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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스승’은 못 돼도 ‘선생’은 되고 싶은데…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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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교사의 과잉체벌을 일컫던 ‘교실폭력’은 이제 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폭력을 뜻한다. 학생 생활지도법을 토론하는 초등학교 교사들.

“아무리 얘기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아이들, 이유도 모르게 무시당하는 분위기, 유치하지만 상처로 남는 욕설과 낙서, 집단으로 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보복’…. 졸업하고 바로 임용고사에 통과했으니 아주 어린 나이였죠. 첫 수업 때 학생들은 상상외로 제멋대로였고, 교실은 그때 이미 붕괴상황이었어요. 처음에는 신참교사라 그런가 보다 했지만 10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힘듭니다.”

1999년부터 공립중학교에서 근무해온 여교사 유모씨. 그는 넉넉한 가정에서 중고등학교 내내 1등을 하며 순탄하게 자랐다. 일찍부터 여성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전문직을 생각하던 차, 보수는 많지 않지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교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유씨는 “착하고 온유한 심성이 교직에서는 무능하고 무시 받는 단점이 됐다”며 “친절하고 따뜻한, 무엇보다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은데 매일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언어, 물리적 폭력은 젊은 여교사들이 주요 타깃이다. 그래서 막 교단에 선 여교사들은 이구동성 “초장에 무조건 학생들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질’ 없이는 교실 분위기를 주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도 E중학교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2년차 여교사의 말이다.

“교사가 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엄한 교사를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한다’는 얘기를 누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발랄한 성격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죠. ‘어떻게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제압할까’ 하는 밀고 당기기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처음에는 서글펐지만, 지금은 잘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어머니보다 더한 학부모’



강남구 F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여교사 한모씨. 지난해 한 사립대 교수라는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지난번 시험문제의 제시문이 불분명하다”며 “앞으로 문제를 똑바로 내라”고 한씨를 질책했다.

지방 교대 출신으로 서울 강남구 G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김모씨. 그는 얼마 전 학부모와 면담하다 언성이 높아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아이들끼리의 다툼 때문에 만난 면담 자리에서 한 학부모가 “그런 교대가 있는 줄 몰랐다”며 김씨의 출신 대학을 비웃은 것. 김씨는 “교사의 사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학부모는, 어디서 알았는지 교사의 학벌, 옷차림, 가정사까지 들먹이며 교사의 마음을 뒤흔든다”며 “가정에서 부모가 세워주지 않는 위상을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 세우려니 더 힘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식 맡긴 죄인’은 옛말이 됐다. 과거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호출하면 가슴부터 철렁했었다. 학교 교육에 대한 전권을 교사에게 위임하고 교사의 지도에 지지를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가 꾸중을 듣거나 수업내용에 불만이 있으면 수시로 이의를 제기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서울 강남구 중학교에 재직하다가 동작구로 자리를 옮긴 한 남교사는 “상당수 학부모가 고학력인데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변화의 배경을 분석했다.

“학부모의 불만은 대개 생활지도와 학습에 대한 것으로 나뉩니다. 비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생활지도 부분에 주로 불만을 표시하는 반면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숙제, 시험문제 등 학습에 대한 건의를 많이 합니다. 다른 학교나 학원과 비교해 학습량, 시험, 영어교육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거나 따지는 식이지요.”

서울 강서구 백석초등학교 이득세 교감에 따르면 요즘 학부모들은 교과과정, 내용, 급식, 등하교 지도, 학교 운영 전반에 의견을 제시한다. 부모의 처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기에 이런 관심은 학교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교감은 “가끔은 학부모의 간여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 학기 담임교사가 결정된 뒤 ‘다른 교사로 바꾸라’는 전화가 빗발치거나, 사소한 일에 대한 억지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장, 교감은 물론 교육청에 탄원을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애들 교실에는 에어컨이 없으니 교무실에 있는 에어컨도 없애라’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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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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