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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저자의 대중 철학 강의

  • 정재영 영국 워릭대 철학박사·사회존재론 seoulforum@naver.com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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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더니즘 철학 비판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는 철학자가 있느냐고? 아마 그런 철학자는 드물겠지만, 과학이 오만하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그리고 근대 합리주의를 탄생시킨 이성은 죽었다고 보는 이는 많다. 더 나은 세상을 기획한 근대의 꿈은 허구라고 지적한 철학자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꾼 근대의 기획서에서 사용된 키 워드, 예를 들어 과학, 이성, 진리 등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새로운 판을 짜는 이도 많다.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이다.

포퍼는 이들을 ‘비합리주의자’ 또는 ‘상대주의자’라고 부르며 지난 20세기를 비합리주의가 유행한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자신을 마지막 남은 계몽주의자라고 부른다. 서구 합리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철학자라고 자부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에는 두 개의 보너스가 있다. 하나는 포퍼와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대표하는 아도르노 및 하버마스 사이에 있었던 ‘실증주의 논쟁’ 또는 ‘실증주의자 논쟁’에 대한 포퍼의 견해다. 그러나 이 논쟁은 사실 논쟁의 기본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겉돈 논쟁이다. 같은 언어(독일어)를 사용하고 같은 시대를 산 철학자 사이에서도 패러다임이 다르면, 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여기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서로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다.

또 하나의 보너스는 포퍼가 말년에 내놓은 ‘세계 3’에 대한 이론이다. 물질의 세계인 ‘세계 1’, 경험의 세계인 ‘세계 2’,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의 세계’가 세계 3이다. 포퍼는 이 모든 세계가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포퍼 철학을 지지하는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세계 3 이론’에 대해서 이 짧은 서평란을 통해서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간략하게 두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는 다윈주의의 영향이다. 포퍼는 세계 1에서 세계 2, 그리고 세계 3이 시간의 순서대로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 원리를 포퍼는 다윈이 사용한 ‘자연 선택’ 이론으로 설명한다. 세계 3은 세계 2에서 발생한, 그러나 질적으로 다른 속성을 가진 것이라고 포퍼는 주장한다. 포퍼는 이것을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둘째는 세계 3의 존재 자체가 세계가 발전한다는 하나의 증거로 보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포퍼는 이 책의 서문에서 말한다.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는 더 나은 세상을 찾아본다.’ 포퍼의 이 말은 이 책의 제목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가 되었다.

우리 말 번역은 깔끔하다. 낯선 용어 또는 독자가 어렵다고 여길 만한 대목에는 어김없이 역자의 주를 달았다. 정성을 쏟은 번역임을 알 수 있다. 포퍼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처음 포퍼 철학을 접하는 이들에겐 역시 포퍼 초기 저작이 더 낫다고 본다.

신동아 200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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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영국 워릭대 철학박사·사회존재론 seoulfor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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