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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촛불의 나라

이명박 정부 ‘잃어버린 100일’

‘토목공사 리더십’ 잊고 탈물질적 가치 존중하라

  •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 kangwt@ssu.ac.kr

이명박 정부 ‘잃어버린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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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미국’으로 읽은 오판

이명박 정부 ‘잃어버린 100일’

자신을 밀실에 가두면서 지지자들을 소외시킨 이명박 대통령.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조기 대응이 늦었던 것도 과거의 이념적 틀로 이 사태를 파악하려 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촛불집회가 열리자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의 주장을 ‘미국’으로 읽었다.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반미집회라는 정치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 이해했다. ‘쇠고기’가 아니라 ‘미국’을 문제의 초점으로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좌파가 선동했다거나 배후가 있다거나 ‘초를 누구의 돈으로 샀느냐’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사태 초기에 근원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 힘으로 억누르려는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의 눈으로, 이념의 눈으로 쇠고기 문제를 바라본 것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시키고 말았다.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각료 선정이나 대운하 등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거세질 때마다 이를 좌파·진보세력의 반발로 간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빼앗긴 진보세력이 자신을 흔들기 위해 괜한 시비를 거는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동안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 자주 제기된 것은 국민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기보다 이처럼 이념의 눈으로 단정하려는 편협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사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으며 민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위기는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과거식의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실용의 시대를 향한 전환으로 이해하는 국민과, 진보와 좌파를 물리친 보수의 승리로만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각 차이가 상호 소통의 통로를 막아버렸고 결국 출범 100일 만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밀실] 고립과 소외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정치적 지지의 경계를 뛰어넘는 폭넓은 지지 속에 탄생했다. 이명박 후보는 영남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의 표심(票心)을 장악했다. 보수라는 이념적 경계를 넘어서 과거의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를 대거 포섭했다. 상류층이라는 계층적 경계를 넘어 서울의 강남뿐 아니라 강북지역 유권자의 표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명박의 압승은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계층적으로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그러나 출범과 동시에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외연의 확대가 아니라 매우 좁은 공간으로 자신을 한정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밀실에 가두면서 그에게 표를 던진 지지자들은 점차 소외감을 갖게 됐다.

밀실로의 후퇴는 내각 출범과 청와대 비서실을 구성할 때부터 나타났다. 내각 각료와 청와대 비서실 인사는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언론과 국회의 검증을 거치면서 재산 축적 과정 등 도덕성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악화된 여론 때문에 일부 인사는 중도에 하차해야 했다.

한쪽만의 대통령

각료 및 비서실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도덕성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점은 그 구성이 매우 편향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초기 내각을 두고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고 불렀다. 유행어가 되어버린 이 표현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정치적 소외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남 땅부자는 각각 학연, 종교, 지역, 계층을 대표한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은 이 대통령이 학연, 종교, 지역, 계층을 따지면서 특정 분파를 편애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 경상도 출신이 아닌 사람, 돈이 없는 사람은 모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매우 좁혀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도 많은 사람을 소외시켰다. 지난 100일 동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보다 대기업을 편애한다는 인상이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고 대기업 부설 연구소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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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 kangwt@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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