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러너들의 저녁

  • 입력2009-04-30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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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너들의 저녁
    입이 벌어진

    하얀 운동화 같은 얼굴로

    너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내딛는다

    벚꽃이 피고 있는



    건너편 102동까지

    학교를 나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운동장까지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공평함을 위해

    너는 가까워진다

    흐리고 비가 올 듯한 저녁

    지상의 오늘과 이별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네가 선택한 건 처음의 자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세

    러너들의 저녁
    하재연

    1975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라디오 데이즈’


    구름을 밟기 위해 굽히는

    너의 무릎

    무릎의 무늬

    그런 것들이다

    땀 냄새로 공기 중에 녹아드는 것

    오른 주먹 다음에

    왼 주먹이 오는 것

    네 숨소리를 지우는 다른 숨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것



    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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