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최고의 의료진, 최첨단 시설, 최적의 서비스

  • 박찬미│의학전문프리랜서 merlin-p@hanmail.net│

    입력2009-04-30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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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신도시 조성으로 병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도권 동북부 교통의 중심지인 경기 남양주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종합병원이 개원했다.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에 자리한 의료법인 한양의료재단의 ‘남양주한양병원’이 그곳이다.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400병상 규모의 남양주한양병원.

    남양주시 인구는 지난 2003년 40만을 넘어선 이래 해마다 4.5%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8년 10월에는 전국에서 13번째, 경기도 내에서는 8번째로 인구 50만을 돌파하면서 2009년 2월 현재 50만6582명까지 늘어났다.

    보통 인구가 50만이 넘으면 구청을 설치할 수 있다. 철도 등 53개 도시 계획시설 결정과 지구단위계획 등 주요 업무가 도지사 권한에서 시장의 권한으로 이관된다.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삶의 질 향상에는 의료시설도 빠질 수 없다. 그동안 남양주는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규모를 가진 대형병원이 인구 대비 적은 편이어서 상당수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 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남양주한양병원의 설립은 남양주시 의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월4일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요양기관 지정을 받은 남양주한양병원은 17개과 22명의 전문의로 첫 진료를 시작해 현재 매일 120여 명의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500억원을 투입한 남양주한양병원은 1만560m2(3200평)의 부지에 지하2층 지상7층, 전체 연면적 약 2만2440m2(6800평) 400병상 규모다. 지하 2층에는 지하주차장과 장례식장이, 지하 1층에는 주차장 식당 강당 관리팀 중앙공급실 편의시설 등이 있다. 지상 1층에는 로비와 응급실 원무부 외래진료부 영상의학팀이, 지상 2층에는 외래진료부와 진단검사팀 신장실 중환자실 및 수술실이 있다. 지상 3층에는 재활팀과 병동이 함께 있는데 병동은 3층부터 7층까지 있다.

    정풍만 전 한양대 의대학장 등 최고 의료진 포진

    진료 과목은 총 17개과로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소아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병리과 응급의학과 등이 개설되어 있다. 의료진에는 한국 최초 결합쌍둥이(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한, 한양대 의과대학 학장을 지낸 정풍만 교수를 병원장으로 각 분야 최고의 전문의들이 포진해 있다. 이와 함께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척추관절센터 응급의료센터 및 건강증진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건강증진센터는 고객 맞춤형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건강검진프로그램이 다르고, 일반 건강검진에도 암검진 외에 만 40세와 만 66세의 생애전환기건강검진 영유아검진 학생건강검진 등 세분화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남양주한양병원은 17개과 22명의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 병원이 종합병원으로 내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남양주 최대 디지털 병원이라는 점이다. 전자의무기록장치(EMR)는 물론이고 온라인 처방 전달(OCS) 의료영상 정보전달 시스템(PACS) 등 국내외 최신 의료장비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와 처방으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병원을 디지털화했다. 특히 PACS 도입으로 영상의학과에서는 모든 촬영을 DR(Digital Radiography) 시스템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영상의 획득, 표시, 저장을 분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각각의 단계를 최적화할 수 있어 정확하고 확실한 진단율을 기대할 수 있으며, 결국 신속한 진료와 처방은 물론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혈관조영기(Angiography System) 골밀도검사기(BMD), 각종 초음파 장비를 비롯해 양전자단층촬영기(PET-CT) 등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들에 있는 최신 의료기기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CT의 경우 최첨단, 최신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어 기존에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정확한 고해상도의 진단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고해상도 영상이 필요한 이유는 3차원 기법을 통해 영상을 재구성해 인체 각 장기에서 발생하는 병변의 발견이나 주변 장기로의 파급 및 전이 정도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심장질환 대장항문질환 조기폐암 진단에 효과적이며, 내시경과 조영술로만 가능했던 위장 및 대장검사도 통증 없이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검사가 1~16개의 절편영상을 얻어내던 것과는 달리 64개의 절편영상을 얻어낼 수 있어 그동안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작은 병변도 수월하게 진단할 수 있다. MRI의 경우에는 이미지 품질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장 균질성(Homogeneity)이 뛰어나 최상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자장 균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심장,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부위는 물론 요추 경추 외에도 뇌졸중의 초기 진단까지 가능하다. 특히 양전자단층촬영기(PET-CT)는 신체의 대사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과 구조적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CT를 결합해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전신의 암 발생 여부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비다. PET-CT는 4mm 크기의 초기 암 등 미세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어 암의 예방과 조기진단에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1회 검사로 전신의 암을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추적 검사에서 치료효과를 평가하고 재발 유무를 쉽게 판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남양주한양병원은 첨단시설을 자랑한다.

    전문경영인 영입 통한 병원 경영의 전문화

    이 병원이 남다른 점은 전문 경영인을 경영원장으로 부임시켜 경영 전반을 맡겼다는 점이다. 전영일(55) 경영원장은 기업은행 본부장 및 부행장, IMF 외환위기극복 기업구조조정위원 등을 지낸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의사만이 병원의 장(長)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병원 경영을 맡으면서 한국 병원의 경쟁력이 취약해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경영원장’이라는 생소한 명칭이지만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병원 전반의 경영을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재단설립부터 현재까지 경영 전반을 맡고 있는 전 경영원장은 “저희 병원은 소유, 진료, 경영의 3권 분립체제로 상호 조화로운 견제와 균형을 맞춰가면서 민주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의사는 환자를 위한 연구와 치료 등 의료 서비스에 몰입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도록 해 효율적인 병원 운영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면서 병원경영에 큰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다. 병원 건물 준공을 앞두고 의료 장비를 대거 구입하던 2008년 6월이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80원 정도여서 대부분의 병원은 달러화 기준으로 장비 대금 계약을 하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달러당 원화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경영원장은 달랐다.

    “제가 36년 동안 금융 쪽에 몸을 담고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환율 주식 물가는 예측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달러당 1000원으로 계산해 의료장비를 120억원에 들여오기로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올 1월 준공 시설허가가 떨어져 기기들을 들여올 시점에는 환율이 1달러에 1500원까지 올랐습니다. 당연히 기기사에서는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기기사에서 계약대로 하지 않고 우리를 생각해서 가격을 깎아줬겠습니까.”

    결국 기기사들을 설득한 끝에 계약 당시 가격으로 의료기기 풀세트를 들여올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달러화 기준으로 계약했던 병원들은 치솟은 환율 덕에 지금까지 기기들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전문 경영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심신건강, 인본사랑, 공헌봉사’를 설립이념으로 내세운 남양주한양병원의 비전과 가치는 ‘ 신뢰받는 병원’이다. 병원은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의사들이 늘 환자를 위해 연구하고 최상의 진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열악한 남양주 의료서비스 증진이 목표

    “저희 의료진에 대한 믿음은 병원장님만 봐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과의 전문의들도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전문의들입니다. 개원한 지 한 달, 아직까지 많은 환자가 밀려들지는 않지만 모든 의사가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좀 더 나은 진료를 위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의 그 다음 목표는 최적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다. 그동안 남양주시의 의료환경은 첨단기기를 갖춘 대형병원 부족 등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남양주 한양병원은 최첨단 의료기기와 장비를 들여오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남양주 시민이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 경영원장은 전문 경영인이니 만큼 병원 전반의 경영도 건실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원들이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환자를 돌보는(care) 곳입니다. 직원이 행복하지 못한데 환자를 웃는 얼굴로 돌보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더불어 직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경기 동북부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게 남양주한양병원의 단기적 목표다.

    실제로 이 병원의 슬로건은 ‘Pride, 최고를 향합니다’다. ‘Pride’는 긍지를 뜻한다. 긍지란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병원이 병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최고로 평가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생병원이지만 경기 동북부 최고의 병원, 나아가 전국 최고 병원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꿈과 포부가 크다 보면 당연히 지역 내 비슷한 규모의 타 병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경영원장은 “의료서비스가 열악했던 남양주시에서 그동안 다른 병원들이 제 몫을 다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희 병원은 그 병원들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병원마다 특화된 부분과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서로 살려서 상호 보완하는 차원의 경쟁력 정도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병원 간 경쟁보다는 남양주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인 것이다. 사실 인구 50만을 넘긴 남양주시에서 종합병원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자체는 남양주시의 열악한 의료시설을 보완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병·의원 간 경쟁과 대형병원과 개인병원 간의 양극화 현상은 병원시장을 과열로 치닫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병원시장의 과열은 병원마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과를 개설하거나 의료서비스를 특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의 향상을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결국 병원 간 경쟁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전문화되고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재단인 병원은 경제 논리로만 운영되기 어렵다. 병원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많은 자본을 들여 이러한 규모의 병원을 건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단합니다.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의사는 진단 후 치료를 행했을 때 환자를 반드시 낫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불가항력의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어쨌든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병원의 모든 가족은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경영은 어떻습니까.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됩니다. 환자는 병을 잘 고쳐서 고통을 없애주는 의사를 찾아가고 시설이 쾌적하고 의료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병원이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이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저희 병원 모든 직원은 행동 없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전 경영원장의 다짐처럼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환자를 위한 병원이 된다면 남양주 한양병원이 경기 동북부 최고의 병원에서 나아가 전국 최고의 병원 반열에 오르는 일은 그리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경영 방침이 지켜지는 한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Sicko)’에 나오는 내용이 한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풍만 남양주한양병원 병원장 인터뷰

    “남양주 시민이 굳이 서울 큰 병원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


    남양주한양병원의 도전
    한양대 의과대학 학장 출신으로 이번에 남양주한양병원 병원장으로 취임한 정풍만 교수(65·소아외과)는 1990년 국내 최초로 결합쌍둥이(샴쌍둥이) 분리수술을 성공시킨 소아외과 전문의다. 그가 어린이 선천기형과 희귀병 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7~1979년 영국문화원 장학생으로 영국 셰필드대 아동병원에서 연수하면서부터다. 소아외과를 전공한 그가 32년간 수술한 소아기형 환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 3월 말에 한양대학 병원에서 정년퇴임했는데, 그동안 내게 수술을 받았던 사람이 여럿 찾아와 축하해주더군요. 대개 아주 어릴 때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나를 알아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건강하게 성장해 제 퇴임과 그리고 남양주한양병원 병원장 취임을 축하해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수석 졸업, 의사 국가고시 전국 1등, 1990년 결합쌍둥이 분리수술 성공 외에도 1994년 세계 최초로 단장증후군 아기의 장 길이를 2배로 늘리는 수술 성공 등 한국 의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정 교수가 퇴임 후 남양주라는 중소도시의 신흥 병원 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좀 놀라운 일이다.

    “이 병원 이사장 부부가 제 제자입니다. 아울러 이사장 부인인 내분비내과 김희수 박사가 35년 된 제 친구의 딸이기도 하죠. 정년퇴임 몇 년 전에 친구와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가 이 자리에 병원을 지을 터이니 퇴임 후 병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당시에는 허허벌판을 보면서 웃어넘겼지만 퇴임 몇 개월을 앞두고 준공된 병원에 데리고 와서 병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에는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같은 인연보다 정 교수가 병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중소도시의 종합병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뛰어난 병원 시설도 한몫을 했다.

    “제가 지난 15년 동안 전국 대학·종합 및 중소병원들을 시찰했는데 이 정도 시설의 병원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남양주 곳곳에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들을 보면서 최근 인구가 급증한 지역이니 이 정도 규모의 병원이 필요할 것이고, 그 병원에서 내 남은 의사 인생을 보내는 것도 보람된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정 병원장은 외과 의사로서 단 한순간도 환자를 놓치는 법이 없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한양대 병원 재직 시에도 20여 년간 보직을 맡았지만 단 한 명의 환자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환자를 위하고 수술을 좋아하는 의사였다. 그 때문인지 벌써 정 병원장을 따라 이 병원으로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병원으로 오면서 제가 세운 계획이 3가지 있습니다. 첫째가 3년 안에 이 병원을 전공의 수련을 할 수 있는 교육병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가 간호대학의 설립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에 비해 간호사의 수가 현저하게 적은 편입니다. 앞으로 간호사는 유망직종 중 하나이며 간호대학 설립을 통해 이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이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구증가 등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이 지역 주민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 병원장은 이 모든 계획의 시발점을 1년으로 잡고 있다. 신생 병원인 만큼 우선 1년 정도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쌓은 후에 어느 정도의 기반이 형성되면 교수 경력이 있는 전문의들로 라인업을 하고 교육병원으로 만들 생각이다.

    대학병원에 재직할 때 지방이나 수도권에서조차 대학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는 그만큼 지역 내 의료서비스 수준이 열악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남양주한양병원만큼은 지역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굳이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지 않을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 그가 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수술을 처음 할 시점에는 ‘당신이 꼭 정상인을 만들겠다는 서약을 하고 수술하라’던 것이 당시 사회적으로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저를 찾아서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옵니다. 그렇게 수술한 아이들이 1만5000명입니다. 세상에는 기형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저는 나는 단 한 시간도 환자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떨 때는 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더 이상 메스를 들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오겠지요. 그때 제자에게 수술실을 넘겨주겠지만 그 순간까지 저는 환자가 자랑스러워하는 의사로 남기를 염원합니다.”

    32년 동안 1만5000여 건의 수술 기록은 이제 ‘수십권이 보물’이 돼서 그의 책장에 남아 있다. 이 병원을 계획한 대로 이끌면서 동시에 그가 이루고 싶은 또 한 가지는 ‘세계 최초’이거나 혹은 ‘대한민국 최초’의 수술에 관한 기록들이 즐비한 수십권의 노트를 책으로 엮어 후세에 남기는 것이다. 그런 그의 열정을 믿기에 한양대학병원 소아외과 드림팀(마취과, 간호사, 전임의 등)이 모두 이 병원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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