원이 후원금 모금說
    • 부산 사업가가 3억원 출연
    • GS건설 등 기업에서 8000만원 후원
    • GS건설 측 “누가 후원 요청했는지 확인 어렵다”
    • 김만복, ‘국정원, 안중근 만나다’ 출연
    • 해운대교육청, “운영 제대로 신고하라” 독촉
    • 김말복씨 “형님은 장학회와 상관없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동생 주도한 ‘안중근장학회’ 기업 모금… 장학금 지급 않고 대선 후 ‘개점휴업’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제17대 대통령선거 직전 방북 문제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방북 당시 본인과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이 나눈 대화록을 스스로 유출한 사실을 인정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 전 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은 ‘이명박 X-파일 작성’ 의혹, ‘김경준 기획입북 관여’ 의혹 등에 휩싸인 바 있는데 이들 사건도 지금껏 미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원장의 동생이 임원으로 등재된 신생 지방 장학회에 지난해 기업들이 잇따라 후원금을 내 눈길을 끈다. (재)안중근장학회는 지난해 6월22일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아파트 상가에 설립됐다. 이 장학회의 자산은 3억원이며, 김 전 원장의 동생 말복(49)씨 등 10명이 임원이다. 1992년 9월 중국 하얼빈 공대에서 설립되어 10여 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항일운동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중근장학회와는 이름만 같은 별개의 장학회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지원”

    신설 안중근장학회의 설립 목적은 “안중근 의사의 뜻을 받들어 가난하지만 우수한 청년 학생과 대한민국을 위하여 봉사하다가 사망한 사람(단, 국가 보훈 대상자 제외)의 직계자녀 및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위한 학술연구 및 연수경비 지원에 목적을 둔다”로 되어 있다. 설립 목적에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넣은 점이 눈길을 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1992년 10월14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채택된 체제이론으로, 사회주의의 골간을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의 기법을 도입하는 중국의 대표적 개혁·개방이론이다.

    장학재단은 통상적으로 일정 기간마다 관할 교육청에 사업내역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부산 해운대교육청이 최근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측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안중근장학회는 설립 후 GS건설로부터 5000만원을 받는 등 4개 기업으로부터 도합 8000만원을 후원받았다. 그러나 3월 현재까지 9개월간 지출 내역은 장학회 운영비로 사용한 150만원뿐이었다. 장학금으로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교육청은 이 장학회의 신고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재신고’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이 장학회의 대기업 대상 후원금 모금에 관여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GS건설 측은 “지난해 부산 해운대 소재 안중근장학회에 50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 지인이 누군지는 몰라”

    그러나 GS건설 측은 “누가 안중근장학회에 후원금을 내달라고 요청했는가”라는 질의에 대해선 “담당자가 ‘지인’으로부터 ‘안중근장학회 사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 지인이 어느 기관 소속의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답했다. “장학금 수여 실적이 전무한 지방 소재 신생 장학회에 적지 않은 액수인 5000만원이나 후원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GS건설 측은 “우리 회사가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 사업하는 것도 있고, 장학사업이 좋은 일이고…”라고 했다.

    안중근장학회가 설립된 뒤인 지난해 11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국가정보원, 안중근을 만나다’라는 홍보 동영상물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국정원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안중근장학회는 김 전 원장의 부산 기장 총선 출마 대비용으로 만들어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현재 김 전 원장의 출마는 물 건너갔고, 대선 이후 최근까지 이 장학회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동생 주도한 ‘안중근장학회’ 기업 모금… 장학금 지급 않고 대선 후 ‘개점휴업’

    국가정보원 전경.

    김말복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형님(김 전 원장)은 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내가 장학회의 사무장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 장학회는 어떻게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나.

    “우리가 장학회를 세우려고 했는데 때마침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부산의 모 선박회사 대표 강모 회장이 장학사업을 한다고 하여 강 회장과 함께 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장학회 출연금 3억원은 강 회장이 대줬다. 강 회장이 이 장학회의 이사장이다. 강 회장은 부산주재 파나마 명예영사로 활동하는 등 선박·해운업계의 유지로 알려져 있다.”

    3월14일 현재 이 장학회 법인 등기부 상으로 강 회장과 김말복씨 등 임원 10인은 모두 ‘이사’로만 되어 있다. 강 회장의 이름이 임원 명단의 맨위에 있고 두 번째로 김씨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

    “장학사업은 잘 몰라서…”

    ▼ 본인은 지금 장학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장학회 사무장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둬서 내가 사무장 일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해운노조에서 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 대기업 상대 모금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나는 그 부분은 잘 모른다.”

    ▼ 원래부터 기업에서 모금하는 방식을 고려했었나. 모금을 하고도 9개월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장학사업은 잘 몰라서, 업무 미숙으로 미처 집행 못했다. 나는 서류 정리를 잘 못해서…. 1년 안에 집행하면 된다고 들었다.”

    ▼ 김만복 전 원장이 장학사업에 도움을 준 적 있나.

    “형님은 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 형님이 도움 준 일 일절 없다. 괜히 내 이름이 들어가 형님에게 피해 주는 것 같아 입장이 곤란하다. 최근 장학회는 거의 휴업상태다. 나도 조만간 손을 뗄 예정이다.”

    ▼ 관할 기관에서 여러 번 서류 미비를 지적했다는데.

    “이 사업이 생각보다 제재를 많이 받네. 지난해 발생한 금전 문제와 관련해 신고를 제대로 못한 게 몇 건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정원 측은 “국정원 직원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금 등 안중근장학회 유관 사업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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