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산강 퇴적물 평균 2m, 수질 4~6급수… ‘죽은 강’
- “영산강 뱃길 복원은 정부 영산강 운하계획과 같은 맥락”
- “강 일부 준설하면 뱃길 복원, 비용과 기간 절감”
- 영산강 프로젝트 총 예산 8조5550억원, 민자 1조7100억원
- “전체 민자는 곤란…수질개선 SOC 등은 국가재정으로”
- “선벨트는 한반도 제2의 성장 축…국정과제 우선돼야”
- 선벨트 조건은 교통 인프라 구축…남해안 고속철, 고속도로 시급
이 대통령은 4대강 운하를 서로 연결하는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은 확실하게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대운하는 한강운하와 낙동강운하를 조령터널로 연결하고(경부운하) 다시 이를 금강과 영산강으로 잇는 운하 연결의 개념. 이 대통령과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이후 한강과 낙동강을 조령터널로 연결하지 않고 4대강 운하를 모두 따로 만들겠다”고 수차 천명한 바 있다.
당초 대운하의 가장 큰 기능으로 대두된 전국적 물류기능을 포기하고, 멀쩡한 산을 뚫거나 땅을 파는 터널 또는 인공수로는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통령도 어느 시점부터 운하라는 말을 쓰지 않고 ‘4대강 정비사업’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4대강의 수질개선과 이·치수, 즉 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친환경 수로(water way)를 함께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운하에 대한 민심은 좀체 돌아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는 것이다.
‘죽은 강’ 영산강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민심의 큰 저항 없이, 오히려 지역민의 지지를 받으며 ‘운하(뱃길, 수로)’를 추진하는 광역단체가 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흐르는 전라남도가 그 주인공. 김대중 정부 시절 공보수석 겸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한 박준영(62·朴晙瑩) 전남지사는 이미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영산강 (뱃길 복원)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의 ‘한반도대운하’ 개념이 나오기 2년 전이었다.
박 지사는 ‘운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구 민주당 출신 통합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지만 “영산강 뱃길은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실제 그는 지난 4년간 영산강의 뱃길 복원을 위한 바탕 그림을 조금씩 그려왔다.
6월9일 영산강 운하와 이명박 정부의 남해안 선벨트에 대한 박 지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남 무안에 있는 전남도청을 찾았다. 도지사실에는 거대한 전남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지도를 일일이 가리켜가며 2시간 넘게 인터뷰에 응했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그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
▼ ‘뱃길’이란 용어를 쓰시는데, ‘운하’와 같은 말 아닌가요.
“한자로 보면 결국 같은 말이죠. ‘운하’라고 하면 왠지 거창하게 보이고 산을 뚫거나 물류기능만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그랬습니다. 영산강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맑은 수질을 복원하고 배가 다니던 강의 옛 모습을 되찾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영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수질 복원입니다. 퇴적 오니를 걷어내기 위한 준설을 하면 자연히 뱃길은 복원됩니다. 옛 영산강의 모습을 되찾는 것, 또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요. 뱃길을 만들기 위해 수질을 개선하는 게 아니고 수질을 개선하다 보면 옛 뱃길이 살아난다는 겁니다.”
▼ 영산강이 더 이상 더러워질 수 없는 ‘죽은 강’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호수라고 보면 됩니다. 지역 환경단체가 광주과학기술원에 조사를 의뢰해 나온 결과를 보면 강바닥에 쌓인 퇴적 오니가 평균 2m가 됩니다. 온갖 쓰레기가 썩어들어가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먹는 물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할 정도예요. 전남이 친환경 농법을 주로 쓰는 곳인데 말입니다. 강 하구를 막아 둑을 만들다 보니 물이 고여 썩는 게 그 한 원인이고, 지천에서 들어오는 오·폐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도 원인이죠. 냄새 때문에 하구 쪽 강변에 있는 호텔, 음식점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 하구. 강과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수질오염의 한 원인인 하구둑이다.
운하자료관, 내륙항 만든다
▼ 영산강이 다른 강보다 수질오염이 심각한 이유가 뭡니까.
“1996년 주암댐 상수원이 목포시에 공급되면서 영산강물을 순수 농업용수로만 사용했는데, 정부의 수질보전대책이 광역 상수원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영산강에는 4대강 수질개선계획에 의해 잡혀 있던 예산 1조5000억원 중 49%인 7000억원밖에 투입되지 않았죠. 반면 한강은 계획 예산의 127%, 낙동강은 80%, 금강은 62%가 투입됐습니다. 또 영산호의 관리 부처가 치수(治水)·이수(利水)는 국토해양부,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수질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어요. 여러 부처로 분산되니 효율적 관리가 어렵죠.”
▼ 영산강 뱃길 복원 프로젝트의 출발은 강 살리기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군요.
“영산강도 과거에는 홍어잡이 배가 나주까지 올라갔어요. 낙동강의 조공(租貢)배가 상주까지 올라갔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하구 둑이 완공되면서 뱃길이 완전히 끊겼죠. 지역민들 사이에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고 맑고 깨끗했던 옛 모습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거죠.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영산강 뱃길을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하면 어떨까 하고요. 복원된 뱃길과 주변의 문화관광자원이 연계되면 새로운 영산강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 영산강 운하의 시작점과 바다 연결지점은 어디입니까.
“복원될 영산강 뱃길은 내륙인 나주 영산포에서 출발해 목포 하구 둑에서 바다로 연결됩니다. 영산포는 예전 바다에서 들어오는 홍어잡이 배들의 집산지였지요. 지금도 홍어축제로 유명하죠. 현재 그쪽 일부에는 옛날 그 많던 물은 다 어디 가고 하구 둑이 들어선 이후에 20년 된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강바닥이 주변 논 높이하고 비슷한 곳도 있습니다. 이걸 준설해서 깨끗이 하고 홍어배가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 대통령직인수위는 영산강 프로젝트의 예산으로 4조8500억원을 제시했는데요. 전남도는 이보다 훨씬 많은 8조5550억원의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압니다.
“그중에는 이미 확보하거나 검토 중인 사업 예산 3조8000억여 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민자도 1조7100억원이 들어가 있고요. 추가로 현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3조원 정도입니다.”
전남도가 정부에 제출한 영산강 프로젝트 재원별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실제 수질개선 사업과 뱃길 복원에 관련된 사업이 혼재되어 있다. 이미 예산이 확보되거나 투입이 검토되고 있는 15개 사업을 살펴보면 영산강과 바닷물의 교류확대(수질개선)를 위한 배수갑문 확장(240m→480m)과 좀 더 큰 배가 더 많이 바다로 오갈 수 있게 하기 위한 통선문 확장(15m→140m) 비용으로 1730억원이 잡혀 있고, 하도 준설에 1870억원이 잡혀 있는 식이다.
“작은 배부터 띄운다”
하도 준설은 단기간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배가 다닐 수 있는 깊이(흘수)를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외에 영산강 환경오염 수질개선 비용으로 1조3000억원이 따로 잡혀 있고 영산강 유역 고대 문화권 개발에 1조1300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 계획안을 보면 전남도는 영산강 운하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을 이미 시작한 셈이다.
추가로 신청한 예산 항목 중에는 영산강 운하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예산이 많다. 영산강 하구 둑 이설에 1조6000억원, 교량 개수에 2640억원, 철도노선 변경에 4000억원, 영산포구 재개발에 300억원, 컨벤션 타운과 운하자료관 건설에 2300억원, 나루터(나루내륙항) 건설에 600억원 등 관광과 영산강 주변개발에 4600억원이 들어간다. 그리고 실버타운 및 은퇴자 시티, 수상호텔, 산업단지 조성, 국제농수산물 물류기지 건설에 1조7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전남도는 이 부분에 대해선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지도에서 전남 완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가리키며 선벨트 구상을 설명하는 박준영 전남지사.
“최신식 장비를 동원해 부유물질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퇴적된 오니를 제거하면 빠른 시간에 수질이 좋아질 겁니다. 또 강에 담기는 물의 양도 많아져서 자정 능력이 생기겠죠. 그 다음에 각 지천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염원을 철저하게 차단하면 수질은 맑아집니다. 2급수 정도를 유지하는 게 저희들의 희망입니다.”
▼ 정부에 올린 재원별 투자계획을 보면 문화 복원과 강 주변 개발비용도 들어가 있는데요.
“영산강 프로젝트는 뱃길만 복원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역사 문화도 함께 복원해 멋스러운 영산강의 옛 모습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이건 ‘그린 전남’의 이미지에도 맞습니다. 복원된 뱃길과 그 주변에 친수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것과 연계해서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 개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겁니다.”
▼ 반대여론은 없었나요.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수질개선과 연계된 옛 뱃길 복원, 친수 공간 조성이라는 제 얘기를 듣고난 지금은 오해가 없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06년 광주와의 합의하에 추진된 친환경 사업입니다. 처음엔 모래 팔아먹으려 그러는 거 아니냐는 억측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영산강 모래는 오염 정도가 심해 팔아먹지도 못할뿐더러 대부분의 퇴적물이 모래가 아니라 흙입니다.”
“黨 반대 없었다”
▼ 뱃길이 복원되면 어떤 배가 다니게 됩니까. 대형 유람선이나 컨테이너선도 다닙니까.
“아니요. 자그마한 배들, 옛날 홍어 배처럼 작은 배들을 먼저 띄우고 유람선은 그 다음에 생각할 예정입니다. 여긴 문화 유적지와 볼거리가 많아 유람선도 가능합니다. 영산강과 섬들을 오가는 유람선도 생각할 수 있고요. 나중에 모집을 하려고 합니다. 거대한 컨테이선과 같은 배말고 작은 배를 이용한 물류의 이동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부 물이 깊고 깨끗한 곳에는 옛날 영산강 다니던 황포돛배를 만들어 이미 띄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초 한반도대운하의 개념이 대형 컨테이너 바지선이 오가는 물류 중심의 운하였다면 박준영 지사의 영산강 뱃길 복원은 수질개선을 최대 목표로 한 친환경, 문화관광레저용 수로(water way)로 정의할 수 있다.
▼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대운하에도 영산강 운하가 들어가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부의 영산강 운하 계획은 우리 도에서 추진하는 영산강 뱃길 복원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류뿐만 아니라 수질개선과 문화, 관광 분야까지 포함됐죠. 범위가 더 넓습니다. 또 한반도대운하 개념이 나오기 전인 2006년 7월에 이미 광주광역시와 함께 영산강 수질개선 차원에서 공동으로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4년 전의 선거공약이기도 하고요. 터널공사 없이 일부 구간만 준설하면 되는 물길 복원입니다. 공사기간이 짧고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최근 정부는 터널을 뚫어 4대 강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수질개선, 이수·치수 종합 물관리 차원에서 수로를 만든다고 하는데요. 영남권 5개 광역단체는 낙동강 운하를 따로 만들자고 정부에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산을 뚫고 강을 서로 잇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이지요. 하지만 강별로 따로 (운하를) 만드는 선택은 잘했다고 봅니다. 강별로 하면 (수질개선과 이·치수, 지역 문화관광개발 등) 지역의 실정도 반영하고 효율성도 높이고 그렇게 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국민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결국은 각 지자체와 정부가 잘 의논해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 정부는 현재까지 영산강 운하를 민자로 할 것이냐 국비로 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는 듯합니다.
“영산강 운하를 전부 민자로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민자만 투입했을 때 과연 채산성이 있느냐를 따져보면 대단히 의문스럽죠. 우리 영산강은 수질을 개선하고 강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부분과 도로 수로 교량 등 기반시설에 대한 것은 국가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질개선, 이수와 치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은 국비가 투입되는 게 당연하죠. 그런 다음에 은퇴도시나 농산물 물류기지, 수상호텔 등과 같은 운하 주변 개발은 민자사업을 고려해야죠. 하지만 이것도 투자할 회사에 이윤이 보장될 때 가능합니다.”
▼ 당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선벨트 적극 활용, 대처할 것”
전남 도지사실에는 가로 5m, 세로 3m 정도 되는 대형 전남 지도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도를 보면 섬이 마치 별을 뿌려놓은 듯 많다. 이명박 정부는 전남과 경남 지역을 목포권과 남중권 부산권 3개 지역으로 나눠 이곳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 경제권으로 조성한다는 ‘한반도 선벨트’ 프로젝트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공식 발표했다. 당시 인수위는 영산강 운하를 선벨트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내놓았다. 박 지사에게 한반도 선벨트에 대한 동의 여부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모든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비수도권은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률이 46%로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일본과 프랑스보다도 1.5~2.6배 높습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선 수도권 1개 축으로는 어렵죠.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 축이 필요한데 그게 선벨트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J 프로젝트 등 우리 도의 발전방향과 일치하는데다 여수박람회가 개최되는 여수(남중권)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대처할 생각입니다.”
▼ 정부 및 부산, 경남과 이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습니까.
“남해안 연계 개발에 대해선 경남과 이미 3년 전부터 서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과된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을 근거로 해서 정부와 3개 시도가 서로 협력하고 있죠. 시도별로 약 6억원의 분담금을 낼 계획도 있고, 남해안권 지자체와 지역 대학교, 상공회의소가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남해안권 산학연관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 한반도 선벨트가 국정 우선순위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놓여야 한다고 봅니까.
“선벨트 구상은 수도권 규제완화보다 우선 추진돼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 예산과 민간기업의 투자가 병행해야 하는데 수도권 규제를 먼저 완화할 경우 기업은 당연히 활동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선벨트 지역엔 투자를 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요.”
▼ 정부의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시행돼야 하는 사업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초광역 경제권 조성의 전제조건은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를 교통 인프라의 구축입니다. 그중에서도 목포-여수-부산간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이 시급하죠. 지금 추진 중인 사업도 정부 차원의 특단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호남 고속철도의 조기완공이나 무안국제공항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0년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서남해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건설 등에 말입니다. 낙후지역에 대한 우선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없으면 선벨트 구상은 실현되기 힘듭니다.”
‘갤럭시 아일랜드’ 프로젝트
▼ 한반도 선벨트에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까요.
“그렇죠. 선벨트 개발의 주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상보호지역은 해안에서 500m 안에선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해상국립공원에는 집도 제대로 못 짓죠. 높은 건물을 짓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관이 좋은 곳에 자연과 어울리고 친환경적으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그래야 사람들이 살고 관광객이 늘고 한반도의 새로운 축으로 탄생할 수 있는 겁니다.”
박 지사는 한반도 선벨트 구상의 핵심이 전남지역 2000개 섬의 관광자원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도를 가리키며 서남해안과 남해안을 따라 지나가는 국도 77호선의 끊어진 부분을 빨리 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지사 취임 후 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건설이 국고 지원이 늦어져 지지부진하자 전남도가 채무를 지는 형식으로 돈을 빌려 조기에 완공하기도 했다. SOC 조기 건설을 통해 접근성만 좋아지면 중국 등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의 절반을 남해안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는 게 박 지사의 신념이다.
“전남은 신안군에만 1004개, 영광군에만 1200개 정도의 섬이 있습니다. 섬이 2000개가 넘고 해안선만 6400km입니다. 이게 전남의 보물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곳이 없죠. 태양이 얼마나 좋습니까. 전국 태양광 발전의 60% 이상이 여기에서 이뤄집니다. 이 섬들을 테마별로 개발하자는 계획이 바로 ‘갤럭시 아일랜드 프로젝트’, 우리말로 ‘은하섬 계획’쯤 되죠. 섬 이곳저곳 요트 항을 만들 데도 많고, 자연과 어울리는 숙박시설만 만들어주면 그 자체가 관광지입니다.”
▼ 요즘 전남에 ‘뜨는’ 섬 관광지가 많다던데요.
“남해안관광 시범사업으로 신안군 증도에 콘도식 펜션을 125개소 정도 만들었는데 연간 평균 투숙객률이 65%에 달합니다. 숙박시설하고 갯벌 생태관, 염전이 있죠. 그거밖에 없는데도 지금 이 시기부턴 방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다리만 놓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올 겁니다. 완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보십시오. 신지대교를 전남이 채무를 지고 조기 완공한 이후에 7만~8만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100만명까지 늘었습니다. 해수욕장에 그늘막만 만들어줬을 따름인데. 이처럼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선벨트 지역에 대한 광역교통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이야깁니다.”
박 지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목포중)를 마치고 고향인 전남 영암을 떠난 이후 2001년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하고 2004년 전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설 때까지 근 40년 이상을 서울에서 생활했다. 지사 생활은 만 4년. 그러나 그는 이미 전남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만큼 많이 다니고 많이 연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뜻이다. 그는 도민의 말에 귀를 열고 있었고, 전남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선 ‘친환경’ ‘자연친화적’이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남도 공무원의 명함에 새겨진 ‘그린 전남’ 로고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박 지사에게 개인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더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죽음의 밥상’
▼ 좌우명이 ‘참배 나무엔 참배가 열리고, 돌배 나무엔 돌배가 열린다’입니다. 좌우명대로 살아오신 것 같습니까.
“노력은 했는데 완전하진 못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권할 만한 게 있다면
“우리 직원뿐만 아니라 간부, 기자들에게도 권한 책이 있습니다. ‘죽음의 밥상(피터싱어 외)’인데 공장축산의 폐해와 유전자조작 식품(GMO), 동물학대 등 미국인의 밥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를 역추적한 내용이죠. 그 책을 읽고 미국에 갔는데 실제 똑같더군요. 우리 전남이 4년 전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시작한 게 아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전남이 전국 친환경 농산물의 53%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정말 먹는 문제는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