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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여기에 한 달만 있어도 벌금 150만원이 공제되잖아요…”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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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노역수용자들은 하나같이 “벌금이 분할 납부만 되었다면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벌금을 일시불로 낼 수 없었던 그는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갔다. 노역장에서 하루를 지내면 5만원씩 공제된다고 하니 80일만 들어갔다 나오면 되겠다 싶었다. 기간이 짧아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 제가 그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돼서 나라에 낸 돈이 3000만원은 넘을 거예요.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장사가 잘돼 연체 한 번 없이 제꺽제꺽 냈어요. 벌금 못 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늘 여윳돈이 있었는데…. 여기 오면서 집사람이랑 다투지는 않았어요. 목돈을 마련할 마땅한 방도가 없었고, 일시불로 큰돈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벌금이 분할(입금)만 되었더라도 숨통이 트였을 텐데 어쩌겠어요, 내가 벌여놓은 일은 내가 책임져야죠.”

10여 명의 사람과 5.17평짜리 방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돼지처럼 느껴져 입소 한 달 뒤부터 일반 재소자들과 함께 수첩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자녀를 휴학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 때문에 아이들을 곤란하게 만들 순 없다”고 했다.

결혼축하주 마셨을 뿐인데

서른여섯의 C씨도 제 발로 법무부에 갔다. 베트남인 부인과 갓 태어난 아이가 “베트남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날이었다.



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교도소 측에선 일거리도 없고 노역수 관리도 어려워 노역수를 종일 방 안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5월 베트남에 가서 결혼을 하고 온 뒤에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서른네 살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서른다섯 되니까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잖아요. 남고, 부대, 통신 직장, 이런 데만 있다 보니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뒤늦게 얻은 하청직이지만 일자리도 탄탄하고 월 220만원 정도는 버니까, 사랑하는 데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결혼했죠. 그러곤 아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전세를 얻었습니다. 교외 쪽이었는데, 2700만원짜리 전세였습니다. 그런데 집을 먼 곳에 얻은 게 화근이었어요.”

친구들과 결혼 축하주를 마신 그는 음주운전사고를 냈다. 게다가 뺑소니였다. 만취상태였던 그는 사고지점에서 1km를 더 가서야 본인의 차바퀴가 빠져버린 걸 감지했다. 당시 상대 차 운전자는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멀뚱거리던 그는 그 자리에서 뺑소니와 음주운전 혐의로 붙잡혔다. 합의금 1000만원을 주거나 감옥에 가야 했는데, 7월에 입국하는 아내를 두고 감옥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렵게 전세금을 빼서 합의했다.

이 사고로 자동차,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면허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9년 동안 KT 하도급업체에 있으면서 유선전화, 광케이블, 인터넷 개통 일을 해오던 그에게 오토바이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그렇다고 면허를 따기 위해 5년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교도소 내부에는 교화 문구가 50m 간격으로 걸려 있다.

“집사람은 한국에 왔지, 뱃속에 아기는 있지, 배운 게 이거니 이 일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말도 모르는 아내에게 일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게 3개월 정도 일하다 다시 접촉사고가 나 쇄골 뼈가 부러졌고, 그 사고로 벌금 700만원을 내게 됐습니다. 제 오토바이가 차 앞에서 차선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다 뒤집어쓴 거죠. 그래선지 오히려 상대방 차 운전자가 위로금조로 200만원을 줬습니다. 그래도 내야 할 벌금은 500만원이나 되더라고요.”

마침 아기가 1월에 태어났고,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전세금으로 벌금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마저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었다. 그래서 어렵게 결심했다.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는 잠시 처가에 맡겨두고, 그 사이 벌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한 달만 있어도 150만원이 공제되는데, 제가 밖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죠. 몸이 아파서 하던 일을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부탁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이라고는 식당 일 나가는 어머니만 계시거든요. 동생은 빚만 남기고 도망가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인터넷 뒤져보니까 돈 못 내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렇게 겁나지는 않았습니다. 나처럼 돈 없는 사람들 오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도리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생각하시는 그대롭니다. 교정시설이다 보니 행동 반경이 좁고, 제약당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려운 면이 있지요.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화장실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그 좁은 방 안에서 볼일도 공개적으로 봐야 하고…. 하루 30분이라는 운동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방 안에 있어야 하니까 답답하죠.”

그는 이런 고통보다 “심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고 했다.

노역장에 있는 사람은 벌금이 소액인 경우가 많다. 의정부교도소의 경우 노역기간 1개월 미만이 19.5%, 2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 35.1%, 3개월 이상 4개월 미만이 20.2%, 4개월 이상 5개월 미만이 12.1%로 절대 다수가 5개월 미만이다. 벌금액도 대부분 600만원 이하다.

의정부교도소 관계자는 “노역장에 하루 있으면 보통 5만원씩 공제해주기 때문에 대다수가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출소한다”고 말했다. 하루를 5만원이라고 계산하면 한 달이면 150만원, 넉 달이면 600만원의 벌금을 공제받는 셈이다.

불황이면 범죄가 는다?

5개월 구형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민형 범죄자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벌금 500만원 이하를 선고받습니다. 절도, 사기, 상해, 음주운전 같은 서민형 범죄가 여기에 해당되겠죠. 대규모의 영업범죄나 조세범, 관세범, 영업범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상이 선고됩니다.” (서울남부지법 A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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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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