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 피해 못 견디겠다, 한시도 늦출 수 없다”
- “우리가 앞장설 테니 정부는 뒤에서만 도와달라”
- “운하 반대 여론? 낙동강엔 해당 안돼”
- “환경단체 참여시켜 수질 걱정 없애겠다”
- “밀양에서 운하와 대규모 신공항 결합”
- “정부는 ‘선택과 집중’으로 선벨트 전폭 밀어야”
“옛날엔 다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 낙동강 운하 문제에 대해 먼저 묻겠습니다. ‘운하’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우리는 워터 웨이(Water way)라고 합니다. 물길을 잇는다는 뜻으로요. 워낙 거부감이 심하니까, 운하라는 말에.”
▼ 편의상 ‘운하’로 하죠.
“그러죠.”
▼ 낙동강 운하의 대상인 낙동강의 수질은 요즘 어떤가요.
“옛날에는 경남 창녕 남지 쪽에서 어린이들이 목욕을 했어요. 다리 위에서 물로 뛰어내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수량이 확 줄어서 그랬다간 큰일 나요. 또 강 밑에서 올라오는 찌꺼기 같은 것들 때문에 물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갈수기 때는 3급수 이하로 떨어져요. 이게 낙동강의 현실입니다.”
▼ 강의 수량이 너무 적어서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평소에는 그렇죠. 그런데 매년 비가 많이 올 때마다 홍수 피해를 보고 있죠.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이 창녕, 그 건너 쪽이 함안·의령이죠. 그 지역은 사정이 말이 아니에요. 강물이 불어날 때면 ‘건너 쪽 둑이 먼저 터져야 될 텐데…’라고 기도해야 하는 기막힌 일이 생겨요. 건너 쪽에서 먼저 터져줘야 이쪽에 피해가 없으니까.”
“낙동강은 이미 끝났다”
김 지사는 낙동강 홍수 피해와 관련 “2001~2005년 통계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91명, 재산 피해는 3조원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 주장의 요지는 낙동강은 볼썽사납게 말라 있거나 홍수가 나거나 해서 큰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낙동강은 하천 기능을 잃었습니다. 하천 유지를 위한 수량이 부족하고 퇴적토에 의한 중금속 오염이 심각해요. 한마디로 낙동강은 지금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물 문제가 지역 낙후의 주요인이 되고 있죠. 수량 부족과 오염은 필연적으로 식수난, 식수의 품질 저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질개선을 위해 정부는 2015년까지 낙동강에 9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나 그 효과는 미지수예요. 수량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빠져 있으니까요.
경남 낙동강 수계 107km에서 하루 평균 93만8000t이 취수됩니다. 그런데 경남도민 320만명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수량은 138만2000t입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약 3억t의 물 부족이 예상됩니다.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 및 물 이동의 한계로 실제 물 부족량 누계는 8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요. 낙동강 주변은 홍수 때 침수기간이 길어 피해가 무척 큽니다. 강 바닥의 퇴적토 준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 낙동강의 수량·수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운하가 필요하다는 논리인가요.
“지금은 낙동강이 방치, 방기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낙동강을 되살리고 매년 되풀이되는 홍수를 막기 위해서 낙동강 운하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죠. 2015년(낙동강 치수계획 기간)까지 둬선 안 되고 조기에 운하사업을 집행해 수질 문제, 홍수 피해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산업·관광·레저와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100점 아닙니까.”
남해안엔 경관이 좋은 곳이 많다. ‘통영비경 8선’ 중 하나인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그렇죠. 낙동강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지형에서 흐르기 때문에 인공적인 보 몇 개만 있으면 돼요. 경남 구간엔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퇴적물, 오염물은 하천정비-운하 공사할 때 걷어내면 되고요.”
▼ 강에 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고 오염을 줄인 사례가 있습니까.
“그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제가 유럽의 도나우강, 마인강에 가봤거든요. 오스트리아 빈의 경우 매년 도나우강으로 인해 홍수 피해가 있었다는데, 보를 만들어 정비한 최근 10년 동안에는 단 한 건의 홍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독일에 가보니 여전히 구간 구간에 따라선 환경단체와 거센 논란이 있어서 아직까지 해결 못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강을 자연상태 그대로 두면서 정비한 것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강은 그전보다 훨씬 더 건강성을 회복했고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통한 소득증대 효과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낙동강 부분만큼은, 제가 한반도대운하 전체를 논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낙동강 운하는 이런 팩트(fact)로 봤을 때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도 조기에 하는 게 좋다고 보는 거죠.”
“포지티브하다, 긍정적이다”
▼ 낙동강 운하를 만들 경우 현재의 취수장이 오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확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논의는 상당히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건데요, ‘낙동강 운하는 식수원의 환경적 취수에 포지티브하다’ ‘긍정적이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요즘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하고 뛰어난데요, 막연하게 ‘운하 만들면 취수가 문제가 된다’고 단정해선 안 됩니다. 아니, 시뮬레이션을 해봐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오면 누가 그걸 밀어붙이겠어요, 당연히 안하죠. 우리는 미래로 가는 사람들인데 환경을 파괴하고 문제를 일으키면서 갈 수는 없어요. 취수원의 안전에 대해선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낙동강 운하가 되도록 좀 도와준다면 환경단체를 운하 계획-수립 전 과정에 참여시키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은 뒤로 미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정부 측은 한반도대운하를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정비사업으로 수위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운하 반대’ 응답은 7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광우병 파동으로 시위가 격화하고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자 청와대 측은 운하 계획을 전면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낙동강 운하만 추진하는 부분에 있어 정부는 지금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까닭에 소신대로 하지 못한 채 눈치나 보고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나는 ‘정부가 왜 전국에다 한꺼번에 운하를 만들겠다고 해서 국정의 어려움을 스스로 초래하느냐, 그건 잘못됐다’고 말해왔어요. 지방마다 특수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지자체는 자기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게 마련이에요. 정부는 지자체의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뒤에서 도와주면 되는 거죠. 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맞지 않아요. 국민 저항만 부를 뿐이죠. 운하 문제는 전 국민의 논쟁거리로 만들 게 아니라 지방에 맡겨서 조용하게 풀어야 해요. 지방 단위에서 사업이 되도록 노력하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해요. 이게 옳은 길입니다.”
“낙동강 운하 공론화하자”
▼ 경남도청이 운하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경남도민, 혹은 영남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인가요? 그러니까 영남지역의 운하 찬반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건가요, 아니면 지역 주민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경남도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가요.
“경남엔 낙동강을 끼고 8개 시·군이 있어요. 한 달 전 여론조사 결과로는 8개 시·군에서 운하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낙동강에서 떨어져 있는 경남의 시·군에선 운하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어요. 운하라는 말만 나와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거든요.”
▼ 지역 주민의 여론이 그렇다면 지사로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내가 도민을 만나는 자리에서마다 ‘왜 우리 경남에 낙동강 운하가 필요한가’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 많은 분이 ‘그럴 것 같으면 해야지’라는 긍정적 방향으로 자세를 바꿉니다. 그래서 저는 낙동강 운하 문제는 여론 눈치 보면서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리 공론화하는 게 좋겠다, 그것도 우리 지방정부가 주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 낙동강 운하 건설 때 영남 내륙도시 내항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봅니까.
“운하 건설을 통해 낙동강이 전반적으로 아름답게 정비되고 수량이 풍부해지면서 영남지방의 품격이 높아지는 거죠. 이건 영남지방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고 매우 중요한 경제적 효과가 될 수 있어요. 낙동강 주변의 경관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친수공간이 넓어지고 문화수준이나 레저, 여가의 수준이 격상될 것입니다.”
▼ 배가 공산품이나 농산품을 낙동강 운하를 통해 나르는 일도 생길까요.
“제가 볼 때 뱃길을 열면 최소한 3000t 급 배는 낙동강 운하를 다닐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 배들은 관광, 레저에 활용될 거예요. 물류 기능은 우선순위에서 최하위라고 봐요. 3000t급을 띄워서 수송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요즘 하늘길이 있고 경제자유구역에 부두가 잘돼 있어요. 물류는 그런 데서 체계적으로, 첨단적으로 하는 거죠. 낙동강 운하 통해서 공산품, 농산품 수송하는 건 거의 제로다, 이렇게 단언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차피 경남 부산 대구 경북 중심의 대규모 국제공항이 들어설 거예요. 신공항과 운하가 연결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봐요.”
▼ 신공항은 운하 주변에 만들어져야 된다는 말이네요.
“그렇게 봐야겠죠. 신공항 주변에 물이 흐르는 생태도시, 세계적 부품산업단지가 연결되도록 해야 한단 말이죠. 그러면 세계에서 신공항으로 바로 날아와 운하를 낀 신도시에서 비즈니스를 한 뒤 여가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죠. 또 뱃길 따라 통영으로 거제로 여수로 목포로 이렇게 관광을 하는 콘셉트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공항과 운하의 여결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낙동강 운하가 지나는 유역 중 공항이 들어설 만한 넓고 편평한 땅을 갖고 있는 곳이 어딘가요? 경남에선 공항 입지로 어디가 적지라고 보고 있습니까.
“그 이야기는 첨예한 문제거든요. 부산은 부산대로, 대구·경북은 대구·경북대로, 공항의 위치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있을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우리 경남으로 보면 최적지는 밀양이거든요.”
▼ 그 이유는.
“밀양은 낙동강과 바로 연결되고 대규모 국제공항과 신도시를 지을 만한 땅을 충분히 갖고 있어요. 특히 대구·경북에서의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죠. 물리적 환경조건도 좋아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비교우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낙동강만 떼어놓고 보라”
▼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이 대운하와 관련해 양심선언을 하는 등 전국적으로 운하 반대 여론이 더 많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앞서 얘기했듯 유럽의 마인강, 도나우강은 정비 후 수질개선 효과가 뚜렷했어요. 그런데 거기서도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인위적으로 연결하는 170km 구간에 대해선 환경단체 등이 반대해 해결이 안 된 것 같았어요. 대운하처럼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부분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어요. 조령터널을 뚫고 배를 끌어올리는 일, 요즘 기술로 못할 것도 없지만 여러 환경 문제며 문화재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그러나 우리 낙동강만 떼어놓고 봤을 때는 김 연구원의 얘기가 딱 맞는 건 아니라고 봐요. 낙동강 부분은 상당히 긴박성이 있다고 봐야 해요. 당장 홍수로 매년 사람이 죽어가는데 ‘하지 마라’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되죠. 당연히 준설해야 하고, 새로운 물로 관리해야 하고, 수량도 늘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을 그대로 두라’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화제를 ‘남해안 선벨트’로 돌려봤다. 김태호 지사는 선벨트 추진에도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안 그래도 경남, 부산, 전남 3개 도가 남해안 공동개발에 나서는 차에 정부에서 밀어주겠다고 하니 ‘이 기회를 꼭 잡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 정부는 경남, 부산, 전남 3개 도를 남해안 선벨트로 묶어 제2의 수도권으로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80조원이나 되더군요.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은 이른바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어요. 부산-목포 간 고속철도 건설 등이 여기에 해당돼요. 그러나 선벨트의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투자처를 찾고 있는 돈이 국내도 150조원이 넘고 외국 투자자들도 여건만 되면 얼마든지 투자합니다.”
▼ 부산▼ 목포 고속철도와 노선 길이가 비슷한 호남고속철도 건설비용만 10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해안 선벨트의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만. 그렇게 투자해 수도권에 맞먹는 제2수도권이 남해안에 조성되면 국제적 경쟁력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수도권 하나로 국민소득 2만달러에 진입했지만 수도권의 대칭축으로서 남해안 선벨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않을 경우 4만달러 시대를 맞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선벨트는 유럽의 지중해를 모델로 해서 임해 산업단지, 배후 혁신도시, 세계적 리조트와 마리나, 문화, 위락 거점이 특성화되도록 해야 해요.”
“이 대통령 만나 선벨트 논의”
▼ 정부가 특정지역에만 편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대립적 관계 속에서 우리의 발전전략을 봤다면 이제는 수도권과 남해안 양대 축 개념으로 전환하는 거죠. 그런데 이미 충청권은 수도권과 합쳐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영남에 신공항이 조성되면 충청권은 영남권에 들어올 수도 있겠죠. 전국의 고른 발전이 궁극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국가는 성장의 거점에 종자돈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죠.”
▼ 정부가 각 지방을 균등하게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정부가 선벨트에 적극적인가요.
“이 대통령이 747 공약을 제시한 바 있는데 실제로 7% 성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이를 위한 7년, 8년, 9년의 플랜이 있어야 해요. 그 플랜으로 선벨트가 매우 유효하다고 보는 거죠. 우리 경남을 중심으로 전남과 부산이 종래에 함께 추진하던 남해안 프로젝트와 맥이 닿아 있고요. 그래서 나는 정부와 긴밀하게 선벨트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어요. 조만간 나와 부산시장, 울산시장, 전남지사가 대통령과 함께 선벨트를 논의하는 자리도 있을 것으로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