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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정원의 ‘러 외교관 표적수사’가 우주인 고산 퇴출 불렀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검찰·국정원의 ‘러 외교관 표적수사’가 우주인 고산 퇴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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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당국의 對韓 냉기류

검찰·국정원의 ‘러 외교관 표적수사’가 우주인 고산 퇴출 불렀다

미나예프 러시아 참사관과 자슬라브스키 러시아 국립대 총장을 가짜학위 유통 혐의자들의 범죄 조직도 속에 포함시킨 검찰의 ‘사건 체계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사건의 근저에는 한국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고 그것이 대(對)한국 조치의 직간접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는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핵 문제, 우주산업, 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러시아 측은 그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 태도를 자주 보였으며 한-러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다는 것이 러시아 전문가들의 견해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 협력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연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국산 우주발사체 KSLV-Ⅰ호도 당초 핵심부분인 1단 액체로켓을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했지만, 러시아가 기술보호협정 보안규정 준수를 들어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 발사 일정이 3년가량 늦춰졌다. 이어 KSLV-Ⅱ호 발사도 2010년에서 2017년으로 미뤄졌다.”(조선일보 3월11일 보도)

이런 가운데 ‘신동아’는 노무현 정권이 2006년부터 국가정보원과 검찰을 동원해 주한 러시아대사관 참사관을 비밀 내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 측은 이 때문에 ‘한국 사정기관이 부당하게 러시아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한국 측에 반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검찰은 러시아 외교관과 러시아 국립대학 총장을 각각 ‘알선책’과 ‘공범’으로 적시한 ‘범죄 조직도’를 만들어 법정에 제출했으며, 국립대 총장에 대해선 지명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 ‘신동아’는 검찰이 작성한 ‘조직도’를 입수했다.

그러나 법원은 2008년 2월 검찰의 관련 기소 내용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 퇴임직전 검찰은 항소했다. 러시아를 불편하게 한 이 사건은 검찰의 항소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때 부터 한국인 강제추방·우주인 고산씨 퇴출이 있따랐다.



해당 러시아 참사관은 자신이 한국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데 대해 무척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지금 러시아 외교부에서 한국 관련 정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정당하고 자주적인 수사를 한 것일까, 아니면 국가를 어려움에 처하게 한 것일까. 러시아 외교관 비밀 내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2006년 3월19일 검찰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Far Eastern State Academy of Art) 자슬라브스키 총장과 공모하여 국내 대학 교수와 음대 졸업생 120여 명에게서 25억원을 받고 가짜 석·박사학위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고등교육법 위반)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로얄음악원 대표 도모(여·5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슬라브스키 총장에 대해선 지명수배 및 국내 입국시 통보 조치를 취했다.

‘러 외교관 비밀 내사’ 내막

검찰은 또한 도씨를 통해 산 가짜 박사학위를 이용해 대학교수로 임용됐다며 서울 J대 음대 조교수 박모(50)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가짜 박사학위를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등록했다며 E대 음대 교수 주모(61)씨 등 16명을 벌금 700만~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도씨를 통해 러시아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대학교수 10명, 전임강사 1명, 시간강사 9명, 교향악단 단원 1명이었다.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는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가짜 러시아 석·박사 무더기 적발…현직 교수도 10명 포함’ ‘교수·강사들 ‘러시아 음대 박사’ 샀다’ ‘아직도 가짜 박사학위 사는 교수님들’ ‘러시아 허위박사 백태’ ‘간판 중시 사회가 낳은 ‘가짜 박사’ 코미디’…. 대학 측은 해당 학위 취득자에 대해 징계에 착수했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허위 외국박사 학위를 가려내기 위한 교육부 훈령개정안을 내기로 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올 2월19일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기소한 도씨와 학위 취득자 등 이 사건 피고인 2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 전체를 뒤엎는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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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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