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꿈꾀끼꼴깡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8-07-04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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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꾀끼꼴깡 _ 김창남 엮음

    꿈꾀끼꼴깡 외
    많은 사람이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평지도 나오고 정상도 보인다. 그러니 인생살이 힘겹다고 하는 사람들은 등산을 하며 희망을 얻는다.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처세서를 읽기도 한다. 처세서에서는 습관을 잘 들이고, 부지런하게 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투의 지혜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선언적’인 말만 늘어놓아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 해볼 만한 일이 또 있다. 바로 ‘꿈꾀끼꼴깡’을 읽는 것이다. 독서는 ‘간접’ 체험이라 감동이 전해지기 어려운데 이 책은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 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건 아마도 강의록을 그대로 푼 대화체 문체 때문일 것이다. 형식적인 인사 외에 ‘물 좀 마시고요’ ‘학교 성적은 아주 별로였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저는 별 볼일 없었어요’와 같은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가기에 ‘대화 나누듯’ 편히 읽힌다.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개설된 ‘매스컴특강’ 수업에서 10명 인사가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김준기, 탁현민, 김제동, 손혜원, 심산, 이무영, 성석제, 정길화, 손석춘, 강도하는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들로 ‘창의성과 자기계발’이란 강의 전체 주제와 통한다. 그래서인지 창의성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밑줄 그을 부분이 많다. “연출을 하기 위해 포스터를 붙이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탁현민), “너무 멀리 쳐다보면 우울하니까 그냥 눈앞에 주어진 일에만 몰두했어요. 가령 복사 같은”(손혜원) 외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이 곳곳에 숨어 있다.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72쪽/ 1만1000원

    바디 사인 _ 조앤 리브만·재클린 나디 이건 지음, 장여경 옮김



    ‘야곱은 신에게 치명적인 병에 걸리는 시기를 신호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신은 야곱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재채기를 만들었다.’ 이는 창세기에 나오는 얘기로 사실이기도 하다. 몸에 나타나는 증상, 즉 바디사인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의학박사와 의학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바디사인에 따른 몸 상태를 설명하고 있어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펼쳐볼 만하다. 모발이 갈라지고 엉키는 건 갑상선기능저하증, 남자의 머리가 빠지는 건 관상동맥 심질환, 귀지가 촉촉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라 한다. 우리 몸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는 물론 역사적 일화를 재미있고도 깔끔하게 소개했다. 예담/ 382쪽/ 1만6000원

    굿바이 클래식 _ 조우석 지음

    클래식은 고상하다. 감히 비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클래식에 숨은 내력과 불편한 진실을 들춰냈다. 철학,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의학, 생물학 등을 동원하며 “클래식은 죽었다”고 선언한 서구 음악학 정보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문화권력 클래식은 이미 서구에서는 유통기한이 끝난 죽은 음악이다. 근대 서구에서 유행했던 음악일 뿐이며 무수한 음악 중 하나라는 게 서구 학계의 최신 목소리란다. 저자는 모차르트, 베토벤의 관을 떠메고 다니는 것은 실로 우스꽝스러운 노릇이고, 이런 고정관념의 이면에는 서구중심주의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27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저자는 전작 ‘책의 제국, 책의 언어’로 글솜씨를 인정받았다. 동아시아/ 312쪽/ 1만5000원

    봄빛 _ 정지아 지음

    소설집 봄빛에는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풍경’을 포함해 11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그동안 작가가 현대사와 개인의 질곡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묵직한 감동을 전해줬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생의 깊이에 대한 깨달음으로 주제의 무게는 더해졌다. 이번 작품집엔 자신의 존재조차 잊고 사는 노년의 정서를 그린 작품뿐 아니라 얽힌 인연들 간의 다채로운 삶을 그린 소설이 많다.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끝내 머물 수밖에 없었던 나, 어느 날 불쑥 찾아온 고모에게서 따뜻함을 느끼는 나, 스무 살 차이 나는 영인을 보며 자신의 참모습을 재발견하는 나는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의미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외로운 누군가의 앞을 밝혀주는 산골 마을의 희미한 가로등”이다. 창비/ 248쪽/ 9800원

    밀턴 평전 _ 박상익 지음

    밀턴은 우리에게 ‘실낙원’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흔히 시인의 삶이 평탄하고 감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밀턴의 경우 그 누구보다도 더 처절하게 역경을 겪었다. 저자는 고난을 극복한 밀턴의 삶에 주목하며 우리 시대에 그를 되새겨볼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밀턴은 셰익스피어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력 상실, 이혼 등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국왕파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공화정에 대한 꿈을 추구할 만큼 곧은 사람이었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할 만큼 소신 있는 사람이었다. 밀턴 탄생 400주년을 맞은 2008년,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밀턴의 재탄생을 꿈꾸며 책을 썼다. 푸른역사/ 472쪽/ 1만5900원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_ 전진성 지음

    꿈꾀끼꼴깡 외
    몇몇 사람은 광복절이 되면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을 떠올린다. 잘못했으니 벌 받는 건 당연하다며 그 나라를 비난한다. 물론 일본의 지배로 피해를 봤으니 그렇게 말할 만하다. 그러나 더 큰 피해자는 일본 정부를 믿고 살던 일반 국민이고, 그들과 함께 살던 재일한국인이니 원폭의 의미는 쉽게 말할 것이 못 된다.

    김형률은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원폭2세환우회 초대 회장으로 2002년 3월 국내에서 최초로 자신이 원폭 후유증을 지닌 원폭피해자 2세임을 밝혔다. 선천성면역글로불린결핍증이라는 지병을 앓던 그는 지난 2005년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원폭피해자로서 사회에서 목소리를 냈던 시기를 담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기침을 하며 쉰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던 그였지만 그는 우리나라와 일본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원폭피해자 실태조사를 이끌어냈고, ‘한국원자폭탄피해자와 원자폭탄2세환우의 진상규명 및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매진했으나 미완에 그쳤다.

    저자인 전진성은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활동하며 김형률을 만났다. 이후 그는 김씨와 함께 ‘김형률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었다. 저자는 “언제부턴가 그가 e메일을 보낼 때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그가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운동을 매듭짓기도 전에 엄습할 죽음”이었을 것이라며 그의 뜻을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휴머니스트/ 302쪽/ 1만2000원

    장애인천국을 가다 _ 백경학 외 지음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을 준비하는 푸르메재단 사람들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에 갔다. 맞춤형 재활병원, 장애인 직업훈련원, 통합교육현장과 같은 선진 재활시설을 둘러보고 책으로 엮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선진국의 복지시스템이나 보험제도 대신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밝은 표정, 20년 동안 한 작업장에서 일한 동료와 나누는 정다운 인사, 장애학생 통학차량에 붙어 있는 재미있는 광고판에 관심을 둔다. 어린이 재활병원, 회복기 전문병동, 교통사고 전문재활병원과 같은 맞춤형 재활병원의 운영실태는 물론 장애인직업훈련원에서 기술명장에게 훈련을 받아 경쟁력 있는 기술자로 성장한 장애인의 일상도 놓치지 않는다. 논형/ 248쪽/ 1만4000원

    다윈의 플롯 _ 질리언 비어 지음, 남경태 옮김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진화론은 서구사회의 핵심 이론이었다. 그러므로 당시 문학이 다윈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 있다. 세계적인 영문학자이자 과학사상가인 질리언 비어의 대표작인 이 책은 1983년에 발간된 이래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저자는 조지 엘리엇, 토머스 하디 등 19세기 영국 작가들이 진화론의 그늘 아래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진화론이 ‘성 차이’에 대한 이데올로기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다윈이 유럽의 사상을 어떻게 전복했는지, 다윈이 어떻게 현재를 떠받치고 있는지 흥미롭게 설명하는 ‘다윈의 플롯’은 대니얼 데닛,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거 등 다윈의 변형들도 다룬다. 휴머니스트/ 536쪽/ 2만8000원

    꿈 너머 꿈을 꾸다 _ 박남일 지음

    ‘정도전의 조선 창업 프로젝트’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정도전의 조선 창업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조선을 이성계가 세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성계는 정도전의 계획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그랬기에 태조 이성계는 술을 거하게 마시면 “삼봉이 아니면 내가 어찌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의 틀은 크게 정도전이 이념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기획 실행을 위해 네 가지 프로젝트를 만들며, 창업 후 국가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고려 말 신돈의 개혁을 벤치마킹하고, 유배 생활을 현장 파악의 기회로 삼았던 정도전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서해문집/ 303쪽/ 1만1900원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_ 이중톈 지음, 심규호 옮김

    이중톈은 스테디셀러 작가다. 한국에서도 이미 그의 ‘삼국지 강의’는 2만부 이상 팔렸다. 중국 CCTV ‘백가강단’ 프로그램의 스타 강사이던 그는 ‘초한지 강의’를 통해 고전 대중화를 꿈꿨는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중국의 2000년 제국 시스템을 분석해 생성, 소멸과정을 설명했다. 물론 제국의 제도뿐 아니라 이데올로기, 정치적 모순을 조망했다. 혼란스러운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과 같은 과거를 살피고, 진·한·당·송·원·명·청 등 통일 제국에 빗대어 현재를 살핀다. 이 원고는 중국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때문에 탈고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출간됐지만 현재까지 30만부 이상 팔렸다. 에버리치홀딩스/ 442쪽/ 1만8000원

    한국사회, 삼성을 묻는다 _ 조돈문, 이병천, 송원근 엮음

    꿈꾀끼꼴깡 외
    삼성 주식을 미리 사두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이가 많다. 연일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보도를 보며 “삼성특검 때 샀더라면 돈 좀 벌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한다.

    실제로 특검 기간에는 몇몇의 주식 고수만 삼성 주를 샀을 뿐 대다수는 외면했다. 특검 이후 삼성이 휘청거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예상과 달리 특검 후 삼성의 주가는 점점 오르고 있다. 임직원 10명을 불구속 조치하고, 로비 의혹 대상자들을 무혐의 처리한 특검으로 인해 삼성은 신용을 되찾은 듯하다.

    ‘한국사회, 삼성을 묻는다’는 잠잠해진 삼성에 대해 다시금 문제제기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기획에서 출판까지 2년이 걸렸다. 출판하려고 할 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특검이 연이어 있어서 보류했다. 특검이 성과를 내면 이 책을 출판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 책은 삼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꾸며지는데 질문은 크게 17가지다. 삼성은 어떻게 슈퍼 재벌이 되었으며 삼성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삼성의 경제적 영향력이 어떻게 사회 정치적 지배로 전환되는가, 중앙일보는 어떻게 성장했으며 한국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삼성그룹 산하 기업에는 왜 노동조합이 없는가, 삼성 노동자는 모두 같은 삼성맨인가, 삼성은 인적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삼성의 이익이 한국 사회에 유익한가를 물은 뒤 실증적인 연구물을 토대로 설명한다. 후마니타스/ 650쪽/ 2만5000원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_ 리처드 D.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경제성 창의성 지수 세계 1위,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 세계 2위, 수자원 관리 부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전 유럽의 바이오 기업의 10%가 있는 나라는? 짐작했겠지만 핀란드다. 핀란드는 우리에게 자일리톨 껌으로 유명하지만 유럽연합의 의장국으로 저력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50여 년간 핀란드를 연구한 컨설팅 전문가가 쓴 이 책은 핀란드의 성공비결을 담고 있다. 이는 핀란드인의 민족성은 물론 핀란드의 역사, 기업, 언어, 가치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 드러난다. 수차 전쟁을 치르고 오랜 식민지 생활을 거친 핀란드는 100년이라는 짧은 근대화 과정을 통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우리와 역사가 비슷한 핀란드가 세계에서 빛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살림/ 328쪽/ 1만3000원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_ 한기욱, 김종엽 엮음

    창작과비평사는 매주 온라인으로 ‘창비주간논평’을 발간한다. 2006년 5월, 창비주간논평 2주년을 맞아 그중에서 의미가 있는 글 56편을 책으로 묶었다. 저자들은 A4 두 장이라는 짧은 분량의 글을 통해 세태를 날카로이 비판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후반기는 물론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기에 벌어진 다양한 사회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한반도대운하, 영어몰입교육, 조기유학, 삼성 비자금사건, 곡물가 폭등, 유가 상승을 다룬다. 이 책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립적인 구도를 넘어 사태를 파악한 저자들의 혜안이 담겨 있다. 독자는 지난 시론을 들춰보며 그 안에서 내일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창비/ 310쪽/ 1만원

    지식인의 오만과 편견 _ 한상일 지음

    1946년 창간된 월간지 ‘세카이’는 일본 최고의 정론지로 진보적 지식인들의 공론장이다. 그러나 이처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잡지가 유난히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만은 삐딱하다. 저자는 세카이를 만드는 지성인들이 ‘선험적인 선입견’에 매몰됐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이 잡지의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그간의 기사를 분석하고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진보적인 일본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들춰냈다. 필자는 ‘세카이’의 비합리성은 진보적 지식인의 허위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증명하며, 그런 태도야말로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자기기만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일본제국주의의 한 연구’로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중진학자다. 기파랑/ 384쪽/ 1만7000원

    만들어진 역사 _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 송설희 공역

    저자는 인류사에서 중대한 36개의 사건을 선정해 그 배경, 전개과정, 주요 인물, 결말, 영향 등을 설명한다. 큰 사진과 도표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플루타르크는 “오래전의 역사는 시간에 덮여 그 진실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역사저술 전문가인 조셉 커민스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가린 역사를 들춰냈다. 또한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저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더라면 전쟁은 물론 히틀러의 지배가 더 오래 지속됐을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내리고 있다. 말글빛냄/ 430쪽/ 2만4500원

    서울은 깊다 _ 전우용 지음

    꿈꾀끼꼴깡 외
    외국인에게 “서울이 관광하기 좋으니 놀러오라”고 권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서울에 와서 살라”고 말하는 이는? 모르면 몰라도 무척 드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처럼 서울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자부심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서울에는 실로 현란한 네온사인만 번뜩일 뿐 문화를 느낄 만한 장소가 드문 게 사실이다. 애써 고궁을 찾아가지 않는 한 서울에 살며 매력을 느끼는 건 쉽지 않다. 강남역도 종로도 신촌도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있는 저자가 서울을 설명하는 글을 펴냈다. 저자는 서울학연구소에서 도시계획학·도시공학·경제학·사회학·행정학·건축학·토목학·문화인류학 등에 관해 배우면서 서울의 역사를 보는 안목이 달라졌다고 한다. 덕분에 독자는 서울도 아는 만큼 느껴지고, 느낀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연구 대상도 다양하다. 똥물, 땅거지, 촌뜨기, 종로, 전차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복수의 하나님, 팔각정, 제중원, 촬영국, 파리국, 와룡묘와 같은 정치권 얘기도 놓치지 않는다. 대상의 표면만 설명하지 않고 맥락을 짚기에 재미있게 읽힌다.

    “영조 이후의 왕들은 거지들에게 쌀이나 거적, 종잇조각을 나누어주어 왕의 은덕이 거지들에게까지 미침을 보여주고자” 했고 “거지는 흉황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식의 상세한 설명은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덕분에 없던 애정이 생긴 것 같다. 돌베개/ 392쪽/ 1만8000원

    조크 재패니즘을 논하다 _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남애리 옮김

    표지 디자인부터 일본 느낌이 나는 이 책은 일본에서 75만부나 팔렸다. 저자는 르포작가로 세계 곳곳을 돌며 일본, 일본인이 등장하는 조크를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조크나 콩트에는 외국인의 일본관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책은 조크를 소개한 뒤 세계인이 바라보는 일본, 일본인의 특성을 짚어본다. ‘유대인의 콧구멍이 큰 이유는 공기가 공짜이기 때문이고, 일본인의 콧구멍이 작은 이유는 공짜니까 부담스러워서’라는 조크로 일본인의 수치문화를 설명하는 식이다.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하라고 하자 “그런 파트타임을 시키다니, 너무합니다!”라는 유머는 일본의 긴 업무시간을 꼬집는다. 북돋움/ 199쪽/ 9000원

    우리동네 꽃담 _ 글 이종근, 사진 유연준

    우리나라는 건물의 외벽이나 구조물에 글자, 꽃, 동물 등 여러 가지 무늬를 놓아 치장을 했다. 꽃담은 이렇듯 꾸민 담장, 굴뚝을 가리키는 말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설치미술이다. 천민과 양반, 왕족 모두 치장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꽃담을 소유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많은 꽃담은 흙으로 지어졌기에 온전히 보존된 경우가 드문데다가 정부의 무관심으로 점차 없어지고 있다. ‘우리동네 꽃담’은 10여 년째 동안 문화담당 신문기자인 저자가 직접 꽃담을 답사해 무늬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물론 저자는 지역 명문가의 풍수, 향토와 가계의 은밀한 얘기, 풍수지리학 정보, 꽃담을 둘러싼 역사 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생각의나무/ 303쪽/ 1만2500원

    한국사학자 이재범의 나의 그리스 여행 _ 이재범 지음

    쉰여섯의 ‘한국사학자’가 그리스로 한 달간 배낭여행을 다녀와 책을 냈다. 그랬기에 민박집 여주인, 유명 귀족 가문의 일본여성 슈코, 열차 자리를 잡아준 그리스인 알파치노, 이스탄불에서 손을 내밀어준 대만인 기요개, 터키 농가의 네 청년을 만나 가벼우면서도 성찰이 담긴 얘기를 나눴다. 게다가 그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고구려 치성을 비교하고, 아르테미스 신화에서 단군 웅녀 설화를 찾아낸다. 이어 그리스가 유럽 문명의 직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지적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그의 분석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곳곳에서 만난 재치 있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 때문이 아닐까. 배낭여행을 가기 전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철저히 공부했다는 그의 꼼꼼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앨피/ 296쪽/ 1만5000원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_ 전원경 지음

    저자는 수년간 런던에 살며 이곳의 보물을 캐내 책으로 엮었다. 여행자들에게 흔히 알려진 관광지 외에 런더너들이 음미하는 명소를 안내한다. 그중 코톨드 인스티튜드 갤러리는 단연 최고다. 저자는 이곳이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개인 컬렉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르누아르의 ‘관람석’과 같은 명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들러보라고 권한다. 또한 현재의 런던을 만든 크리스토퍼 렌과 미래의 런던을 만들 노먼 포스터를 대비하면서 런던 건축의 특성을 분석했다. 저자에게는 런더너들도 분석 대상이다. 먹고 입는 것보다 집 가꾸기에 공을 들이고, 직장 여성들이 검은색 정장 바지를 고수하는 것에서 ‘남들에게 특별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지 않은’ 특징을 읽어낸다. 리수/ 36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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