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신도시 조성으로 병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도권 동북부 교통의 중심지인 경기 남양주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종합병원이 개원했다.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에 자리한 의료법인 한양의료재단의 ‘남양주한양병원’이 그곳이다.
400병상 규모의 남양주한양병원.
보통 인구가 50만이 넘으면 구청을 설치할 수 있다. 철도 등 53개 도시 계획시설 결정과 지구단위계획 등 주요 업무가 도지사 권한에서 시장의 권한으로 이관된다.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삶의 질 향상에는 의료시설도 빠질 수 없다. 그동안 남양주는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규모를 가진 대형병원이 인구 대비 적은 편이어서 상당수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 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남양주한양병원의 설립은 남양주시 의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월4일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요양기관 지정을 받은 남양주한양병원은 17개과 22명의 전문의로 첫 진료를 시작해 현재 매일 120여 명의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500억원을 투입한 남양주한양병원은 1만560m2(3200평)의 부지에 지하2층 지상7층, 전체 연면적 약 2만2440m2(6800평) 400병상 규모다. 지하 2층에는 지하주차장과 장례식장이, 지하 1층에는 주차장 식당 강당 관리팀 중앙공급실 편의시설 등이 있다. 지상 1층에는 로비와 응급실 원무부 외래진료부 영상의학팀이, 지상 2층에는 외래진료부와 진단검사팀 신장실 중환자실 및 수술실이 있다. 지상 3층에는 재활팀과 병동이 함께 있는데 병동은 3층부터 7층까지 있다.
정풍만 전 한양대 의대학장 등 최고 의료진 포진
진료 과목은 총 17개과로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소아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병리과 응급의학과 등이 개설되어 있다. 의료진에는 한국 최초 결합쌍둥이(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한, 한양대 의과대학 학장을 지낸 정풍만 교수를 병원장으로 각 분야 최고의 전문의들이 포진해 있다. 이와 함께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척추관절센터 응급의료센터 및 건강증진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건강증진센터는 고객 맞춤형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건강검진프로그램이 다르고, 일반 건강검진에도 암검진 외에 만 40세와 만 66세의 생애전환기건강검진 영유아검진 학생건강검진 등 세분화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남양주한양병원은 17개과 22명의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했다.
CT의 경우 최첨단, 최신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어 기존에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정확한 고해상도의 진단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고해상도 영상이 필요한 이유는 3차원 기법을 통해 영상을 재구성해 인체 각 장기에서 발생하는 병변의 발견이나 주변 장기로의 파급 및 전이 정도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심장질환 대장항문질환 조기폐암 진단에 효과적이며, 내시경과 조영술로만 가능했던 위장 및 대장검사도 통증 없이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검사가 1~16개의 절편영상을 얻어내던 것과는 달리 64개의 절편영상을 얻어낼 수 있어 그동안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작은 병변도 수월하게 진단할 수 있다. MRI의 경우에는 이미지 품질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장 균질성(Homogeneity)이 뛰어나 최상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자장 균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심장,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부위는 물론 요추 경추 외에도 뇌졸중의 초기 진단까지 가능하다. 특히 양전자단층촬영기(PET-CT)는 신체의 대사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과 구조적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CT를 결합해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전신의 암 발생 여부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비다. PET-CT는 4mm 크기의 초기 암 등 미세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어 암의 예방과 조기진단에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1회 검사로 전신의 암을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추적 검사에서 치료효과를 평가하고 재발 유무를 쉽게 판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양주한양병원은 첨단시설을 자랑한다.
이 병원이 남다른 점은 전문 경영인을 경영원장으로 부임시켜 경영 전반을 맡겼다는 점이다. 전영일(55) 경영원장은 기업은행 본부장 및 부행장, IMF 외환위기극복 기업구조조정위원 등을 지낸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의사만이 병원의 장(長)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병원 경영을 맡으면서 한국 병원의 경쟁력이 취약해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경영원장’이라는 생소한 명칭이지만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병원 전반의 경영을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재단설립부터 현재까지 경영 전반을 맡고 있는 전 경영원장은 “저희 병원은 소유, 진료, 경영의 3권 분립체제로 상호 조화로운 견제와 균형을 맞춰가면서 민주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의사는 환자를 위한 연구와 치료 등 의료 서비스에 몰입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도록 해 효율적인 병원 운영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면서 병원경영에 큰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다. 병원 건물 준공을 앞두고 의료 장비를 대거 구입하던 2008년 6월이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80원 정도여서 대부분의 병원은 달러화 기준으로 장비 대금 계약을 하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달러당 원화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경영원장은 달랐다.
“제가 36년 동안 금융 쪽에 몸을 담고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환율 주식 물가는 예측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달러당 1000원으로 계산해 의료장비를 120억원에 들여오기로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올 1월 준공 시설허가가 떨어져 기기들을 들여올 시점에는 환율이 1달러에 1500원까지 올랐습니다. 당연히 기기사에서는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기기사에서 계약대로 하지 않고 우리를 생각해서 가격을 깎아줬겠습니까.”
결국 기기사들을 설득한 끝에 계약 당시 가격으로 의료기기 풀세트를 들여올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달러화 기준으로 계약했던 병원들은 치솟은 환율 덕에 지금까지 기기들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전문 경영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심신건강, 인본사랑, 공헌봉사’를 설립이념으로 내세운 남양주한양병원의 비전과 가치는 ‘ 신뢰받는 병원’이다. 병원은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의사들이 늘 환자를 위해 연구하고 최상의 진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열악한 남양주 의료서비스 증진이 목표
“저희 의료진에 대한 믿음은 병원장님만 봐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과의 전문의들도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전문의들입니다. 개원한 지 한 달, 아직까지 많은 환자가 밀려들지는 않지만 모든 의사가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좀 더 나은 진료를 위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의 그 다음 목표는 최적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다. 그동안 남양주시의 의료환경은 첨단기기를 갖춘 대형병원 부족 등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남양주 한양병원은 최첨단 의료기기와 장비를 들여오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남양주 시민이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 경영원장은 전문 경영인이니 만큼 병원 전반의 경영도 건실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원들이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환자를 돌보는(care) 곳입니다. 직원이 행복하지 못한데 환자를 웃는 얼굴로 돌보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더불어 직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기 동북부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게 남양주한양병원의 단기적 목표다.
꿈과 포부가 크다 보면 당연히 지역 내 비슷한 규모의 타 병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경영원장은 “의료서비스가 열악했던 남양주시에서 그동안 다른 병원들이 제 몫을 다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희 병원은 그 병원들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병원마다 특화된 부분과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서로 살려서 상호 보완하는 차원의 경쟁력 정도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병원 간 경쟁보다는 남양주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인 것이다. 사실 인구 50만을 넘긴 남양주시에서 종합병원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자체는 남양주시의 열악한 의료시설을 보완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병·의원 간 경쟁과 대형병원과 개인병원 간의 양극화 현상은 병원시장을 과열로 치닫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병원시장의 과열은 병원마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과를 개설하거나 의료서비스를 특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의 향상을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결국 병원 간 경쟁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전문화되고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재단인 병원은 경제 논리로만 운영되기 어렵다. 병원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많은 자본을 들여 이러한 규모의 병원을 건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단합니다.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의사는 진단 후 치료를 행했을 때 환자를 반드시 낫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불가항력의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어쨌든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병원의 모든 가족은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경영은 어떻습니까.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됩니다. 환자는 병을 잘 고쳐서 고통을 없애주는 의사를 찾아가고 시설이 쾌적하고 의료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병원이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이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저희 병원 모든 직원은 행동 없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전 경영원장의 다짐처럼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환자를 위한 병원이 된다면 남양주 한양병원이 경기 동북부 최고의 병원에서 나아가 전국 최고의 병원 반열에 오르는 일은 그리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경영 방침이 지켜지는 한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Sicko)’에 나오는 내용이 한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