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천신일 땅 ‘150억’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정훈택 총신대학교 총장대행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5-09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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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보고 뒤 천신일 용인 땅 우회
    • 이상득·정두언 수차례 한전 접촉
    • 盧정권 때도 ‘천신일 배려’ 선로 변경
    • 공사비 급등·인구 밀집지역 피해
    “천신일 땅 ‘150억’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두 차례에 걸친 송전선로 설계변경으로 송전탑이 천신일 회장 소유 임야에서 총신대학교 캠퍼스 경계 지점까지 이동했다.(좌)총신대 측이 송전선로 변경에 항의하며 내건 플랜카드.(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소개해준 인물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3월 천 회장의 소개로 베트남 경제사절단 방한 행사에 참석, 연설을 하고 박 회장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경향신문 3월30일자 보도)

    “MB 친구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과 함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오마이뉴스 3월30일 보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7년 대선 때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고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천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 때든, 국세청 세무조사 때든, 검찰 조사 때든 언제든 10원 하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4월10일 보도)

    “천신일 땅 ‘150억’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의 형, 전직 국회의장, 전·현직 국회의원, 전직 청와대 수석, 현 정권 청와대 비서관 출신, 전직 단체장,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은 돈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는 전(前) 정권과 현(現) 정권을 모두 겨누고 있다. 전 정권의 정점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십억원 상당의 돈과 관련해, 박 회장은 그 돈은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준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표현대로 검찰이나 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대편인 현 정권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천신일 회장이다. 천 회장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이른바 ‘패밀리 그룹’과 모두 절친한 ‘특수한 포지셔닝’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가깝게 지내온 사람들은 ‘정권 실세’ 차원을 넘어 ‘정권 그 자체’로 불릴 만하다.



    “친형님과 진배없는 형님”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에다 6·3동지회 멤버로 2007년 대선 당시 “MB(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와 아무 때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모 언론 보도)”, “막후 실력자”로 통했다. 고려대 교우회장으로서 고대 동문의 절대 지지를 이끌었고 이 대통령에게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천 회장은 또 포항에서 사업을 한 인연으로, 친구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천 회장은 노 전 대통령-노건평씨 형제와 수십 년간 운명적으로 엮여 있던 ‘노무현 패밀리의 일원’인 박연차 회장과도 둘도 없는 사이다. 천 회장 스스로 언론에 “박 회장은 친동생 같은 아이”라고 말했다. 천 회장의 한 지인은 천 회장과 박 회장이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되는 스토리를 ‘신동아’에 설명해주었다.

    “천 회장과 박 회장은 PK동향 출신으로 원래 박 회장은 천 회장의 동생과 친구관계였어요. 천 회장의 동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박 회장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이후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어요. 둘 다 사업을 하는 공통점이 있고요.

    천 회장은 1968년부터 1973년까지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면서 정·관·재계 고위인사들과 친분을 쌓아갑니다. 1977년 (주)제철화학을 설립하면서부턴 사업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죠. 천 회장은 인맥 형성에 탁월해요.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전 회장과도 관계를 맺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해외여행은 천 회장이 운영하는 세중나모여행사가 주로 맡고 있죠.

    천 회장을 매개로 이건희 전 회장과 박연차 회장도 서로 만나는 사이가 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이 골프 라운딩 도중에 이건희 전 회장 측과 스스럼없이 통화하는 걸 봤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돌았죠. 이건희 전 회장이 맡던 레슬링협회장 자리를 천 회장이 맡고, 그러면 박 회장은 협회 부회장이 돼 천 회장을 돕는 식이죠. 박 회장에게 천 회장은 친형님과 진배없는 참 고마운 형님이죠.”

    천 회장이 1982년 세중나모여행사를 설립하자 박 회장은 해외출장 시 이 여행사만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정권 시절에도 박 회장은 노건평씨에게 로비해 농협에서 휴켐스를 인수한 뒤 천 회장을 이 회사 사외이사에 앉혔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3년 천 회장의 회사인 세중게임박스(현 세중아이앤씨)의 지분 2.09%를 인수하는 데 7억원을 들였다고 한다.

    천 회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본인이 참석했는지에 대해 “이종찬 전 수석, 박연차 회장과 같이 만난 적 없다.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동석한 적은 있지만 대책회의는 아니다. 박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는데 인간 정의상 어떻게 안 갈 수 있느냐. ‘형님 도와주이소’라고 하면 내가 ‘알아볼게’ 이 정도로 얘기한 게 전부다. 그러나 공직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다”고 말했다.

    총신대 측에서 의혹 제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세간의 관심은 ‘살아있는 권력’ 쪽으로 향할 것이 분명하다. ‘천 회장의 배후’ 등 일파만파의 파문으로 번질지, 천 회장이 혐의를 말끔히 벗고 박연차 게이트가 종료될지는 예측불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천 회장 땅을 우회하도록 송전탑 선로가 변경됐다는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총신대학교 측에 의해서다. 천 회장이 공동 소유한 이 땅은 15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천신일 땅’ 문제를 보고받은 뒤 천 회장 쪽에 유리하게 선로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권 실세인 이상득·정두언 의원은 이 문제로 수차례 한전과 접촉했다.

    노무현 정부도 천 회장의 같은 땅을 배려해 당초 예정된 송전탑 선로를 변경했다. 노 정권 시절 1차로 천 회장 땅을 비켜가도록 해주었고 현 정권에 와서 2차로 또 변경해 결과적으로 송전선로가 천 회장 땅을 더 멀리 우회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공사비는 크게 뛰었고 송전탑은 양지리 마을, 총신대 등 인구밀집지역으로 더 근접하게 됐다고 한다. 한전 측은 “송전선로가 지나는 땅 지주의 민원을 정당하게 처리해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변경되기 전 원래 선로가 더 공익에 부합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신동아’는 실세 땅을 비켜간 두 차례 선로변경 논란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한전 중부계통건설소는 2004년 8월부터 경기도 일원에서 ‘76만5000V 신안성-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공급 설비 확충과 76만5000V 계통의 중부권과 영동권의 연계를 통한 전력공급 신뢰도 향상”이 사업목적이다. 전기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수도권 서부지역의 정전사태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공사 구간에는 155기의 송전탑(강관철탑)이 세워진다. 경기도 용인 지역에는 2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천 회장 등 8명이 공동소유한 것으로 되어 있는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 임야 40만203㎡다.

    “원래 설계안 멀쩡한데 바꿔”

    총신대학교 정훈택 총장권한대행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확정한 원래의 설계안은 아무 문제없었다. 그대로 공사하면 됐다. 그런데 천 회장 임야를 조금 물고 들어갔다. 불법 설계변경돼 대학과 마을 쪽으로 밀려 내려와 대학과 마을에 피해를 주게 됐다. ‘실세’에 대한 특혜의혹”이라고 주장했다.

    ▼ 송전노선을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송전선은 두 지점을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연결될 때 공사비가 가장 적게 든다.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지역에서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산봉우리 등 임야지역을 최단거리 직선으로 이어 세운다. 산업자원부는 2005년 8월22일 신안성▼ 신가평 송전선로 설계안(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을 결정했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 구간 설계안은 앞서 얘기한 원칙에 따라 설계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멀쩡한 송전선 노선이 이상하게 달라졌다.”

    ▼ 바뀐 곳이 어디인가.

    “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를 지나는 송전노선이 설계 변경됐다. 원래의 설계안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천 회장 소유 임야의 남쪽 하단부에 걸친다. 그런데 2007년 6월4일 원래 설계안이 변경(실시계획변경신고 수리)되어 천 회장이 허락한 가장자리로 내려온 것이다.”

    ▼ 천 회장 땅이 혜택을 봤다는 건데, 그 외 달라진 점이 있나?

    “천 회장 땅을 빙 둘러가도록 설계 변경됨에 따라 송전선로의 길이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되었고 현저하게 굴곡이 생겼다. 전력 누수가 훨씬 많아진다. 늘어난 길이는 송전탑을 하나 더 세워야 할 정도다. 한전의 설명에 따르면 송전탑 추가건설에 10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국고가 그만큼 더 축나는 것이다.”

    취재 결과, 송전탑은 당초 설계에선 41기, 42기였으나 변경 이후엔 41기, 41-1기, 42기로 1기가 늘어났다.

    ▼ 설계변경에 따라 직접적 피해자가 발생하는가.

    “물론이다. 설계변경으로 송전탑들이 총신대 캠퍼스와 양지리 마을 쪽으로 확 다가오게 됐다. 원래 설계안대로 하면 사람이 살지 않는 산악 지형에 세우도록 되어 있던 송전탑들을 설계변경까지 해서 인구밀집지역으로 끌어온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천 회장 측에 특혜를 주기 위해 이처럼 공익(公益)을 훼손한 의혹이 있다.”

    ▼ 의사 표명을 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한전 측은 천 회장의 의견만 들어주었다. 설계변경을 결정하기 전 다른 편 이해당사자인 우리 대학 측이나 양지마을 주민들과는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공사가 학교 바로 앞에서 송전탑 건설공사를 할 때 비로소 설계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이런 식의 일방적 설계변경은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총신대 측 자료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르면 한전이 실시계획의 변경승인을 얻고자 할 때는 변경승인 신청 전에 주민 등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타당할 경우 이를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선로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한전의 주민설명회는 2007년 설계변경 이후인 2008년 3월12일 열렸다. 이후 양지리 주민들은 철탑반대위원회를 조직해 5월1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철탑설치 반대집회를 열었다.

    “천신일 땅 ‘150억’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선로변경 혜택을 본 천신일 회장 소유 경기도 용인 세중옛돌박물관.

    정 총장대행은“한전측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설계변경에 이어 지난해 8월22일 한 차례 더 송전선로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송전탑 38기, 39기, 40기의 위치가 이 때 설계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 회장 땅에 직접 위치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송전탑의 위치변화에 따라 천 회장 땅을 지나는 송전선로는 땅 경계지점으로 더 밀려 내려오게 되었다.

    ▼ 두 번째 설계변경은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었나.

    “천 회장의 임야에서 더 우회했다. 마을에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 현재 송전탑들이 실제로 세워져 있나.

    “학교 바로 앞에 1기는 100% 완성됐고 또 다른 1기는 80% 지어졌다. 나머지 1기는 기초공사가 되어있다. 대학 측이나 학생들이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전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면학 분위기 차원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문제가 된다.” 용인 양지리에 있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캠퍼스를 둘러본 결과 송전탑이 학교 경계선에 건설되어 있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송전탑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 캠퍼스 안에 세워져 있는 느낌이다. 위압적으로 학교 안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전탑에 송전선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다.

    ▼ 설계변경은 사업주체인 한전의 권한 아닌가.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특히 송전탑을 추가로 짓는 건 한전에 큰 비용 부담이 돌아가는 일이다. 특정 지주의 땅을 우회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그 쪽에도 가까이 있었다”

    “천신일 땅 ‘150억’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총신대 허경 목사는 “권력형 특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 설계변경이 이뤄진건….

    “천 회장은 그쪽(노무현 정권)에 가까이 있었다.”

    총신대 허경 목사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10년 전 정부가 합리적으로 잘 결정해놓은 송전노선이 왜 갑자기 바뀌는가. 천 회장이 권력과 가까웠던 사실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권력특혜의혹이다”고 주장했다. 허 목사는 “해당 임야는 공동소유로 되어 있지만 송전선로 문제는 천 회장이 주도했다. 우리와 논의를 벌일 때도 천 회장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송전탑 노선변경에 따라 혜택을 보게 된 천 회장 땅의 가치는 천 회장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15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땅값은 천 회장과 총신대 측의 교섭과정에서 나왔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지난해 7월29일 천 회장에게 “양지캠퍼스는 고압송전탑으로 완전히 둘러싸이게 되어 마치 포로수용소같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임야 부지 중 현 송전탑의 위치를 하향 조정하여 이전할 수 있도록 부지사용을 허락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송했다. 천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총신대 측은 송전선로 공사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한편 한전에 송전탑 이전을 요구했다. 한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전선로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총신대를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허 목사는 “한전 측은 우리에게 ‘천 회장 임야를 사라. 그러면 임야의 원래 자리로 송전탑을 옮겨다 주겠다’고 권유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직 송전탑을 원래 자리로 가져다놓기 위한 목적으로 땅을 사라는 것이니 억울한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천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다.

    천 회장은 처음에는 총신대 측의 임야 매매 타진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들어 총신대 측을 만나주었다고 한다. 천 회장 임야의 공시지가는 3.3㎡ 당 1만8000원 정도. 그러나 정 총장대행과 허 목사에 따르면 천 회장은 총신대 측에 “임야의 실제 부동산 가치가 크다”면서 “3.3㎡ 당 12만5000원, 총 150억원은 받아야 팔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임야 부근에는 천 회장의 세중옛돌박물관이 있다.

    ‘신동아’는 한전 관계자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천 회장 소유 양지리 임야에 영향을 주는 송전선로의 설계변경이 있었는지 문의했다. 한전 측은 “2008년엔 천 회장 소유 임야 부근에서 송전탑 선로 변경이 없었다”고 했다. 기자가 “38기, 39기, 40기의 위치가 바뀐 것으로 안다”고 다시 질의했으나 한전 측은 “없었다”고 재차 답했다. 이에 “서류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자 한전 측은 “서류를 팩스로 보내주면 검토 후 답을 주겠다”고 했다. 팩스를 보낸 후 다시 문의하자 한전 측은 설계변경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 이명박 정권 들어 권력 핵심층이 천 회장의 용인 땅 문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었다. 해당 기관에 확인한 결과 이명박 정권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상득 의원, 정두언 의원이 천 회장의 용인 땅 문제와 관련해 한전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는 지난해 1월 경 한전으로부터 천 회장의 용인 땅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청와대, 오해 사기 좋다”

    청와대는 지난해 4월23일 천 회장 땅의 송전선로 변경 문제를 한전으로부터 보고받았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본사와 충북 제천 소재 중부계통건설소(천 회장 땅 부근 송전선로 공사 담당부서)의 간부들이 청와대로 가서 총신대 측 반발 등 천 회장 땅 문제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4개월 뒤 천 회장에게 유리한 2차 송전선로 변경이 이뤄졌다. 한전 관계자는 “청와대는 보고를 듣기만 했고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대통령 측근 관리 및 사전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신중치 못했던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일개 지주의 송전선로 문제를 갖고 청와대가 한전 측을 불러 직보(直報)를 받는 모양새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보고 받은 뒤 ‘일절 특혜소지가 없게 하라’는 지시가 없었으면 그건 더 문제다. 보고받은 것 자체가 한전에 메시지를 준 것이다. ‘그 지주는 대단한 사람이고 청와대는 그 지주와 관련된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얼마 뒤 한전이 그 지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설계변경을 했으니 오해 사기 좋다.”

    총신대 출신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길자연 칼빈대 총장은 이상득 의원에게 ‘천 회장 땅 문제 해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전에 따르면 올 1월경부터 이 의원은 수차례 한전 측으로부터 천 회장 땅 문제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총신대 관계자들은 “이 의원 측 중재로 4월 들어 한전 사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한전 사장과 총신대 측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득 의원이 이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두언 의원에게도 천 회장 땅 문제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총신대 관계자들은 “천 회장 땅과 관련해 학교 당국은 정두언 의원에게는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로를 세울 때 지주와 충분히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천 회장 땅 부근 선로변경은 절차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관련법은 지주와의 충분한 협의 후엔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 해당 사업인 ‘신안성-신가평 송전선로 건설 사업 전 구간 중 지주의 송전선로 변경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송전탑을 추가로 건설해준 경우는 천 회장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천 회장 땅을지나는 최초의 송전선로와 변경된 송전선로 중 어느 쪽이 공익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에 “변경되기 전 원래 선로가 더 부합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천 회장의 송전선로 변경 요구를 들어준 이유에 대해 “천 회장이 그 임야 한가운데에 레슬링훈련장을 세우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천 회장이 조성시기, 투자금 마련안을 제시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천 회장은 건물 조감도가 그려진 보고서를 보여주었지만 그런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그가 훈련장을 짓겠다고 하니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신동아’는 천신일 회장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e메일로 별도의 질의서를 보냈다. 천 회장 측은 “회장님께 모두 전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천 회장은 응답을 해오지 않았다. 천 회장은 2008년 8월26일 총신대 측에 보낸 편지에서 본인도 피해자이며 송전선로 변경 이전 원래 설계안으로의 복귀는 불가하다고 했다.

    “목회자 교육에 진력하시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건설되는 송전탑에 대한 우려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말씀하시는 송전탑은, 저희도 피해자의 입장으로서 한전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말씀하시는 송전탑 이전은 받아들이기 어렵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알립니다

    본지 2009년 5월호 106~115면 「“천신일 땅 피하려고 두 차례 송전탑 선로 변경 특혜의혹”」 제하의 기사와 관련, ‘청와대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천신일 땅” 문제를 보고받은 후 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선로가 변경되었다’고 보도하였으나 한전에서는 청와대 보고 이전인 2007년 10월에 이미 변경신고를 했으며 신고된 대로 처리된 것뿐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기사에 설명돼 있지만, 송전선로는 천신일씨 등의 땅을 비껴서 멀리 우회한 것이 아니라 천신일씨 등 소유 토지 내에서 위치가 변경된 것임을 재확인합니다. 한편 한전이 주민설명회를 변경승인 신청 전에 하지 않았다는 기사와 관련, 주민설명회는 1997년 7월에 시·군 단위로 이미 완료하여 추가로 개최할 의무가 없는 것이라고 밝혀와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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