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수국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국
방을 끊자

방에 대한 꿈만 있다

그녀가 사라지자

그녀의 윤곽만 남는 것처럼

발가락을 모으고



볕꿈을 꾼다

- 이곳은 물의 나라라오

내 목소리는 모두 젖어버렸소

거품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문 너머

그녀가 벗어두고 간 당초무늬 치마가

바람에 널려 있다

내가 씹어 그녀의 몸속에 뱉은

손톱 모양의 배꼽이

둥실 떠올라 있다

- 이곳은 숨 없는 곳이라오

사라진 입술을 읽는 긴 계절이

창문 밖으로 온다

피자마자 늙어버린 꽃의 방이

마당 그늘마다 온다

내가 접어 날린 나비의 날개가

뚝, 뚝 끊어져

흰 여름으로 온다

수국
이용임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컴퓨터과학)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現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시마당

매거진동아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