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앞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적응이 필요한 문제에서는 구성원 스스로의 학습이 필요하다. 리더는 진단하고 판단을 내리기만 할 뿐이며,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구성원들의 몫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의사가 병을 진단할 수 있지만, 근원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이때 의사에게 남은 과제는 기술적으로 환자의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들이 스스로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나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이 바로 ‘적응이 필요한 도전과제’를 ‘기술적인 문제’로 착각하는 경우다. 구성원들은 권한을 가진 리더가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주기를 원하고 또한 리더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적응이 필요한 도전과제의 경우, 원천적으로 리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해결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적응이 필요한 도전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술적인 문제인 양 스스로 단기적인 미봉책을 제시한다면, 필시 나중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쓴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리더십을 ‘답을 정의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이슈를 사회로 돌려주지 않고, 리더의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결과만 나타난다. 리더는 어떤 경우에도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도전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존슨의 베트남전쟁,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 등은 여러 유형의 리더 중 아마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들의 리더십 실패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을 기만한 리더인데, 리더의 비밀스러운 행동은 사람들의 잠재된 두려움을 강화한다. 이러한 리더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이 리더를 불신하면, 이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리더십은 분명한 비전을 세우고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다. 리더는 비전을 발견하고 표현해야 하며, 위기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어떤 문제에 대한 책임을 관련 당사자에게 돌려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태까지처럼 쓸 만한 리더가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훌륭한 리더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기다.
너무나 복잡한 현대사회를 이끌어갈 영웅이나 구세주를 기다리는 것은 애초부터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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