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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

진정한 리더십을 위한 실천철학

  •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경영학 dhlee67@catholic.ac.kr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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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 : 로널드 A. 하이페츠 지음, 김충선·이동욱 옮김, 더난출판, 464쪽, 2만5000원

국가, 기업, 군대, 시민단체 등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다뤄온 가장 오래된 주제이면서도 여전히 인기 있는 주제는 리더십에 관한 연구일 것이다. 링컨, 존 F. 케네디, 카네기, 록펠러, 알렉산더, 나폴레옹, 간디, 마틴 루터 킹 등 수많은 리더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덕분에 후세에도 위인 혹은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리더나 리더십에 관한 연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훌륭한 리더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직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리더십 효과(leadership effect)에 대한 막연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인지, 리더십 연구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론 중 하나가 바로 역할 모델(role model)을 분석하는 것이다. 즉, 특정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그의 사상과 업적 등을 정리함으로써 훌륭한 리더십의 원형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지금도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역할 모델을 기반으로 한 연구들은 흔히 리더를 영웅이나 구원자로 묘사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개인이 지닌 천부적인 능력 혹은 불굴의 정신과 고난 극복 과정 등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는 독자에게 실천적인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즉 영웅으로 묘사된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리더나 리더십이 조직의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2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짐 콜린스는 리더십 효과를 의문시하는 대표적인 경영학자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기업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 리더십 효과가 과학적인 근거를 벗어나 터무니없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고, 다양한 리더십 이론과 사례들을 종합해서 리더십에 관해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책의 1부에서 리더십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정치학, 사회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리더십에 관한 이론들이 축적되었다. 앞서 언급한 영웅이나 위인 중심의 리더십 연구도 이 중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리더십에 담긴 가치가 중요

그런데 이러한 기존 연구들과 달리 저자는 리더십의 가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리더십을 우월함, 권위, 영향력으로 정의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리더십은 단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리더는 고위 관직에 오르는 것으로 왜곡될 수 있다.

리더십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상의 행위다. 어떠한 일을 어떻게 하느냐와 관계없이 리더십을 정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더와 리더를 따르는 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목표를 리더가 설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유용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단순하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위해 타인을 움직이는 행위와 리더십을 구분시켜준다. 가치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정의하면, 리더가 가진 권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석이 가능하다. 리더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집단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구성원들 서로의 관계를 형성하게 해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집단은 권한을 가진 리더가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리더는 권한을 잃게 된다. 이처럼 리더의 권한은 주어지는 것인 만큼 빼앗길 수도 있다.

리더십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저자의 주장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리더가 직면한 상황이나 문제의 본질에 ‘기술적인 문제’와 ‘적응이 필요한 도전’으로 구분해서 접근한 것이다. 여기서 기술적인 문제란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해결책 역시 명백하게 정의된 경우를 의미한다. 현재의 문제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이 가능한 경우다.

예컨대 폭설로 고속도로가 막힌 경우, 운전자들은 순간적으로 곤란에 빠질 수 있지만 제설 작업을 통해 차량 통행은 언젠가 다시 재개될 수 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명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러한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이나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 과제 해결에 대한 책임은 의사, 즉 리더가 갖게 되고 리더는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을 갖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할 것이고 리더 역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가 직면한 문제가 모두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적응이 필요한 도전적인 문제란 문제 상황에 대해 준비된 사회적 해결책이 없고, 기존의 사회 제도하에서 해결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경우다. 문제가 명백하게 정의되었어도,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거나 문제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당장의 해결책 역시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쩌면 많은 조직의 리더들이 당면한 과제들 가운데 흔히 골치 아픈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이 바로 적응이 필요한 도전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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