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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김포공항 ‘배달’된 김형욱, 검은 자루 쓴 채 끌려나왔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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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욱 납치사건 ]

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1979년 11월26일 김재규 전 중정부장이 첫 재판을 받고 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실종된 것은 10·26 직전인 1979년 10월초. 2005년 이 사건을 조사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에 따르면, 김형욱은 1979년 10월7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중정의 사주를 받은 외국인 2명에 의해 살해됐다. 진실위가 발표한 사건 요지는 이렇다.

▲김재규 중정부장의 지시를 받은 이상열 프랑스 공사가 중정 해외연수생 신모, 이모 2명에게 살해 지령을 내렸다. ▲신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유럽인 2명에게 살해를 청부했다. ▲이들은 김형욱을 차에 태운 뒤 인적이 드문 숲으로 끌고 가 중정에서 건네받은 소련제 권총으로 7발을 발사해 죽인 후 낙엽으로 주검을 가렸다.

비행기 밑에서 대기하던 세단

이에 대해 수사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무엇보다도 조사 대상인 국정원이 조사 주체로서 일부 관련자의 일방적 진술만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는 게 문제라는 것. 핵심 인물인 이상열 전 공사의 증언이 확보되지 않은 점은 발표내용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밖에 권총 분실, 치밀하지 못한 납치과정, 엉성한 시신 처리 등 미심쩍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윤씨는 이에 대해 “국정원 진실위 발표는 소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형욱은 1979년 10월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직후 실종됐다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승객이 다 내린 뒤 얼마 지나서 얼굴에 검은 자루가 씌워진 사람이 따로 내렸다.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이들은 비행기 바로 옆에 대기 중이던 검은 세단에 그 사람을 구겨 넣고 사라졌다.”

윤씨는 이 얘기를 김포공항에 나가 있는 외사요원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가 특이동향 보고를 하면서 “김형욱이 들어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는 것.

“그날 밤 관련 내용을 정보보고서에 담아 외사관리관에게 결재를 올렸다. 보고서 밑에 ‘열람 후 즉시 파기’라고 적었다. ‘김형욱’이라고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일주일쯤 지나 김형욱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날 김형욱을 태우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문제의 비행기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출항한 대한항공 여객기였다고 한다. 취리히는 김씨의 예금계좌가 있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윤씨는 “(김형욱을) 마취시킨 후 기내식 창고 같은 곳에 숨겨 데려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또 “김형욱 제거는 김재규의 작품”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총으로 쏴 죽였다는, ‘박정희 살해설’에 대해서는 “무식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재규 아니면 김형욱을 죽일 사람이 없었다. 박정희는 김형욱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박정희를 분노케 한 김형욱 회고록이 이미 일본에서 출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형욱 회고록은 국내에서는 출판이 금지됐지만 외사계는 해외 경찰 주재관을 통해 그 책을 입수했다. 내가 가장 먼저 봤다. 중정도 갖고 있었다. 김재규는 그때 이미 박정희 암살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박정희가 죽을 경우 그의 경쟁상대는 김형욱이었다. 중정 출신 인물 중 미국이 가장 맘에 들어 한 사람이 김형욱이었기 때문이다.”

“김형욱 출국보고 늦게 했다고 혼나”

말하자면 회고록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후계구도에 휘말려 살해됐다는 분석이다. 윤씨에 따르면 김형욱은 1973년 출국할 때, 알려진 바와 달리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게 아니라 홍콩으로 출국했다. 김형욱이 미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자 대사관 측에서 “외무부 보증이 있어야 한다”며 비자 신청을 반려했다는 것. 그래서 비자가 필요 없는 홍콩으로 날아간 후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김형욱이 출국한 날은 내가 외사계 숙직을 서던 날이었다. 김형욱은 205호실을 이용해 출국했다. 205호실은 중정의 공항 분실이다. 그 탓에 경찰 보고가 늦어졌다. 늦게 보고했다고 윗사람에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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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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