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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Queen 김연아

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카타리나처럼 농염한 표정으로 미셸처럼 날아올라라!

  • 김동욱│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creating@donga.com│

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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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카타리나 비트(왼쪽). 미셸 콴.

미도리 이토의 우아함

이들 외에도 최근 복귀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샤샤 코헨(Sasha Cohen·미국), 미도리 이토(Midori Ito·일본),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크리스티 야마구치(Kristi Yamaguchi·미국)도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다.

코헨은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며 당시 피겨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스핀과 스파이럴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여자 싱글 피겨를 양분한 콴과 슬루츠카야가 항상 그의 앞에 있었던 것을 보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의 선수다. 그는 신채점제를 실시한 이후 가장 먼저 190점대를 돌파했다. 2003년 캐나다선수권에서 197.60점을 받으며 촉망받는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쇼트의 여왕’으로 불렸다.

이토는 1984년부터 1996년까지 9번이나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백인의 전유물로 인식된 피겨스케이팅에서 이토의 등장으로 ‘황색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이토는 다음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 정상에 올랐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야마구치는 1991년, 1992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고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다. 16년 만에 미국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겨줬으며 동양계로는 첫 금메달이었다.



“김연아는 날아다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의 기술과 연기력은 선수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점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피겨의 기술요소는 크게 점프, 스핀, 스텝으로 나뉜다. 특히 점프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다. 선수들이 훈련할 때 점프 연습에 훈련 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김연아는 다른 기술 요소도 뛰어나지만 가장 큰 강점은 점프다. 김연아의 점프는 높이는 물론 비거리, 회전속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보통의 선수들은 점프를 하기 전 속도를 줄인다. 하지만 김연아는 점프 전 스피드를 전혀 줄이지 않고 힘 있게 도약한다. 스케이트의 에지 사용도 정확해 ‘점프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또 콤비네이션 점프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김연아처럼 트리플-트리플 점프를 완벽하게 해내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설령 있다고 해도 점프의 질 자체가 다르다. 첫 점프 뒤 두 번째 점프에서 김연아의 회전속도와 높이는 첫 번째 점프와 큰 차이가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미국 NBC방송의 해설위원인 딕 버튼은 “김연아는 점프의 본질에 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점프는 뛰어올라서 많이 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점프는 ‘나는’ 것이다. 김연아는 날아다닌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김연아는 예술적인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흔히 음악을 탄다는 표현을 쓴다. 김연아는 기술과 함께 연기가 음악에 녹아들어간다. 이는 연기를 보는 관중은 물론 심판에게도 감동을 준다.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미셸 콴은 “김연아는 음악 해석력이 뛰어나다. 음악을 풀어낼 줄 아는 가수다. 빙판 위에 서면 눈을 뗄 수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한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김연아의 연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선수도 세월이 흐르면서 경험을 더하며 원숙미가 나타난다. 그것이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내년에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흔히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두 부류로 나뉜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와 예술적 표현이 뛰어난 선수. 두 가지를 완벽하게 갖추면 정말 훌륭한 선수이지만 비트와 콴 외에는 그런 평가를 들은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김연아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전설에 다가서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연기를 봤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심판 중 몇 명은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찾아가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김연아의 연기가 최고였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김연아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피겨 팬들은 그를 역대 피겨 여왕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사실 과거의 여자 싱글 선수들과 김연아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당시에는 최고라고 여겨지던 기술과 연기력도 현재는 평가절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요구된 기술과 현재 강조하는 기술에도 차이가 있다.

피겨의 레전드, 피겨의 여왕

이리나 슬루츠카야.

특히 구채점에서 신채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객관적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과거 최고라고 칭송받던 선수와 현재 그렇게 대접받는 선수를 비교하고 싶은 심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김연아는 비트의 전성기 시절 연기력을 지닌 선수다. 콴에 대적할 기술과 연기도 갖고 있다. 다만 점프는 김연아가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또 이지희 부회장은 “선수마다 스타일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김연아는 점점 더 발전하는 선수다. 지금도 모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선수로 전설적인 선수들을 뛰어넘을 기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기술을 구사해 최고점을 받은 것만으로도 김연아는 피겨 역사에 남을 것이다. 특히 프리스케이팅 때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관중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무르익은 연기를 펼쳤다. 19세의 나이에 절정에 올랐다는 얘기다.

방상아 해설위원은 “레전드가 된 선수들은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당시에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다. 만약 앞으로 있을 올림픽과 이후의 경력을 잘 가꾼다면 김연아도 전설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아 앞에는 전설적 선수가 여럿 존재한다. 김연아는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신동아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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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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