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美 “쌀 줄게” 中 “김정일 오라” 日 “나도 끼워줘”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입력2008-07-10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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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최근 일본과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한국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와 양자대화 채널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주변4강과의 파워게임에서 그나마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남북대화 축을 거의 상실했다.
    프롤로그

    ‘드러내는 영역’과 ‘감추고 싶은 영역’


    ① “(미국과의) 협상이 성과적으로 진행됐다.” (북한 외무성. 조선중앙통신)

    ② “북한과 건설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6자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 연합뉴스)

    ③ “6월 17~19일 방북 예정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식량원조 규모 및 시기를 북한과 협의해 결론을 내릴 것.” (복수의 중국 외교소식통. 연합뉴스)



    ④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중국방문 25주년을 기념해 양국이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친선협력을 강조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조선중앙통신)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5월10일 성 김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이 핵 자료가 든 박스를 들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있다.

    개인이 그러하듯 국가에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영역’이 있고 ‘감추고 싶은 영역’이 따로 있다. 국가의 전략과 의도는 ‘감추고 싶은 영역’에 속한다. 국가는 공식적인 외교행위와 미사여구로 포장된 발언을 통해 자국의 전략과 의도를 숨긴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봐서는 진짜 의도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핵 문제가 단적인 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오로지 표면상 목표인 북핵 문제 해결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단정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은 북핵이 제거되는 과정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 그 결과 북핵 해결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누가 행사할 것이며 북한의 미래상을 누가 주도적으로 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저마다의 전략을 염두에 두고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런 점에서 주변국들에게 북핵 자체는 ‘게임’을 벌이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프롤로그’의 내용은 최근 날짜 중 무작위로 골라잡은 6월12일 하루 동안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뉴스들이다. 이런 뉴스들은 다분히 해당 국가들이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영역’이다. ‘드러내는 영역’ 중에는 현안을 에둘러 표현해 게임의 상대방에게 자기 패를 슬쩍 내보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그 배경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들 국가들이 ‘감추고 싶은 영역’의 일단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① 6월 10~12일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회담 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의 핵시설 무력화(불능화)를 결속(마무리)하는 데 나서는 기술실무적 방도와 그에 따른 정치경제적 보상 완결 문제가 토의됐다”고 밝혔다. 판문점을 넘어 서울로 돌아온 성 김 과장도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해 매우 좋은 논의를 했다”고 화답했다. 양측 모두 ‘공개적으로’ 앞으로의 북핵 프로세스에 낙관론을 밝히고 있다.

    북핵 협상은 그동안 지지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심지어 지난 5월10일 성 김 과장이 평양에서 1만8000쪽에 달하는 북핵 자료를 인수받아 나온 뒤에도 수시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렸다. 그러던 협상이 6월에 들어와 분명하게 드러난 계기도 없이 급물살을 타는 듯이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된 ‘드러나지 않은’ 배경은 무엇일까?

    ② 6월 11~12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열렸다. 6월 초 양측이 비공식 접촉을 가진 데 이어 열린 공식회의다. 납치자 문제는 그동안 양측이 한 치 양보 없이 맞서왔던 거대한 암초였다. 그 암초가 바야흐로 치워지려는 참이다. 궁금한 건 공개된 소스만으로는 양측 입장에 변화를 가져온 직접적인 ‘동력(動力)’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③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평양 방문은 6월 초부터 기정사실처럼 회자되고 있었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첫 해외 행보로 북한을 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행차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봄부터 외교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을 둘러싼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시 부주석의 평양행 보따리엔 식량지원 이외에 또 무엇이 들어 있을까.

    ④ 가장 흥미로운 게 6월10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김정일 방중 25주년 기념행사’를 알리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다. 이런 유의 행사는 전통적인 혈맹(血盟)관계라는 북·중 관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류홍차이(劉洪才) 대외연락부 부부장 등 중국 측 고위인사들이 참석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25주년을 기념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나라가 이 행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각각의 뉴스를 별개로 떼어놓고 읽어서는 큰 구도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을 무대로 나오는 뉴스들은 대부분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 지난 두 달간 나온 뉴스와 물밑 정보들을 종합해 이 복잡다단한 다차원 방정식을 풀어보자.

    ‘공개된 영역’을 둘러보니

    대북협력 무드에 한국만 빠졌다


    ●북·일관계 돌파구 마련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1차분 남포 도착 (6월17일경 예상)

    ●6자회담 경제·에너지협력 실무그룹회의 (6월11일. 판문점)

    ●북 외무성, 반(反)테러 성명 발표 (6월10일)

    ●여전히 어정쩡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스처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당일인 5월27일, ‘문제 발언’으로 외교 물의를 일으킨 친강(泰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

    각론에 들어가기 전에 6월 초·중순까지 표면상으로 드러난 최근 한반도 주변 상황을 좀더 정리해보자.

    먼저 북·일관계. 일본은 양자회담이 끝난 다음날인 6월13일 ▲ 인도적 물자수송 선박에 한해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조치를 해제하고 ▲ 북·일 간 인적 왕래 금지조치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납치자 문제에 대해 “해결을 위해 조사하겠다. (앞으론) 해결됐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요도호 납치범들의 인도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일본인 납치자 5명 및 가족을 일본에 송환한 뒤 ‘이것으로 납치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집해온 반면 일본은 이 문제에 집착하느라 6자회담에서 거의 역할을 못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후 북한에 대해 인적·물적 교류 차단 및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등 6자회담 참가국 중 가장 강경한 자세를 견지해오던 일본은 최근에도 “납치자 문제의 해결 없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안 된다”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이처럼 평행을 달리던 양측이 6월 초 들어와 연달아 비공식·공식 회의를 열고 ‘성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미국이 중간에서 북한을 설득했다고 하지만, 저간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둘째,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카드와 북한의 핵 신고는 올봄 내내 함께 맞물려 돌아간 두 가지 의제였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스케줄은 원래는 올해 연말쯤으로 잡혀 있었다는 게 몇몇 정통한 소식통의 얘기다. 그러던 것이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졌고, 곧이어 실행에 옮겨졌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움직임이다.

    이와 별개로 6월11일에는 대북 지원을 위한 6자회담 실무회의도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선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북한에 대한 중유 100만t 지원 등이 논의됐다. 이것이 이행될 경우 식량, 에너지난에 허덕여온 북한으로선 막대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 기류가 전반적으로 낙관론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남북관계 축만 고장난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10일 발표한 반(反)테러성명을 통해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일관한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반테러 투쟁에서 존엄 있는 유엔성원국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긍정적인 국제적 기류에 윤활유를 붓는 자세다. 반면 남측에 대해선 4월 이후 6·15 및 10·4 공동선언을 먼저 인정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말해 ‘어정쩡함’ 그 자체다. 식량지원을 빌미 삼아 남북대화를 트긴 터야 하겠는데 북한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고, 그 사이에 국제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으니 속이 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6월4일 브리핑에서 “북측에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실무 접촉을 3주 전에 제의해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2일 김대중 평화센터가 주최한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서는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10·4 선언, 6·15 선언 등) 과거 남북 간 합의들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이 촉구하는 6·15, 10·4 선언 이행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회피했다.

    정부는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보였다. 단적인 예가 6월 초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을 통일부 산하기관인 통일교육원장에 내정한 일이다. 홍관희 박사는 통일연구원 재직 당시인 2005년 한 월간지에 6·15 공동선언에 대해 “북한의 적화통일 방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용공 이적행위”라고 규정해 중징계를 받고 스스로 사직한 인물이다. 국민을 상대로 통일교육을 하는 기관장 자리에 이처럼 강경보수 성격의 인물을 내정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측이 대화를 할 의사도, 준비도 돼 있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이 이처럼 철저하게 배제된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진전돼가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핵 문제가 해결 궤도로 접어들었으니 긍정적인 일’이라며 마냥 손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정부는 국가의 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 왜 그런지, 최근 상황을 각 이해당사국의 입장에서 따져보기로 하자.

    한반도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1)

    ‘김정일 방중’ 카드 vs ‘美 식량지원’ 카드


    ● 4월 26일 박의춘 북 외무상 베이징 방문
    ● 5월 6~8일 북 식량지원 협의 위한 미 대표단 방북
    ● 5월 6~10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일본 방문
    ● 5월 8~10일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방북 (핵자료 인수)
    ● 5월 17일 미, 대북 식량 50만t 지원 발표
    ● 5월 27~30일이명박 대통령 방중
    ● 6월 5일 중 외교부, 시진핑 국가부주석 방북(6월 17~19일) 발표
    ● 6월 6일 식량지원 1차분, 미 항구 출항 (6월17일경 북 남포항 도착 예정)
    ● 6월 7~8일 북·일 국교정상화 워킹그룹 재개 위한 비공식 협의 (베이징)
    ● 6월 10일 북 외무성 ‘반(反)테러 성명’ 발표
    ● 6월 10~11일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방북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북한 군부대를 시찰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4월 26일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일 이후 언론에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및 베트남 방문설(說)이 부쩍 자주 보도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 방중이 올여름을 넘기기 어려운 처지의 절박한 식량난을 타개하는 방편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베이징의 정보 흐름에 정통한 한 정보통은 “그 시점을 전후해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측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으며, 그중 일부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김정일 방중설’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곧 이어 5월 초, 대북 식량지원을 협의하기 위한 미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미국은 곧이은 5월17일 50만t 대북식량 지원을 발표하고, 6월6일에는 1차분을 실은 볼티모어호를 워싱턴 주 칼라마 항에서 출항시켰다(이 배는 6월 16~17일 남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보다 앞선 5월10일,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은 평양에서 1만8000쪽 분량의 북핵 관련자료를 들고 나왔다. 그 직후 며칠 동안 워싱턴 정가에는 북한의 핵 신고가 이뤄지면 미국도 북한에 씌워진 테러지원국 모자를 벗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 후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전히 계속됐다.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이 축소 보고됐다’ ‘시리아 이외 지역에 대한 핵 확산 의혹도 짚어야 한다’ 등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5월6~10일 일본을 방문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서 10년 만의 방일인 이번 행사는 후 주석에 의해 ‘난춘지려(暖春之旅·따뜻한 봄날의 여행)’로 불릴 만큼 성공적이었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에 관한 중·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박의춘 외무상의 방중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개시, 중·일 정상회담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 것일까. 그동안 나온 공개·비공개 정보 흐름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이런 내용으로 정리된다.

    ① 박의춘 북 외무상의 방중 때 중국 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② 이 정보를 접한 미국이 다급해졌다. 마침 5월10일 북한이 방대한 핵관련 자료를 미 측에 넘김으로써 워싱턴의 대북 기류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급히 대북 식량지원 일정을 앞당겼다.

    ③ 북한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에 일본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일본은 중·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카드 삼아 미국을 압박해 들어갔다.

    ④ 북한에 식량을 보내기로 한 마당에 일본의 압력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은 대북협상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성을 느꼈다. 5월 중·하순 사이에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북한 불신론’ 및 ‘금년 안에 6자회담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론이 간간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게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⑤ 이에 북한은 ‘김정일 방중 카드’를 흔들어댔다. 베이징 주재 북한 요원들이 평소와는 다른(따라서 김정일 방중 준비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에 미국은 다시 다급해졌다.

    ⑤ 5월 말, 중국은 북한에 ‘쓰촨지역의 지진사태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을 조금 늦추는 게 어떻겠느냐’고 다시 제안했다. 중국 측은 대신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평양 방문을 제의했다. 그 후 미국 측에서는 다시 ‘6자회담 조기 개최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종합하면, 최근 상황은 북한의 열악한 식량사정과 ‘김정일 위원장 방중 카드’를 매개로 벌어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형적인 파워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본은 마지막 순간에 이 게임에 승차한 셈이다. 그러면 한국은? 물 위든 물 아래든 눈에 띄는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한반도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2)

    그들은 왜?


    ● 미·중·일이 보는 북한의 전략적 의미

    ● 2008년 한반도의 화두(話頭)는 ‘북한 식량난’

    ●‘김정일 방중 카드’의 폭발력

    ● 일본은 왜 갑자기 끼어들었나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5월19일 워싱턴에서 회동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 왼쪽부터 사이키 아키다카 일 외무성 아주국장,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그러면 미국과 중국에 ‘김정일 방중(訪中)’ 카드는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이 대목을 설명하기 전에 북한이라는 지역이 주변 강대국들에 갖는 의미를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듯 한반도는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향후 한반도에서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이 되느냐에 따라 지역적 패권구도가 결정된다. 현재 북한체제는 언제 갑자기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취약한 상태다. 강대국들로서는 불안정한 한반도 북쪽의 미래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다. 특히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과 중국으로선 한 판 싸움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슈퍼파워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일종의 포위전략을 구사해왔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 북쪽에 영향력을 안착시킨다면 중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맥락에서 핵 해결에서의 동시행동 원칙을 도출한 미·북 간의 2006년 2·13합의를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즉, 2·13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 위주의 전략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방향을 튼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미국에 맞서 2000년대 이후 ‘중·조 일치화’ 다시 말해 북한을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동북3성에 이어 ‘동북4성’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한민족의 고구려 역사를 왜곡한 동북공정이 그 단적인 예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카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몇 년간 제기될 때마다 물밑 정보세계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해 등장한 방중 카드는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그 이유는 첫째, 올해가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동북아 지역의 여러 현안에서 지나친 자기주장을 가급적 삼가왔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 국민의 높아진 자긍심을 등에 업고, 한결 자유롭게 보폭을 옮길 수 있게 된다.

    중국은 그동안 ‘올림픽 이후’에 대비한 한반도 구상도 착착 진행해왔다. 단적인 예로, 지난 봄 중국 외환관리국과 중앙인민은행이 지린성 옌볜자치주 및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인민폐 계좌를 통한 결제를 허가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당시 국내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 조치에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뜻이 숨어 있다. 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이 조치로 중국 금융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는 자산에 대해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것을 인민폐 베이스로 하게 되면, 북한 경제는 쉽게 중국에 의해 장악된다. 이 조치는 엄밀히 말해 미국의 적성국교역법을 위반한 사례에 속하지만, 중국 당국은 조용히 이를 해치워버렸다.”

    올림픽을 치른 뒤, 중국이 본격적인 ‘북한 공략’에 나서리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둘째, 이명박(MB) 정부, 구체적으로는 MB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히려 미국을 다급하게 만든 측면도 있다. 북한 내에는 전통적으로 ‘자주파’와 ‘친중파’가 정책 대결을 벌여왔다. 자주파의 거두는 이제강 당 비서, 친중파의 대표 격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며, 이 구분은 ‘중국을 어느 선까지 믿고 의존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MB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 내 친중파의 입지가 너무 커져버렸다. MB 정부가 한미관계를 남북관계보다 앞세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렇게 된 근저에는 ‘남한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면 당장 손을 내밀 대상은 중국뿐’이라는 인식이 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북한의 식량난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선 그동안 국내에도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다. 어찌 됐건 북한 당국은 주민을 먹여 살릴 식량을 구해야 한다. ‘남한이 아니라면 어디서 식량을 구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북한을 움직이게 한 핵심 동력이었고, 주변국들이 분주하게 주판알을 튀기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면 이 와중에 일본은 왜 갑자기 끼어들었나. 무엇보다 일본의 정치지형도가 북한을 모색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쿠다 일본 총리의 지지도는 지금 밑바닥을 기고 있다. 심지어 6월11일 그에 대한 문책 결의안이 참의원에서 가결됐을 정도다. 이는 현행 헌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후쿠다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한 뒤 인기가 급상승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물론 근본적인 동인으로는 북·일 수교의 결과로 북한이 받게 될 100억달러의 청구권 자금이 있다. 북한에는 이것이 경제재건을 위한 종자돈이지만, 일본에도 이 돈은 북한경제의 인프라를 장악하기 위한 미끼가 된다. 여기에 5월 중·일 정상회담의 결과 미국에 떼를 ‘쓸 카드’도 생겼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일본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발 빠른 행보다.

    북한 입장에서 본 2008년 상반기 정세 운용

    ‘미국 카드’로는 중국 치고, ‘중국 카드’로는 미국 치고…


    ● 다시 빛 발한 ‘양다리 외교’

    ●‘김정일 방중’ 일정에 담긴 미·중의 이해득실

    ● 6월10일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다시 북한을 찾은 이유는?

    ● 시진핑의 선물보따리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종가’ 북한 둘러싼 미중일 경쟁구도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4월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를 잘 한다는 것은 그냥 공치사로 하는 말이 아니다. ‘잃을 게 아무 것도 없는 북한이 써먹을 수 있는 거라곤 협박·공갈뿐’이라고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많지만, 북한 외교에는 분명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과거 중·소 갈등 시기에 갈고 닦은 ‘양다리 외교술’, 그것으로 2008년 상반기의 한반도 주변정세를 요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카드’에 미국과 중국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4월 26일 박의춘 외무상을 베이징에 보낸 것도 중국이 ‘초청 카드’를 내밀 것을 사전에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김정일 방중 카드’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활용한 단적인 예는 앞머리에 소개한 6월10일 ‘김정일 방중 25주년 기념행사’다. 이날은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핵 신고와 관련한 실무 협의를 명목으로 평양에 들어간 날이다. 같은 날 북한 외무성은 ‘반(反)테러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바로 이날, 북한은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이 행사를 열었다. 이건 간단히 말해 미국이 또 일정을 지연시키면 김정일 방중 카드를 쓰겠다는 엄포다. 반테러 성명과 함께 생각해보면 상대를 달래가면서 동시에 협박하는 전형적인 양동작전이다.

    그러면 성 김 과장이 이 시기에 또다시 평양에 들어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5월 이후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정리하고 향후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일례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언제 제출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을 부활시킨 공로자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시진핑 부주석이 방북한 직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으로서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될 수 있다. 핵 신고 및 6자회담 재개 일자 확정, 전세계에 중계될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파 쇼’의 스케줄이 엉키게 되면 7월 초로 예정돼 있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 에도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6월17일 평양에 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는 보도는 이미 나왔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이외에 시 부주석이 내놓을 선물로 ▲ 북한에 한해 식량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 중국 김정일 초청 의사를 거듭 밝히는 것 등을 꼽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써먹을 ‘방중 카드’를 중국이 추인해주는 셈이 된다.

    첩보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북·일 회담 이전부터 납치자 문제에 대해 ‘생존자 두세 명을 더 보내주는 걸로 상황을 종결짓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재조사하겠다’고 회답했다.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만큼 앞으로 미국이 하는 것을 봐가면서 북·일 협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북한이 ‘미국 카드’로 중국을 치고, ‘중국 카드’로는 미국을 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구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 중간에서 최대한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 갈등구도와 북한의 관계에 대한 한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설명이 흥미롭다.

    “북한을 한가운데에 두고 미국과 중국이 양옆에 포진해 있는 구도를 생각해보라. 북한이 한쪽 패를 치면(액션), 반드시 반대편의 반응(리액션)이 나온다. 북한의 양쪽은 마치 힘을 가하면 되튀는 벽과 같다. 북한은 이 양쪽 벽을 오락가락하면서 실리와 동력을 함께 얻는 시계추 같은 존재다.”

    구체적인 예로 미국이 주는 식량 50만t에 중국의 지원분을 더하면 올가을 추수 때까지 식량난은 한고비를 넘기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일본도 가세할 여지가 있다. 남측이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해도 도도하게 못 본 척 지나칠 수 있는 ‘여유’가 바로 이 대목에서 생긴다.

    에필로그

    한국의 선택은?


    ● 北 “다 모여라. 한국만 빼고!”

    ● 일본에 뺨 맞고, 중국에 망신당하고…

    ● 남북대화 재개 위한 비책을 찾아라)


    2008년 6월, 서울의 밤거리는 촛불로 뒤덮였다. 분노한 시민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외쳐대고 있다. 내각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들은 이미 일괄 사표를 냈다. 6월 15일 현재 인적 쇄신의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외교안보 라인도 이번 개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외교안보팀이 비난의 일차 타깃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책임은 국민의 먹을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외교·안보 영역에서 제 할 몫을 감당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크고 무겁다. 쇠고기가 오늘 당장의 먹을거리라면 외교·안보는 국민의 생존공간을 확보하는 미래의 먹을거리다.

    현재 남북한과 주변 4강이 참여하는 한반도 게임의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최근 일본과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한국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와 양자 대화채널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주변 4강과의 파워게임에서 그나마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남북대화 축을 거의 상실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시간 변수다. 8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9월이 될 때까지 최소한의 남북대화 틀을 복원해내지 못한다면, 내년뿐 아니라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이 정부엔 할 일이 없어질 수 있다. 왜 그런가. 첫째 이유는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중국의 대북 접근이 한층 노골화, 본격화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임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대북협상을 서두른다는 관측이 있지만, 미국도 중국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일 방중 카드’에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식량지원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 누가 먼저 영향력을 심느냐를 놓고 지난 몇 달간 특히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그 틈바구니에 일본이 끼어들었고, 러시아는 싸움의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조용히 이권을 챙길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이제 거의 끝이 보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중국이 본격적인 대북 투자를 시작하고 북한이 거기에 길이 들 때, 남한이 서 있을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남북 간에 공식·비공식 대화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한국을 대하는 방식과,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을 대하는 방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 미국의 이른바 ‘투 코리아 폴리시(Two Korea Policy)가 한결 탄력을 받게 될 게 뻔하다.

    북·미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핵 위기를 넘길 때 한국은 미국에 ‘우리의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아 보인다. 대화 상대방인 북한이 남쪽에 대해서는 문을 닫아걸고 있기 때문이고, 다름 아닌 MB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렇다.

    주변국 외교도 상황은 어렵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은 독도 문제로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던 당일(5월27일)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을 놓고 “지나간 역사적 산물”이라고 말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일본과 중국이 한국의 새 정부를 만만하게 봤거나, 무언가 불만이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방중 시기 직전에는 더욱 심각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첩보’도 있다. 서울은 방중을 앞두고 ‘비핵·개방 3000’에 대해 동의해줄 것을 베이징 측에 타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중 바로 전날, 베이징이 보내온 답은 충격적이게도 ‘노(No)’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외교부 대변인의 ‘문제 발언’이 나왔다. 실제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에 대해 중국이 동의해줄 것을 거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구상은 절름발이였음이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변국, 그중에서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는 대북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구상의 수정·보완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현 외교안보팀의 역량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태풍을 감당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인사개편이 만능은 아니다.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 집단의 투철한 역사인식과 전략 마인드, 통일에 대한 비전이 근본 문제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현 외교안보팀의 대안으로 누가 나서더라도 2008년 상반기에 조성된 난국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답은 역시 북쪽에 있다. 한국이 주변국 외교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북한이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한 전문가의 말이다.

    “올해 초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참석시키겠다고 제안했던 것과 같은 파격적인 대북 제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대북특사로 임명해 평양에 보내는 것과 같은 구상을 고려해볼 수 있다.

    특사가 평양에 전달할 메시지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정부출범 이후 걸림돌이 됐던 사안들, 대표적인 예로서 6·15 및 10·4 공동선언의 이행 문제를 애매하게 얼버무린 채 넘어가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그나마 그 기회마저 날아가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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