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인 고산씨(오른쪽)와 이소연씨.
이들 사건은 각각 개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며 각기 그럴 만한 이유가 제시됐다. 고산씨의 경우 2007년 9월 본인 실수로 훈련 교재를 개인화물에 넣어 한국에 보낸 점, 지난 2월 말 임무와 상관없는 우주선 조종 교재를 러시아 우주인에게서 빌려 소지하다 적발된 점이 교체 이유로 제시됐다.
석연치 않은 사건들
강제 출국을 당한 한국인 3명은 탈북자를 상대로 선교활동을 한 성직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온 자영업자, 주러 북한대사관 인사들과 접촉한 사업가로 모두 북측 사람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 당국이 북한 측의 항의를 받아들여 이들을 추방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명박 당선자의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러시아 정부에선 원래 다른 나라의 특사를 대통령이 직접 만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세 사건에는 눈여겨볼 만한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세 사건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러시아 당국이‘능동적으로’한국의 국익을 저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같다. 우주인 교체로 인해 한국 측이 입게 된 유무형의 손실은 실로 크다. 우주인 교체 사실만으로도 20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의 상징성과 국민적 자긍심에 작지 않은 흠결이 났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와 같은 국가적 사업이 우주선 탑승 한달전 우주인이 교체되는, 이런 ‘위험천만한 스케줄’로 진행된 전례가 없다.
“이소연씨가 불가항력적 이유로 탑승하지 못할 경우 우주인 배출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고산씨와 달리 이소연씨는 러시아어를 거의 하지 못하고, 제1탑승자로 선정된 고씨가 이씨보다 더 수준 높은 심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씨는 심화 훈련 프로그램을 속성으로 이수해야 할 형편이다.”(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연합뉴스 3월12일 보도)
한국인 3명 추방 역시 뚜렷한 법규 위반 사실이 제시되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재외 한국 국민의 권익 보호에 타격이 된 사건이었다. 특사의 면담 불발도 한국 대통령당선자의 위상에 좋을 게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우주인 교체·한국인 추방 건의 경우 러시아 측이 한국 측에 어느 정도의 ‘호의’만 갖고 있었다면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안인데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처리했다는 시각도 있다. 퇴출 사유가 된 고산씨의 행위는 스파이 활동이 아니었고 그가 보관한 자료도 기밀은 아니었다. 러시아 측도 ‘(고씨의) 의욕과잉에서 온 측면이 컸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교체한 것이다.
한국인 추방 건도 비슷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체류하던 한인 교민들이 러시아 법규를 위반해 비자 재발급과 재입국이 거부된 경우는 있었으나 강제 출국 조치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동아일보 3월7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