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 흩어져 사는 재일동포 1세들을 인터뷰해 5년 전 일본에서 책을 출간했던 이붕언씨는 이 책이 모국에서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판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재일 2세는 고생한 1세의 등을 보고 자랐지만 3세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기 때문인지 모국을 멀게 느낍니다. 저는 단지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가야할 곳은 어디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뿌리 찾는 작업을 시작했고, 다니면 다닐수록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진 인생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업이 간단치는 않았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지방본부’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재일 1세들의 증언을 얻어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 대답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거나 슬픈 목소리로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끈기 있게 시간을 들인 덕분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기분으로 다가갔다”는 그는 “때로는 화를 내기도 했지만 모두들 따뜻했고 그렇게 들은 몇 가지 이야기는 지금도 마음 깊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한 제주도 출신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옛날을 생각하면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만 나. 눈물이 말라버릴 만큼 울었지. 그래도 그게 내 운명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