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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촛불의 나라

촛불시위 연행자들의 辯 ‘내가 거리에 나간 까닭’

“국민은 (주)대한민국 투자자,‘CEO 대통령’이 왜 주주를 무시하나?”

  • 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촛불시위 연행자들의 辯 ‘내가 거리에 나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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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후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6월15일 현재 585명. 대부분 도로교통법과 집시법 위반혐의다. 연행자가 늘어날수록 촛불은 더욱 빛을 발한다. 한 사람이 연행되면 그가 속한 조직 구성원 모두 거리로 나온다. ‘정치’라면 남의 이야기로만 여기던 장삼이사들. 그들은 왜 촛불을 들어야 했나. 왜 좀체 촛불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나.
촛불시위 연행자들의 辯 ‘내가 거리에 나간 까닭’
해묵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지난 4월17일 갑작스레 타결됐다. 그 즉시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온라인 모임이 결성됐고, 4월29일 MBC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내보낸 뒤 서울 청계천 광장 앞에는 수많은 촛불이 등장했다.

5월2일에는 10대 청소년 등 1만명으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온라인 연합모임이 첫 촛불집회를 열었다. 며칠 후인 6일에는 온라인 모임과 시민단체 등 1500여 개로 이뤄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가 결성됐다. 17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5월24일,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던 시민 37명이 연행됐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후 첫 연행이었다. 이후 소화기, 물 대포를 사용한 강경진압이 시작되면서 연행자는 계속 불어났지만 촛불시위 참여자는 줄기는커녕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촛불은 정부가 5월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발표하면서 거대한 물결로 변했다. 이후 4일 동안 정부는 타오르는 촛불에 기름을 붓는 발언만 쏟아냈다. 6월3일 뒤늦게 ‘장관고시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고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성난 민심은 청계천과 시청, 광화문, 청와대 인근을 뒤덮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째 되던 6월5일부터 8일까지 72시간 동안 계속된 시위는 서울에서만 60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8만명)이 참가한 ‘6·10 민주화항쟁 기념 촛불집회’에서 정점을 이뤘다. 촛불 집회의 주제는 ‘쇠고기 재협상’에서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물가 문제’로 옮겨가며 ‘정권퇴진 운동’ 양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사법연수원생도 연행?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민들의 쌓여가던 분노는 대통령의 ‘배후설’ 발언에 완전히 폭발했다. 이 대통령이 “초를 누가 사줬는지 밝히라”는 데 화답하듯, 김경한 법무장관은 “뒤에서 종용하는 세력이 많다. 배후세력을 엄정히 처벌하라”고 지시했으며 어청수 경찰청장은 “시위대의 경로를 볼 때 치밀한 계획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사정기관의 억측을 증명하듯 경찰은 현재까지 ‘윗분’들이 말한 ‘종용세력’이나 ‘배후세력’을 단 한 명도 찾아내지 못했다. 지금 촛불시위 현장에선 “촛불집회의 배후자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상식이 된 상태다.

청와대 진출이 시도된 5월24일부터 6월15일 현재까지 연행된 시민은 모두 585명. 검·경은 이 중 2명을 구속하고 50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56명을 즉심에 회부하고 20명은 훈방했다. 585명의 연행자 중에는 집회가 익숙한 시민단체 회원도 있고 대학생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평소 정치나 집회엔 관심조차 없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과연 그들은 왜 경찰에 잡혀가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촛불을 들어야 했을까. 또 그들이 손에 쥔 촛불을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작정 거리로 나가 그들을 만났다. 연행됐다 풀려나온 시민 대부분이 꾸준히 촛불집회에 다시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행된 시민 30여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대부분이 고사했다. “‘보수 언론 불매운동’을 하는 마당에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중에는 사법연수원생도 있는데, 그는 처음엔 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인터뷰를 고민해보겠다”고 하더니 나중엔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도 그의 존재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결국 취재에 응한 연행 시민은 모두 8명. 이들 중에는 자신이 한 말이 기사에 잘못 반영될까봐 기자 모르게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이런 사실을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 올린 사람도 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종로에서 수입 쇠고기 전문점을 하는 최모(40대)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아주 반가운 사람이다. 그는 평소 손님에게 “호주산, 캐나다산은 맛이 떨어지고 그나마 미국산이 한우와 맛이 비슷해 인기”라고 말해왔다. 뼛조각 발견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이후 수입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린 것도 그래서다. 그랬던 그가 돌연 시위에 참가했다가 연행까지 됐다. ‘30개월 이상 소처럼 문제가 많은 소를 수입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6월6일)도 그의 정육점을 다녀간 손님은 10명뿐. 기자를 보자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나쁘다고 하니 사람들이 수입산 자체를 아예 안 찾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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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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